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25 (성욕은 필요악인가)

 

성욕은 필요악인가

    부산 피난 시절에 전국 YMCA 연합회에서 출판부 간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보다 나이는 3~4세 위이고 일찍이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자격은 있었으나 안수는 받지 않은 김 모라는 재주 있는 일꾼이 있었다.

    연합회에서 부산 아미동에 비교적 큰 집을 한 채 구입해서 전국의 YMCA 관련자들을 수련시키고 지도하며 그는 나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과 방을 같이 쓰며 숙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재주는 있지만 성격상에 무슨 문제가 있는 사람 같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가 자진하여 그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방에 난로를 들여 놓거나 연료를 사오게 되면 비용을 둘이 나눠 내야 마땅한 데도 이 사람은 자기 몫을 내려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그렇지만 무척 재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무 불평도 없이 얼마동안 같은 집에서 우리 두 사람은 정말 잘 지냈다.

    그 사람이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70년 전에 듣고 이 얘기를 누구에게도 한 적은 없다. 그는 결혼하여 딸이 하나 있고 부부가 모두 신앙생활을 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부부가 함께 한 약속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기도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나에게 고백하였다.

    “그런데 기도를 하고 나면 성에 대한 욕망이 다 잠잠해지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해도 전혀 되지가 않더라고요

    나는 그의 그 한마디에 상당한 진리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스라엘 민족의 원조인 아브라함은 기도하여 이삭을 얻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친구의 그 말을 듣고 난 후에는 이삭은 그가 기도해서 얻은 아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례 요한도 그렇다. 그 또한 결코 기도해서 얻은 아들은 아닐 것이다. 이 친구의 논리대로 기도한 후에는 그런 욕망이 시들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그 아들들을 기도만을 통해서 낳을 수 있었겠는가.

    에덴동산에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 그들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따서 먹었고 그 죄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나 고생을 하게 되었다고 성서에는 적혀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오늘날까지 그대로 살아 있어야 하고 지구는 코로나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사도바울은 로마인서와 갈라디아서를 기술하면서 인간의 성욕을 미워하였고 <부활>의 저자 톨스토이는 <크로이처 소나타>를 쓰면서 성욕을 저주하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바울이나 톨스토이에게도 반성의 여지가 있는 거 아닐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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