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31(내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가)

 

내가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가

    나의 일생에서 팔십 대는 그럭저럭 무난히 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칠십 대에 비하여 팔 다리의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팔십 대 후반 고개를 넘으면서 구십 대에 접어드니 밤중에 화장실을 갈 때만 조심하게 되는 것뿐 아니라 대낮에 혼자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것 또한 여간 불안하지 아니하다. 그것은 연로한 까닭으로 내 신체가 직립자세를 취하거나 보행을 함에 있어 균형을 잡기가 어렵게 된 탓이다. 아직 어지러운 증세나 그밖에 안 좋은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아흔 세 살까지 산다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예전엔 잠을 잔다는 것이 참 즐거웠다. 나는 자리에 누워 귀가 베개에 닿기만 하면 얼마 뒤에 잠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새는 짧게 한잠 자고나면 반드시 눈을 뜨고 일어나 책을 보건 TV를 보건 서성거리다가 다시 잠을 청하게 된다. 이런 살림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근거 중에 하나는 젊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일 같은 몸에 해롭다는 짓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머님을 따라 교회에 다녔는데 1930~40년대만 해도 흡연이나 음주는 반 신앙적 행위였고 그 당시에 내가 그렇게 한 것은 나의 종교의 일부였다.

    오늘은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내가 학생시절만 해도 담배도 물지 않고 술잔도 주고받지 않는 나를 매우 괴상한 사나이로 보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다 좋은데 금주, 금연 때문에 재미가 없는 사나이라는 비난도 들었다. 그러나 왜 술도 담배도 배우지 않았소라고 따지는 자는 요새는 한 사람도 없다. 요즘은 그 유혹들을 잘 물리친 나의 행동들이 정상인 시대라 칭찬을 받고 있지만 내가 젊은 시절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석양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내 꼴은 한심하지만 내 마음에는 평화가 있다. 하나님이 내 마음에 허락하시는 그 평화다. 나의 일생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일생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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