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27 (언급하지 말아야 할 주제)

 

언급하지 말아야 할 주제

    현대인의 사회생활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여러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자기의 의견이나 소신을 털어놓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평화를 위해 언급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는 각자의 정치적 견해이고 또 하나는 종교적 소신이다.

    미국 내의 정통적인 두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거리는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오늘은 피차 용납할 수 없는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 나쁘게 말하자면 미국처럼 개명한 나라에서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은 망한다라는 주장을 가진 사람과 공화당이 재집권하면 미국은 망한다라는 두 갈래의 생각을 각기 고집하는 사람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매우 궁지에 몰렸다고 나는 느낀다.

    민주주의는 자기만의 살 길을 찾는 사람들 가지고는 못 한다.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볼 줄 아는 사람들이 정치를 맡아야지, “이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맞붙어 싸우는 싸움판이 되면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는 실현 불가능의 가치가 되고 만다.

    종교도 그렇지 아니한가. 개신교도가 천주교를 헐뜯는 말을 천주교 신자 앞에서 늘어놓는다면 그 천주교 신자가 가만 듣고만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개신교도 또한 천주교도로부터 심한 책망을 듣고 가만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감정이 폭발하면 행복의 모래성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절에서 염불하고 돌아오는 사람에게 어떤 기독교인이 극락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가 꾸며낸 이야기지요라고 한마디 한다면 절에 다녀오는 사람의 표정이 편안 하겠는가. 기독교 신자가 그 비슷한 경우에 처한다 해도 반응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국이나 지옥에 다녀온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알지도 못하는 미래 일에 관하여 독단적인 발언을 한다면 종교가 다른 사람들끼리 화합 하기는 어렵다. 천주교도 개신교도 불교도 회교도 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할 일은 하나뿐이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가 남긴 말대로 생활은 검소하게, 생각은 고상하게”(plain living and high thinking)을 기본으로 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면서 인생의 하루하루를 사는 정직한 살림밖에는 당장 종교가 도맡아 할 일은 없는 것 아닐까.

 

김동길

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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