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5) 설거지론(論) 2

 

설거지론() 2

     나의 설겆이방법론인 이순신전법을 좀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첫째, 설겆이는 먹고 난 후그릇을 씻어 치우는 일이다. 그러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씻을 그릇이 나온다. 아내가 오이소박이를 담그든지 요리를 할 적에, 내가 옆에서 시중을 들다보면 양푼, 양념그릇, 도마, 칼 따위를 씻어야 된다. 하나든 둘이든, 나오는 대로 주방세제(비누), 경우에 따라서는 소다(soda)로도, 씻어 건조대에 일단 엎어놓는다. 식기세척기(dish washer)가 있으나, 단한 번 쓴 일이 없다. 17년 전 반포에서 방배동으로 이사 올 적에 누군가가 준 캐스케이드(Cascade)란 상표의 커다란 가루비누통이 뜯지도 않은 채 어느 구석에 있다. 버리기도 무엇하고, 오래되어 이젠 누구에게 주기도 무엇해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둘째, 남은 음식을 보관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작은 그릇에 옮기고 큰 그릇은 씻는다. 다른 집에서도 보통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의 보관법을 우리 집에서는 지수식()”이라고 한다. 내가 사랑하는 명지대학교 이지수 교수가 그런 방식으로 남은 음식을 처리 보관한다는 말을 들은 후 생긴 말이다. 사기그릇, 글래스록(Glasslock), 코렐(Corelle)같은 유리그릇에 보관할 것도 있지만, 만만한 것이 록앤록(Lock & Lock)이다. 집록(Ziploc)도 있다. 또 우리나라 제품으로 록스타(Rock Star)도 훌륭하고, 그 보다 JA JU란 상표의 그릇이 일품이다. 바닥은 금속이나 뚜껑은 플라스틱이다. 지수식을 위한 작은 그릇 걱정은 없다.

     셋째, 씻은 그릇이 마르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마른 수건으로 바로 닦아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둔다. 젖은 그릇은 건조대에 잠시 머물 뿐이다. 건조대가 비어있어야 내 속이 편하다.

     넷째, 냄비고 밥솥이고 후라이팬이고 안팎으로 말끔히 닦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쇠솔도 쓴다. 밥솥에 따라 다르겠으나, 우리 집에서 쓰는 Cuckoo전기밥솥에는 뚜껑아래 동그란 금속판이 달려있다. 그것을 분리하여 앞뒤를 씻는다. 또 솥의 뒷면에는 작은 물받이가 있다. 그것도 매번 씻는다.

     다섯째, 씻고 닦는 것은 식기만이 아니다. 냉장고 문에 묻은 손자국 같은 것도 닦는다. 전기레인지 혹은 가스레인지에 흘리거나 튀긴 음식물도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고, 식탁도 깨끗한 행주로 훔친다. 마른 행주가 뒤따른다.

     여섯째, 행주를 빤다. 행주에는 세균이 잘 번식하기 때문에, 가끔 전자레인지에 넣어 약 1분간 돌리고 나서 말린다. 그러면 웬만한 세균은 죽는다. 전에는 행주를 삶아 빨았다. 그 대신이다.

     일곱째, 싱크대를 비누로 싹싹 닦는다. 전에는 설거지를 하고 난 물을 개숫물이라고 하였다. 요즘은 그 말이 쓰이지 않으나, 개숫물의 물때가 싱크대에 끼기 때문에 매번 닦아야 한다. 또 매번은 아니라도 음식찌꺼기를 거르는 금속으로 된 망과 그 아래 물내려가는 구멍을 헌 칫솔로 닦는다. 하수구다. (수도꼭지를 上水口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전에는 수챗구멍이라 했다. 금속거름망은 일주일에 두어 번 저녁설겆이 후 유한락스를 푼 물에 밤새 담근다. 아침에 헹군다. 반짝반짝해진다. 금속거름망 아래에 넣는 싱크대세정제도 있다. 곰팡이, 악취, 물때를 제거한다고 한다. 부지런히 두 개씩 넣으나, 신통치 않다. 그래도 넣는다.

     여덟째, 저녁 설거지 후에는 음식쓰레기를 내다 버린다. 2리터짜리 봉투가 거의 매일 하나씩 나온다마지막이다.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들어와서는 부엌바닥을 훔친다. 부엌바닥용 걸레가 따로 있다. 그리고는 비누로 손을 씻는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면서 혹시 잘못된 것 또는 빠뜨린 것이 없나하고 뒤를 돌아본다

     일찍이 증자(曾子)가 말했다. “나는 매일 자신에 대하여 세 가지를 반성한다. 남을 위해 일을 함에 있어서 불충실하지는 않았는지? 친구들과 사귐에 있어서 신의를 잃은 일은 없었는지? 스승에게서 배운 것을 익히지 않은 것은 없었는지?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論語』 「學而4.) 자신을 반성한다는 것은 뒤를 돌아본다는 의미다. 코로나사태이후 삼시세끼를 집에서 먹는 날이 많다. 그러면 설거지가 세 번이고, 따라서 세 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돌아보는 것의 차원은 증자와 다르나, 하루에 세 번 돌아보는 보는 것은 같다. (계속).

 

최명(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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