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최선을 다했다_ ‘두고 왔을 리가 없다‘

 

사진작가 박영숙은 80~90대 여성들의 당당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마와 얼굴에 가득 진 주름, 그보다 더 주름진 손에 담배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는 ‘이병복’, 화려한 붉은 꽃무늬 한복을 입고 한 손을 치켜들고 힘껏 소리 내는 ‘최승희’, 착 달라붙는 청바지에 스웨터를 걸치고, 빨간 매니큐어의 긴 손톱이 돋보이는 ‘김비함’, 빛 고은 연하늘색 한복으로 치장한 인사동 터줏대감 ‘이은주’, 동여 맨 하얀 속치마 어깨끈 위의 목선이 91세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고 여인의 자태를 품어내는 ‘김현경’, 다양한 삶으로 특색 짙은 여인들과는 달리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여인 ‘박경애’의 삶의 기록들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극단 ‘자유’ 대표 ‘이병복’, 안동할매청국장을 운영하는 ‘이상주’, 화가이며 패션디자이너 ‘김비함’, 서호미술관 대표 ‘이은주’, 판소리 명창 ‘최승희’, 故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그리고 기업인의 아내 ‘박경애’ 까지, 이 80~90대 여성들이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의 풍파와 시대의 변화를 겪으며 이를 감당해낸 7명 여성들의 제각기 다른 표정에서 그녀들의 삶을 읽는다.

‘두고 왔을 리가 없다’(2017.12.16 ~ 2018.02.17)는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한 박영숙의 사진작업이다. 전시는 박영숙의 신작 프로젝트 <여성 서사 敍事 여성 사물 事物>의 첫 전시이다. 이 작업은 한국 사회의 한 여성으로 살아온 80~90대 여성들의 삶 속에 숨겨둔 이야기를 사진작가 박영숙이 찾아낸 삶의 기록이요 결과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어간다. 나이 듦은 두려움과 슬픔이지만, 여성에게 나이 듦은 버리는 것과 남겨 두는 것이며, 지나간 삶 속에서 여자로서 해야 했던 일, 할 수밖에 없던 일, 그리고 하게 된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7명의 여인들은 일상을 지켜내며 여자의 삶을 살았고, 그동안 살아가며 말하지 못한 것, 두고 온 것들을 풀어놓고 박영숙은 경청한다.

전시는 주인공 각각을 위한 7개의 방을 만들어 사진과 인터뷰 영상을 설치한다. 영상 작업은 대상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각자 마음 깊은 곳에 아껴두었던 사람과 추억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박영숙은 인터뷰하며 그들이 삶 속에서 맺은 인연과 가족 관계 등 가장 소중하지만 가장 어려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들으며 나눈다.

박영숙은 그동안 <우리 봇물을 트자>, 〈미친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그동안 흔히 다루어지지 않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꾸준히 작업해 온 페미니즘 사진작가다. 이번 전시에 선정된 7명의 여성들의 사진은 과한 설정이나 인물을 드러내기 보다는 대상의 시간과 손짓, 몸짓을 박영숙 특유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박영숙은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그녀들의 삶은 매우 찬란했고, 현란했다. 그래서 오늘 여기 이곳에 서있을 수 있다.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았고, 주어진 소명을 다 감당하고, 모두 극복하였기에 여기에 서있는 것이 감동이다. 같은 시대를 서로 다른 형편으로 서로 다르게 살아낸 그녀들의 삶이 그래서 소중하다. 그렇게 7명의 여인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지니 서로가 빛난다.” 라고 말한다.

박영숙이 표현할 다음 세대 여성들의 삶의 표정은 어떨지? 기다려진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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