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30) 무애 양주동 6

 

    위에서 무애는 유엽과 더불어 장야지음을 즐겼다고 했다. 무애는 술에 취했고, 유엽은 문학담론에 취한 것이다. 유엽은 어떤 사람인가? “나와 동갑, 술과 한문은 비록 나만 못하나 미남자, 멋쟁이요, 동서의 성악, 기악, 아울러 신시(新詩), 외극(外劇) 등 여러 방면에.......영롱한 재주를 가진 친구였다.......불문학에, 연애에, 나보다 일일지장(一日之長)이 있다고 하였다. 한문은 그렇다 치고 술만은 당신이 훨씬 더 천혜(天惠)를 입은 것이다. 그러니 장야는 장야라도 무애의 그것은 음()의 장야였고, 유엽의 그것은 담()의 장야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다. 한번은 나의 거나한 호흥(豪興)에 군이 자못 벽역(辟易)하였다는 것이다. 사전에 나오는 벽역의 의미는 두려워하여 물러남또는 물러나 피함이다. 유엽이 벽역하였다는 것은 술 취해 떠드는 무애를 피해 어디론지 혼자 사라짐을 말한 것이다. 술 취한 친구를 두고 떠났다면, 다소 의리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랬으랴 싶기도 하다. 무애는 또 엽군은 문학을 한다, ‘연애’---‘실연을 한다, 하는 통에 예과를 중퇴하고 귀국하여 한때 해인사, 유점사 어디로 입산수도, 뒤에 가사 장삼에 송낙 바랑으로 서울의 거리를헤매기도 했고, 금성창간호에 낙엽이란 센치한 단장(斷章)을 실었다고 하였다. 단장은 시문(詩文) 중의 한 토막을 말하는데, 아마 긴 시의 일부를 게재한 것이다. [유엽은 1931님께서 부르시니란 시집을 냈고, 소설집과 수필집도 발간하였다. 한때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지내기도 했으나, 6.25후 불교에 귀의하여 경기도 고양군의 쌍수암의 주지가 되었다. 무애의 말대로 그가 금성시대에 입산수도를 하고 다녔다고 하면, 그때 이미 불교에 대한 그의 뜻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그였기에 무애의 호흥에 벽역한 일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면 백기만은 어떤가? “백군은 대구 산. 그때 백웅(白熊)’이라 호()하였는데, 고수머리, 가무잡잡한 얼굴을 가진 단구(短軀)의 청년---야성적인 품이 을 연상케 하나, 극지(極地)의 백웅은 아닌 소흑웅(小黑熊)’, 그도 역시 시작을 제법 한다하며, ‘데카당취미에도 나와 동조라 한다.” 무애의 말이다. 이 세 문학청년이 같은 예과 불문학과에 다녔으니, 그 친밀의 정도는 짐작이 간다. 그런 그가 가정 사정인지 그의 방랑벽의 소치였는지, 예과 2년 때에 진작 학업을 중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애는 금성시대를 지내고, 1925년 다시 도일(渡日)하여 영문과로 전학하여 공부를 계속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무애는 유엽과 백기만 보다는 덜 천재벽을 가진 된 나의 다행한 결과라고 겸손을 떨었다.

    백웅 백기만은 금성창간호에 북극의 곰」 「은행나물 그늘등 혹은 야성적인, 혹은 아늑한 감성을 노래한 작품들을 실었다고 무애는 회고했다. 야성적인지 혹은 아늑한 감성을 표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아래에 그의 은행나무 그늘을 적는다.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을 때

    이상하게도 두 뺨이 타오르고 가슴은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바느질만 하였어요.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떠날 때에도

    여전히 그저 바느질만 하였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이에게 선물하였는지 알으십니까?

 

    나는 그이가 돌아간 뒤에 뜰 앞 은행나무 그늘에서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노래를 불렀어요

    우리 집 작은 고양이는 봄볕을 훔빡 안고 나무가리 옆에 앉아

    눈을 반만 감고 내 노래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니, 내 노래가 무엇을 말하였는지 누가 알으시리까?

 

    저녁이 되어 그리운 붉은 등불이 많은 꿈을 가지고 왔을 때

    어머니는 젖먹이를 잠재려 자장가를 부르며 아버지를 기다리시는데

    나는 어머니 방에 있는 조고만 내 책상에 고달픈 몸을 실리고

    뜻도 없는 책을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 책에서 보고 있었는지 모르시리다.

 

    어머니, 나는 꿈에 그이를, 그이를 보았어요

    흰옷 입고 초록 띠 드리운 聖者같은 그이를 보았어요

    그 흰옷과 초록 띠가 어떻게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누가 알으시리까?

    오늘도 은행나무 그늘에는 가는 노래가 떠돕니다

    고양이는 나무가리 옆에서 어제 같이 조을고요

    하지만, 그 노래는 늦은 봄바람처럼 괴롭습니다. [異河潤 編, 詩集, 119-121.]

 

    어휘는 어렵지 않으나, 의미가 어렵다. 백기만은 3.1운동 당시 대구에서 학생시위를 주도했다하여 투옥된 적도 있고, 광복 전까지 항일정신이 투철했다고 한다. 위의 시는 조국의 광복을 기원한 노래였다는 생각이 든다.

 

최명(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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