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에도 붓을 놓지 않은 화가의 열정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 선생! 방명록 이름을 보고 어제 다녀간 걸 알았네요. 전화번호를 몰라 박관장 보면 물어서 전화하려 했는데 마침 같은 동네에 사는 이 선생 동창을 만나 전화를 걸었다오.” 신금례 대선배님의 전화를 받으니 전시장을 더 일찍 왔어야 되는데 뒤늦게 그냥 불쑥 다녀온 것도 죄송한데 송구함이 가득하다. ‘코로나19’로 전시오프닝을 안하고, 미술관이 닫혔다 열렸다 반복하는 바람에 거의 전시막바지에 전시장을 찾은 후 받은 전화다.

 

2층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전시장의 높은 천정을 뚫고 치솟아가 오르는 듯 흑백의 선들로 가득한 대형 작품을 보는 순간 작품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흑백사진 같이 담백하나 힘이 강한 선으로 가득한 작품은 종전에 그려왔던 심금례의 그림과는 전혀 다름에 그저 놀라기만 한다. 95세의 강한 필치에 놀라고, 95세에도 이렇게 새로운 표현으로 도전하는 용기에 놀라고 또 그 그림이 젊은이의 현대미술을 보는 것 같이 신선하여 놀란다.

 

1945년 우리나라 최초로 미술대학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신금례(1926- )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1회 졸업생이다, 1949년 졸업 후 교육자로, 화가로, 또 미술계를 이끈 리더로서 한국화단의 산증인 신금례는 95세인 오늘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신금례가 걸어온 예술여정의 심도와 가치를 되짚어보는 환기미술관 특별기획전 신금례 화의(畫意)’(2020. 6.12~ 8.2)가 환기미술관 별관에서 열렸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암울한 시대에서 살았던 많은 여성 화가들이 꽃을 그려왔다. 심금례도 꽃을 그리는 대표화가중 하나다. 신금례는 1972년 첫 개인전 이래로 산책길에 만나거나, 정원에 손수 키웠던 늘 가까이하는 민들레, 금낭화, 나팔꽃, 엉컹퀴나 여행지에서 발견한 특이한 한 꽃에 강한 인상을 받아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신금례가 그린 꽃은 그 시대 다른 화가들의 사실적인 표현과는 다른 반 추상에 가까운 꽃 그림이다.

 

신금례는 환기미술관 초대전을 받으며 종전의 꽃 그림이 아닌, 장지위에 사실적이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파스텔 톤 드로잉 작업을 하던 중 코로나를 맞게 되어 꼼작 없이 집 콕으로 그림그리기에만 몰두한다. 근래의 드로잉 작업은 예년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소재, 재료, 표현방법으로 장지에 먹으로 드로잉 한 흑백 대형작품들로 마치 시공간적 확장성을 가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며 사유케 하는 공간이다.

 

95세에 이르기까지 붓을 놓지 않은 화가의 열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또 위로가 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95세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능력에 감탄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소재가 우리가 매일 거닐며 마주하는 풀이나 꽃, 나무는 자연의 친근함을 느끼며, 요즈음 같이 지쳐있는 우리에게는 그림을 보며 자연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 평온을 준다.

 

대선배님의 열정과 도전에 나도 자극을 받아 작업실 청소부터 서두른다.

    

신금례 선배님의 100세 전시를 기다립니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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