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切磋琢磨) 유감

 

이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시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뜻은 뼈를 자르는 것을 절(切)이라 하고, 상아를 다듬는 것을 차(磋)라 하며, 옥을 쪼는 것을 탁(琢)이라 하고, 돌을 가는 것을 마(磨)라고 한다. 절차탁마는 귀한 기물을 만들며 또 사람의 학문에도 큰 성취가 있으려면 이와 같이 갈고 닦고 조이고 다듬는 절차탁마를 해야 된다고 보았다. (骨曰切, 象曰磋, 玉曰琢, 石曰磨. 切磋琢磨, 乃成寶器. 人之學問知能成就, 猶骨象玉切磋琢磨也.)」(《논형(論衡)〈양지(量知)〉》) 특히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도 방치하더라도 큰 인물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갈고 닦고 저미는 이런 피나는 노력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걸출한 인물이 된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여기 관련하여 문득 생각나는 것이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선생, 내셔널전기와 파나소닉의 창시자였고 최고의 경영대가로 일컬어지고 전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어른이다. 이분이 경영의 요체로 강조해 마지않는 것이 절차탁마다. 신입사원들을 그냥 보질 않고 원광석으로 비유한다. 원광석은 갈고 닦고 다듬고 하는 엄중한 훈련과정을 거치질 않으면 성숙된 책임 있는 경영자로 성장할 수 없다. 그것은 원광석을 그대로 두면 다이아몬드가 들어가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돌에 불과하다. 갈고 닦고 조이고 다듬는 노력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입사원은 그러한 아프고 힘든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책임 있는 사원이 되고 축적된 경험과 노력을 통해서 간부로 육성이 되고 나라의 인재가 되어 진다. 이것을 절차탁마의 과정으로 본인은 표현하고 싶고 우리의 생명은 절차탁마에 있다. 교육훈련의 과정이라고 강조해 마지않았고 이것이 일본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동력이었으며 이어서 나라의 지도자를 육성하고자 하는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관련해서 살펴볼 일화가 몇 가지 더 있다. 언젠가 삼성물산의 창업회장인 이병철 회장께서 한창 공사 중인 포항에 오신 적이 있었다. 브리핑을 끝내고 환담하는 시간에 말씀을 나누며 질문 드렸다.

“선생께서는 ‘삼성’이라는 대업을 이루시는데 재무중심으로 경영을 이끄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특별한 연유가 있습니까?”

이에 대해 한참 생각하다가 이 어른이 파안대소하면서

“무슨 말인지 알아. 세상에서 나를 ‘돈병철’이라고 한다는 얘기도 내가 듣고 있어. 그러나 그것은 나를 대단히 잘못 본 것이야. 나는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삼성’이라는 수련과정을 통해서 갈고 닦고 다듬어서 우뚝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낙이야. 따라서 삼성에서 자란 사람이 삼성에만 있질 않고 국가기관에, 기타 다른 기업에 가더라도 좋으니까 우뚝한 인재로 성장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없는 낙이야.”

결과적으로 이 어른도 절차탁마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지 경영간부로, 우뚝한 사회의 지도자로 설 수 있음을 강조해 마지않으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경영자는 인간의 대장장이(Blacksmith of Human Nature)라는 서양의 이론과도 공통성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예를 인용하고자 한다.

대법관을 역임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하시고 대학에서 채권론을 오랫동안 강론했던 주재황 판사의 경우다. 통상 채권론 강의는 다른 교수들의 경우는 채권총론을 하고 이어서 다음 학기에 각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통례이나 사물의 현장에 부딪혀서 실제체험을 확인하고 그것을 역으로 도출하여 원리를 찾아내 총론으로 귀결하는 것이 낫다는 신념을 가지고 채권각론부터 강의를 했던 특이하신 경력의 소유자다. 강의가 끝나고 또는 강의 틈서리 여백시간이 생길 때 이 어른이 강조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여러분들은 대학 4년간을 소홀하게 보질 마시라. 사람을 훈련시켜 나가는 여러 가지 제도와 기법이 있으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랜 세월을 거쳐 갈고 다듬어서 대학 시스템이 형성되었고 4년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책 자체만 강론으로 보질 말고 마치 백두산에서 떨어진 돌이 울퉁불퉁 거칠고 모가 나고 각이 졌으나 흐르는 물에 흘러 흘러서 압록강을 타고 바다에 이르게 되면 모난 돌이 전부 다듬어지고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에는 반들반들하고 단단한 조약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시간에는 친구들과 농담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들락거리는 분위기에서 자기도 모르게 젖어들고 성장하면서, 또 선생이 강의를 할 때도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그 분의 전 생애가 응축되어 내뿜는 정수가 전달이 되는 것이니 그 분위기, 그 인격, 그 체험, 그 지식, 이 모든 것이 한 덩어리가 되어 교감이 이루어지고 자기도 모르게 사람이 다듬어지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이 된다. 마치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나가서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더라도 그 흘러내리는 물을 통해서 콩나물이 쭉쭉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이런 원리를 생각하여 대학의 의미와 대학 생활을 최대화 하도록 노력을 하길 바란다. 이런 기간은 일생에 다시없는 기간이니까 친구를 사귀고, 서로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학회활동도 참여하고, 교수의 전 인격을 흡수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크게 필요하고 그런 과정을 거친 제군들은 그 장래를 보장할 수가 있겠다.” 라는 말씀을 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해서 우리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상을 겪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고 모임을 갖는 것을 기피하게 되고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아주 왜소한 인간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니 천박하기 짝이 없고 이 사회가 어디로 갈까가 염려가 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대학에 전념해야 될 학생들의 경우 대면강의나 교육은 금지가 되고 영상강의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지식의 전달은 영상강의로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재황 선생이 걱정해 마지않던, 또 마쓰시타 고노스케 선생이 걱정해 마지않던 절차탁마의 과정, 대면교육의 효과성, 이 과정은 전부 다 생략된 채로 영상만으로 지식전달이 될 때 나오는 후학들은, 인격체들은 어떤 모습이 될까? 절차탁마의 과정이 없고, Man to Man, Face to Face의 접촉이 없었던 이러한 인격체가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면 이 나라, 이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따라서 의료당국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는 모르나 이런 와중에서도 희망과 신념을 가지고 사회적 거리유지, 또 면역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도 대면교육, 인간접촉, 문화교류, 절차탁마의 과정은 계속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이것은 코로나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전쟁은 일반 전쟁이나 다를 바가 없다. 전쟁에서는 전사자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돌진해 나가는 것이 전쟁에 임하는 군인의 자세다. 우리가 전장에 임하는 입장에서는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 이병철 선생의 인간교육, 주재황 대법관이 강조해 마지않던 원광석의 다듬어짐 같이 그 기회를 만들어주고 계속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본인들 스스로 돌파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곁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면역체에서도 볼 수 있다. 같은 어린아이라도 어떤 녀석은 솜으로 싸서 키우더라도 일 년 열두 달 감기를 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벌거벗고 개천에서 놀게 하더라도 건강한 아이가 있다. 바이러스가 골라가며 찾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면역력이 강한 아이는 견뎌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접촉의 기회를 최소화 시키면서도 면역력을 강화하여 돌파시키도록 하고, 용기를 북돋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도록 몰아주고, 대면교육을 하나도 못 받고 영상교육으로 지도자가 지식흡수만 되는 이런 못난 양상은 극복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절박한 생각이 든다. 여기에 관련하여 좋은 의견과 가르침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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