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설렁탕 배달원의 성공에서 배우자-2

 

둘째는 여건의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전에 일본경제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자기들이 지도하고 기술지원을 했던 포철로부터 도리어 자국 시장을 잠식당한다는 뜻에서 당시 ‘부메랑’원년이라고 선언하고 있으며, 무제한 기술협력의 시대로부터 선별기술협력의 시대로 돌입한다고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판매활동의 제약과 기술보호의 곤란 또는 불가능의 시태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더욱이 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일본 철강업의 경영전략을 보면 국제시장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이윤극대화 실현을 위해서 낮은 조업률, 높은 가격유지를 수단으로 하여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노력의 방향은 원료의 안정공급, 조업기술 향상, 설비의 합리화․신예화(新銳化)를 통한 원가의 최소화와 모니터링 시스템 등 강대국의 눈치를 살피는 외교의 강화, 고가품의 비중(Share) 확대 및 수요자가 요구하는 제품의 개발 등의 매출액 증대 노력으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원가의 최소화, 매출액 증대라는 노력 방향 중에서도 양편 공히 신기술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일본인들은 판매 확충을 위한 제품의 고급화를 추진할 것이고, 당사로서는 이를 위한 신기술 보호가 벽에 부딪치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체의 기술발전 속도가 인건비 상승 속도보다 빨라야 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역으로 된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고 수출력도 둔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생산성 증대를 앞지르는 노무비 증가의 일반적인 현상은 판매력 확충 면에서 심각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여건과 상황 하에서 당사가 살아갈 길이 무엇이냐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은 하나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질이 좋은 물건은 팔린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싼 값’으로 생산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체질강화, 자주관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추진방법을 개선할 단계가 필요했다.

첫째, 모든 일에 있어서 책임의 주체는 복수인 ‘우리’가 아니고 단수인 ‘나’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각종 회의, 방침 등에 있어서도 일정 기간 경과 후에 그 실천 결과를 추구해 들어가 보면 ‘우리’의 개념 속에서는 대단히 활발하고 비판도 무성하나, 각자의 개인 역할기능으로 파고들면 애매모호하고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고 만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자기의 역할기능에서 방법의 연구, 노력의 증대 등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아쉽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일에 충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카터」전 미국 대통령의 말 ‘Why not the best'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직능별(職能別) 역할기능의 철저를 들고 싶다. 회사에는 세 가지의 질서가 있다. 일 자체만을 분류, 체계화해 놓은 직무체계 내지는 직무질서가 있고, 제품생산, 품질연마를 중심으로 하는 기능질서가 있고, 횡적 밸런스 조정 및 미래예측, 방향설정 등 각자의 노력을 집약시켜 나가는 관리질서가 있다. 이3대 질서 위에서 조직은 운영된다. 따라서 이 3대 질서가 조화를 이룰 때 기업이윤은 극대화된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요소동작을 분류하고 일의 내용과 성격을 정밀하게 분석․정리하여 계열화하는 직무의 「하이어라키」가 불분명하면 불필요한 인력의 증가와 비효율적인 업무처리가 발생하게 되며, 종적으로 파고들어 기능을 높이고 연마하여 마무리 작업하는 기능질서가 불확실하면 품질불량과 이에 따른 클레임 증가는 불가피하게 된다. 또한 횡적 관련기능을 조정하여 조직에 기여해야 할 관리질서가 불충분하면 목표가 불확실하게 되고 총효율(Total Efficiency)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각자 자기 직분에 맞는 역할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지 때때로 자성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고 본다. 간혹 전도된 역할기능을 볼 때 이로 인한 손실이 얼마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가 없다.

셋째, 철저하게 분석하는 태도의 배양을 들고 싶다. 모든 일은 계획 단계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변수를 최대한 분석․정리하여 충분한 대안을 검토한 후에 결단해야 위험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철저하게 분석하고 따져 보는 것이 대범하지 못하고 실례가 되는 양 잘못 인식된 관용주의(寬容主義)에로 흐르는 감이 없지 않다. 기업이란 글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무자비한 이익집단이며, 판매경쟁을 통하여 생존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 택일만 있을 뿐, 적당한 현상유지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 그 자체가 목적 지향적이고 기능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명실 공히 세계 10위권의 지위를 유지하자면 철저하게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습관화되어야 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철저하게 따지고, 분석하고, 당당하게 의견을 개진하여 지혜를 모으는「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었다. 특히 계획단계에서의 종합성을 제의했다.

넷째, 시야를 넓히자. 맥루한의 말대로 세계는 좁다. 지구촌 개념이 현실화되었다. 고속버스로 포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시간이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수 있고, 동경을 왕복할 수 있다. 당사는 업종의 특수성 때문에 체질적으로 국제경쟁이 불가피하다. 기술발전, 경제변동, 정치상황 등 각종 정보를 신속히 흡수․소화하여 세계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안목의 육성이 긴요하다. 상황판단은 모든 일의 시작과 기본이 되고, 전제와 가정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전제와 가정이 불합리하면 그 판단은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여건을 달성하는 책임은 ‘우리’가 아닌 ‘나’에게 있으며,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정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책임을 맡아 나가는 책임인의 자세가 우리 회사가 살아나갈 길이다. 결국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는 길은 각자 현재의 위치와 여건을 탓하기 전에, 앞에서 인용한 ‘어느 설렁탕 배달원’과 같은 지속적이고도 꾸준한 자기개발의 노력만이 문제 해결의 길이다.

이러한 각자의 노력이 성숙될 때 ‘나’는 회사의 녹을 먹고 회사의 신세를 지는 초라한 몰골이 아닌, 회사가 나의 신세를 지게 되고 회사가 나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당당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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