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38) 마당 1

 

   내가 어렸을 적엔 서울에도 눈이 많이 왔다.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면, 누군 어렸을 적이 없나? 혹은 얼마나 나이를 먹었기에 옛날이야기를 하나? 그런 말을 더러 듣는다. 그러나 어렸을 적은 어렸을 적이다. 눈이 오면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워야 했다. 마당뿐 아니라 대문 밖 길의 눈도 쓸어야 했다. 요즘처럼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와도 그것을 치는 일과는 멀다. 그러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면 대문 밖의 눈을 쓸기도 해야 할 것이고, 큰 길의 눈을 치우는 사람도 있다. 눈이 안 와도 마당을 깨끗이 쓸면 좋다. 화단이라도 있으면 가꾸어야 예쁘다. 그게 사람의 마음이다.

   사전을 보면, 마당은 집의 앞뒤나 어떤 곳에 닦아놓은 탄탄하고 평평한 땅이라고 나와 있다. 또 마당이란 말이 들어가는 어휘도 몇 있다. 마당맥질은 우툴두툴한 마당에 흙을 이겨 고르게 하는 일이고, 마당질은 곡식의 이삭을 털어 거두는 일이다. 땅과 직접관계가 없는 말로 마당발이 있다. “볼이 넓은 발을 뜻하는데, 사귀는 사람이 많다든가 혹은 교제의 폭이 넓은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마당과 같은 말에 뜰이란 것도 있다. 또 마당이나 뜰은 우리말이지만, 한자로 된 庭園(정원)이란 말도 있다. 정원이라고 하면 서양식의 큰 공원도 연상된다. 내가 오래 전에 가 본 미국 펜실베니아의 큰 식물원인 Longwood Gardens는 아주 크다. 초원인지도 모른다. 정원과 공원의 구분이 애매하다. LA근교 Getty VillaHerb Garden도 인상에 남은 곳이다. 아니 Villa전체가 큰 정원이다. 정원은 도처에 있다. 고대 로마인의 집에는 대부분 정원이 있었다고 한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어도 백악관에는 Rose Garden이 있고, 유럽의 궁전들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또 정원하면 일본정원이 떠오른다. 대개 인공 연못이 있고, 자연풍경을 축소한 듯 보이게 만들었다. 茶道(다도)와 연관이 있다. 차를 마시기 전에 정원을 보면서 마음을 정화한다고 한다. 한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근년에 가 본 곳으로는 요코하마의 산케이엔(三溪園)이다. 메이지(明治) 말부터 다이쇼(大正)시대까지 제사(製絲)와 생사(生絲)로 거부가 된 하라산케이(原三溪)가 조성하였다. 명승으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여기서는 차도 마셨다. 또 교토의 킨카쿠지(金閣寺)도 정원으로 둘러싸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곳은 미시마유끼오(三島由紀夫)의 동명의 소설로 더 유명한지도 모른다.

   중국에도 정원은 지천이다. 북경의 이화원(頤和園)도 매우 큰 정원이다. 정원이라기보다는 공원이고 궁전이다. 역사도 오래고 명칭도 처음엔 청의원(淸漪園)이었다. 청말 서태후(西太后)가 해군경비를 유용하여 증축하는 통에 자금부족으로 북양함대(北洋艦隊)는 포탄과 화약이 딸린 상황에서 일본과 싸웠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안다. 청일전쟁에서 졌다. 그런 선입감 때문인지 이화원은 두어 번 가보았으나 별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다. 나라의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딴 데다 허투루 쓰면 결과가 어떻다는 것은 동서고금이 같다. 나라가 망한다.

   이화원보다는 차라리 소주(蘇州)의 졸정원(拙庭園)이 낫다. 또 사자림(獅子林)도 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구검지(虎丘劍池)가 있다. 운암사(雲巖寺)란 절이 있고, 그 한쪽에 기울어진 높은 탑이 특이하다. 이 탑을 보자면 피사(Pisa)의 사탑이 연상된다. 호구라는 언덕은 전체가 공원이다. 본래는 인부 10만 명이 흙을 쌓아 만든 춘추시대 말 오나라의 합려(闔閭)라는 왕의 무덤이라는데, 코끼리도 동원되었다고 하니 힘든 공사였을 것이다. 그 왕이 칼을 좋아하여 명검 3천개를 묻었다는 고사도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진시황(秦始皇)과 삼국시대의 손권(孫權)이 그 칼을 찾기 위해 무덤인지 언덕인지를 파헤쳤기 때문에 이곳이 연못이 되어 검지[칼의 못]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갔었다. 규모는 크나 정돈된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립공원도 많다. 22개나 된다고 한다. 서울에는 남산공원, 삼청공원, 효창공원, 탑골공원 등이 있다. 또 요절한 가수 배호(裵湖, 1942-1971)안개 낀 장춘단공원도 있다. 한강공원도 몇 있다. 또 도()마다 도립공원이 많이 있다. 용인의 에버랜드나 도처에 산재한 수목원도 공원 축에 들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정원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시대에 만들어진 정원 혹은 공원은? 얼핏 생각나는 것이 창덕궁의 후원(後苑: 흔히 秘苑이라 함)이다. 왕실의 정원이다. 덕수궁이나 경복궁과 같은 다른 궁에는 마당이야 있겠으나 정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사직공원(社稷公園)도 있다. 조선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종묘와 함께 조성한 사직단(社稷壇)에서 비롯되었다. 기곡제(祈穀祭)와 기우제(祈雨祭)를 여기서 지냈다. 곡물신(穀物神)에 제사를 드려 풍년을 기원했다. 일제가 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의 풍년을 시기했던 모양이다.

   마당으로 시작한 글이 이상하게 다른 이야기들로 흘렀다. 정작 마당은 사라진 것일까?

 

최명(서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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