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14 (일하기 싫거든)

 

일하기 싫거든

     서울 아현동 큰길가에 벽돌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박정희 대통령 때에 그의 딸인 박근혜가 총재가 되어 이끌던 <새마음 갖기 운동> 본부로 쓰였던 곳이다. 거기 있는 벽돌집들은 본디 우리나라 성결교신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고 신학교 교수들의 주택도 거기에 여러 채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 신학교 마당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도자 Stanley Jones 목사가 강연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1948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낙 유명한 복음전도자의 강연회인지라 입추의 여지가 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그의 강의를 들었다. 그 때 그의 설교를 통역한 이도 유명한 한국인이었다.

     그날 들은 설교에서 내 기억에 영원히 남아있는 말은 한마디뿐이다. 스탠리 존스는 기독교와는 상관없이 무신론적인 혁명을 통하여 만들어진 소련의 헌법에, 성서에서 인용한 말이 꼭 한마디 있다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데살로니가후서 310~12절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 우리가 들은즉 너희 가운데 규모 없이 행하여 도무지 일하지 아니하고 일만 만드는 자들이 있다하니 이런 자들에게 우리가 명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권하기를 종용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으라 하노라

     요한 칼빈의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청신호를 준 것은 자본주의가 건강하여 모두가 일을 열심히 하던 때였다. “열심히 벌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라그런 취지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 자본주의가 어떤 꼴이 되었는가. 잘 나가는 증권을 한두 가지 거머쥐고 있으면 한평생 놀고먹어도 되는 그런 세상이 자본주의 사회라 하면 자본주의는 자칫 잘못하면 건달들의 천국이 될 수 있다. “일은 안하지만 밥은 먹는다를 넘어 일은 안 하지만 잘 먹고 잘 산다” - 그런 세상은 잘못된 세상 아닌가.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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