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37) 패션 2

 

[석양에 홀로서서가족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이 생각 저 생각이란 제목으로 어쩌다 변변치 못한 글을 몇 번 쓰다 보니 해가 바뀌었습니다. 다사다난한 한 해라고 흔히 말하지만, 경자년은 온 세계가 그랬습니다. 대한민국은 더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축년은 좀 다른 해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최명 올림.]

 

    맨발이라고 하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있는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의 유명한 돌아 온 탕자가 생각난다.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용서를 비는 탕자의 왼 발은 맨발이다. 벗겨진 신발도 보인다. 그런데 그 탕자인 아들을 측은히 여긴 아버지는 종들에게,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고 했다. (누가복음1522.)

    “신을 신기라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신은 신고 다닌 모양이다. 그러나 발을 감싸는 양말 따위는 없다. 고대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에는 신은 신되 발은 맨발이 보통이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나체화 말고는 유명한 그림에서 맨발은 드물다. 근자에는 맨발로 춤추는 댄서들도 있으나, 댄서들은 예쁜 신을 신는다. 드가(Degas, 1834-1917)무대 위의 무희도 발레화를 신었다.

    발레화라고 하니 왕년의 명화 분홍신(The Red Shoes)(1948)이 생각난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동화 빨간 구두가 모티브인 영화다. 구두는 예뻤는지 모르나, 동화에서와 같이 영화의 주인공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빨간 구두가 비극과 연관이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난 회의 노래 빨간 구두 아가씨의 주인공도 비극을 맞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편 발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구두는 행운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리구두의 주인공인 신데렐라(Cinderella)는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일생을 보낸다.

    갑자기 이백(李白)월려사(越女詞)란 시의 첫 수가 떠오른다.

          長干吳兒女(장간오아녀) 장간의 강남 여인들

        眉目艶星月(미목염성월) 얼굴이 달 같고 별 같네

        屐上足如霜(극상족여상) 나막신 신은 발은 서리 같이 희고

        不著鴉頭襪(불착아두말) 까마귀 머리 같은 버선은 안 신어도 예쁘네

버선을 신지 않은 여인의 흰 발이 이백에게는 매혹적이었던 모양이다. 또 그 제4수에서 이렇게 읊었다.

          東陽素足女(동양소족녀) 강남 동양의 맨 발의 여인

        會稽小舸郞(회계소가랑) 회계의 뱃사공과 사랑을 한다네

시인은 시인이다. 나막신 속의 발이나 맨발이나 가리지 않았다. 다 예쁘다.

     또 맨발이라고 하니 맨발의 백작부인(The Barefoot Contessa)(1954)이란 오래 전 영화가 떠오른다. 영화감독인 해리 도즈[Humphrey Bogart]가 한때 여배우였다가 백작부인이 된 마리아[Eva Gardener]의 장례식에서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젊고 아름다운 댄서인 마리아를 할리우드로 데려와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와의 사랑은 실패한다. 그녀는 빈센초 백작[Rossano Brazzi]과 결혼하게 되나, 우여곡절 끝에 남편에 의하여 살해된다.

    어떤 영화를 보고 온 친구에게,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연애하다가 결혼한 얘기라고 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맨발의 백작부인겉으로는 화려한 삶이나, 내면은 그렇지 않고, 끝은 비극이라고 답하면 되는 영화다. Contessa는 이탈리아어로 백작부인이다. 영어의 countess.

    또 Barefoot in the Park(1967)란 영화도 있다. 뉴욕 그린위치 빌리지의 5층 아파트에 사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제인 폰다(Jane Fonda)와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다. 지금 보면 재미없을 것 같다. 명화라도 오래된 것은 대체로 그렇다. 한국영화에도 맨발이 제목에 나오는 것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이다. 깡패와 부잣집 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신성일과 엄앵란이 주연이다. 맨발이 제목에 나온 위의 두 영화는 모두 비극이다. 그래 내가 맨발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날씨가 추워지니, 맨발은 사라졌다. 겨울의 장점이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추기: 사전을 보면, 맨발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발이다. 양말이고 신이고 안 신은 상태다. 그런데 신은 신었어도, 양말이나 버선을 신지 않은 경우도 맨발이라고 한다. “넌 맨발에 구두를 신었니?”라고 하는 경우다. 어렵다!]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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