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20 (내가 물려받은 종교)

 

내가 물려받은 종교

    새로운 종교를 만드는 사람은 역사에 몇 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가도 얼마 뒤에는 그 종교의 뿌리조차 찾을 길이 없다. 그래서 종교는 물려받는 것이라고 해도 잘못된 말은 아니다.

    나는 개신교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신교인으로 살고 있다. 16세기의 종교개혁을 계기로 기독교라는 큰 울타리 안에 두 갈래의 이질적 종교가 공존하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같은 성서를 읽고 성탄절이나 부활절 같은 명절을 같은 때 즐기는 천주교와 개신교는 한 종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천주교의 미사나 성모마리아 예배에서 은혜를 받았다고 믿은 적이 없기 때문에 천주교의 성당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도 천주교 신자들 입장에서는 개신교가 가지는 예배가 소란하게 느껴질 것이고 은혜가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이야기지만 만일에 기독교라는 종교와 회교라는 종교가 사생결단을 위해 한판승부를 겨루는 날이 온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어떤 형태의 전쟁이 될지는 모르지만 두 종교가 크게 충돌하는 일이 올 것만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중세의 십자군 원정을 오래 전에 내려졌던 잘못된 종교적 판단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게 요즘의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신도들 가운데, 천국이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이 있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같은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천국이 있다는 위로마저 거부한다면 알라의 신을 철두철미 신용하는 회교도들을 기독교인들이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 하도 많아서 뭐라고 한마디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나의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이 종교를 끝까지 간직하고 지키며 살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것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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