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시간이 마주치는 곳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 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얼마 전만 해도 매주 수요일 오후 5시가 되면 인사동은 북적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사동의 많은 갤러리들은 수요일 오후 5시가 되면 동시에 전시오프닝을 했다. 그래서 한집 걸러 전시장을 순회하고, 붙어있는 식당의 전시 뒤풀이를 번갈아 다니기도 또 어느 때는 몇 차례 돌고 난 후에 작가들끼리 합석하며 3차까지 보낸 적 있는 전설의 인사동이다.

 

그 인사동이 지난 몇 년간 화랑가의 불황으로 전시들이 줄더니 올해는 코로나19로 오프닝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공공미술관이 아닌 갤러리들은 전시는 진행하지만 오프닝잔치를 할 수 없다 보니 전시장은 썰렁하고, 거기다 담소도 하지 말라니 모두들 마스크를 쓴 채 멀리서 눈인사만 하는 이상한 퍼포먼스가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면서 본질에 대한 탐구, 시간에 대한 탐구를 하며, 지나온 시간, 현재의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물질화 시킨 김지혜 개인전 시간과 시간이 마주치는 곳에서’( 2020. 9. 2~ 9.20)전시가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쓰여 있는 작가의 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그리고 복합적인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서 버텨오면서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 작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있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해결되지 않은 복잡한 마음으로 한 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것은 가장 익숙한 것, 늘 해오던 일들의 시작이었다.

반복해서 흙을 쌓아올리고, 문지르고, 두들기고, 그와 같이 자리를 맴돌고..

나에게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어떤 의식을 수행하는 과정과도 같다.

반복적 행위 속에서,

그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비우고 점토와 그리고 궁극적 존재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중략~ “

 

전시 오프닝을 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평론가, 미술계의 선후배, 그리고 스승으로부터 듣는 칭찬과 따뜻한 말 한마디, 또 따가운 질책을 들으며 새로운 각오를 하는 귀한 순간이다. 또 지난 어려운 시간들은 잠시 잊고 그리운 친지들과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내 작품을 나 스스로 점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이런 시간들이 언제 다시 올는지? 현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에서 작가 김지혜는 본인이 늘 해오던 흙을 주무르고 또 쌓아올리는 일을 반복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시간을 마주치는 경험과 작가가 제작과정에서 느꼈던 수행적 측면을 관람객들이 느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멀지않은 작품과의 거리에서 따뜻한 흙의 온기를 느끼며.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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