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4) 설겆이론(論) 1

 

설겆이론() 1

     무슨론()이라고 하면, 보통 거창한 이론이나 주장을 말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맬서스의 인구론, 케인즈의 화폐론, 클라우제비쯔의 전쟁론 등 셀 수 없이 많다. 창조론도 있고 종말론도 있다. 그 가운데 인생론도 있다. 설겆이론은 나에게는 중요한 이론(?)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것이다. 이론이라고 했으나, 이론이라기보다는 실천이다. 설겆이에 관한 나의 방법론이다.

     설겆이는 먹고 난 후 그릇을 씻어 치우는 일이다. 설겆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한번이라도 안 해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 설겆이를 한 기억은 없으나, 군대에서는 많이 했다. 졸병들은 으레 돌아가며 식사당번을 했다. 배식도 하고, 식사가 끝나면 설겆이다. 식사당번을 일주일이고 하고 나면 옷에서는 물론 몸에서도 음식냄새가 밴다. 짠빵 냄새라고 했다. 짠빵은 남은 밥을 가리키는 殘飯(잔반)”의 일본식 발음의 변형이 아닌가 한다. 목욕도 빨래도 자주 할 수 없었으니, 짠빵 냄새를 맡고 지내야 했다. 다행인 것은 같은 냄새를 자꾸 맡으면 코가 마비되어 냄새를 잘 모르게 된다. 살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다가 또 설겆이를 하게 된 것은 유학 가서다. 처음엔 기숙사에서 주는 밥을 먹었다. 그런데 기숙사에서는 일요일 저녁은 주지 않았다. 마침 고등학교 때부터 잘 알던 가형(家兄)의 친구가 있었다. 일요일 저녁은 그 집 신세를 많이 졌다. 아이들을 봐주기도 하고, 설겆이를 했다. 밥값으로 한 것은 아니나, 무언지 돕고 싶어서였다. 또 방학이면 가형에게 가기도 했는데, 설겆이는 나의 독차지였다. 혼자 지취를 할 때, 설겆이를 해야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옛날이야기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설겆이는 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가사도우미인지 파출부인지가 오지 않은지가 10년이 가깝다. 아내와 둘이 사니, 이런저런 일이 많다. 다른 일도 해야 하나, 설겆이는 거의 도맡아 한다. 나는 나의 설겆이방법을 이순신전법이라고 부른다. 내가 흠모하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함자를 설겆이와 연관시킨 것은 황송한 일이나, 어려서 부르던 노래 때문이다. 먼저 그 노래를 적는다.

 

     먼 남쪽 바다로 침노하는 왜군을

     오는 대로 물리치신 우리장군 이순신

     그 손으로 만드신 신비로운 거북배

     이 세상에 발명된 철갑선의 왕일세

 

     몇 살 적인지 어려서부터 알던 노래다. 2절도 있음직하나 기억에 없다. 혹시 인터넷에 검색이 되나하여 찾아보았다. 성공하지 못했다. 인터넷검색은 이 글을 쓰다가 시도한 것이고, 나의 이순신전법은 위의 가사만으로 충분하다. “오는 대로 물리친다는 대목이 나의 방법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내 방법에 따르면, 설겆이꺼리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씻어 물리치는 것이 요점이다. (계속)

 

최명(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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