역발상(逆發想)이 너와 나를 살린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예로부터 상인은「장사꾼」이요, 기술자는「쟁이」라 일컬으며 이들을 가벼이 여겨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 나라의 경제력이 바로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게 되고, 강한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가 결국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현실을 보면 앞으로는 기술입국, 과학우위, 첨단산업을 근간으로 모험과 도전, 과학과 수리탐구가 뛰어난 자기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급 두뇌가 모든 분야에 걸쳐 고루 진출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어느 한 분야로만 편중 양성된다면 결국 불균형에 따른 국가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이것을 사농공상(士農工商) 아류의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후기 문인이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은 목민관으로서 공직자가 지켜야할 책무를 소상히 열거해 놓은「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조선조후기 부패가 극에 달했던 관리들의 폭정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은 주인공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워두는 송덕비(頌德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면서 ‘송덕비 비판론’을 주장했는데, 송덕비를 세우는 이유는, 첫째는 수령이 학정(虐政)이나 무능을 윗사람에게 감추기 위해 사람을 매수해 세우는 경우요, 둘째는 송덕비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돈을 널리 할당해 한 몫 챙기는 수탈 수단으로 세우는 경우요, 셋째는 중간 간신배가 송덕비를 세워주고 이를 미끼로 이권을 챙기는 경우라고 했다. 실로 당시 관료들의 수탈방법이 기기묘묘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관료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관료사회의 부패 고질이 사회정의를 무너뜨리고 있고, 나라의 진운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을 분노로 몰아넣은 기가 막힌 사건이 세상에 많다. 보통사람의 일년 연봉에 가까운 액수를 뇌물로 받고 있다는 어느 세무공무원의 ‘뇌물축재사건’이 그것이다. 정직한 종업원이 평생을 직장에 바쳐도 퇴직금으로 1억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세금은 감면해 주는 대가로 1년에 1억원 가량을 뇌물로 받아먹었고, 더욱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늘 관행처럼 ‘세금을 도둑질 해왔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유흥업소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과 구청공무원이 단속은커녕 불법․탈법 영업을 눈감아 주는 대신 매월 수백만원씩 정기상납을 받아오면서 이를 동료직원과 상급자들에게 나누어주었는가 하면, 또 어느 경찰관은 불법체류중인 중국동포로부터 파렴치한 방법으로 돈을 갈취해 왔다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부조리가 말단 공직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그러나 말단 공직자의 비리형태가 생계형 차원이 아닌 축재형으로 변질되고, 그 방법 또한 매우 조직적이며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대해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문제는 뇌물축재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은 외국의 자본이 들어오지 않고는 우리 경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실무적으로 추진해야 할 공직자들은 오히려 달러를 내쫓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 외국투자자들로 하여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들이 공장 하나를 지으려 해도 수십 가지 서류에 그나마 이것저것 흠을 잡으며 돌려보내는 등 외국인에게조차 우리나라 관료의 고질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가 개혁의 걸림돌이요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권교체 최기에 사정(司正)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꼼짝달싹하지 않는 공직자를 빗대는 말로「복지부동(伏地不動)」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었다. 땅위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에는「신토불이(身土不二)」란다. 움직이지 않는 것도 모자라서 공직자가 아예 땅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료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나라의 살림은 몰론이거니와 각종 개혁정책도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제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단진자 추의 방향을 역으로 바꾸듯 사농공상(士農工商)로의 서열로 의도적 역발상을 시도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가장 우선해야 할 부문은 상(商)이다. 국제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첨병으로서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 작금의 경제난국을 타파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공(工)으로서, 제품 하나 하나에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고 연구 활동에 매진하여 신제품․신기술 및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에 힘써 제조업의 재건을 이룩해야 한다.

또한 농(農)을 우선함으로써 종자 및 농토를 개량하고 농업경영의 합리화와 농업기술의 집약화를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 풍성한 수확을 거둠으로써 국민에게 힘이 되어 줄뿐만 아니라 점차 세계적으로 식량이 무기화 되어 가는 기류에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士), 그 동안 우리는 지식경쟁을 통해 이들을 선발해 왔다. 그러나 관료의 자격으로는 우수한 지적수준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수한 두뇌만을 믿고 잔꾀를 부리기 쉽고, 간지(奸智)로 온갖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기 쉽다.

따라서 향후 관료로서는 높은 지적수준만을 검증 받기보다는 적성검사를 통해 선발된 도덕적이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출생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보통인으로서 친절과 봉사를 실천할 줄 알고, 건전하고 건강한 사고를 가진 상식적인 자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관료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때만이 앞으로 지향하는 선직국형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 등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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