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13) “지자”莫如父 2

 

지자莫如父 2

     밤이 깊었다. 운장(雲長: 관우의 )이 막 자리에 들려 하는데, 후원에서 말 우는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 운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종인(從人)을 불렀다. 대답이 없다. 칼을 들고 후원으로 나간다. 주인 곽상의 아들은 땅에 쓰러져 울부짖고, 종인은 장객(莊客)들과 치고받고 법석이다운장이 종인을 불러 묻는다. 종인은 곽상의 아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적토마를 훔치려다 말에 채어 쓰러졌습니다.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나오니, 장객들이 달려와 오히려 저희들을 치려듭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어딜 감히 내 말을 훔친단 말이냐!” 운장이 화가 치솟아 꾸짖을 때, 곽상이 뛰어나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고한다.

     “불초한 자식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그 죄가 만 번 죽어 마땅하오나, 이것의 늙은 처()가 끔찍이 사랑하는 자식이오니 장군은 부디 너그럽게 용서하여주십시오.”하며 아내를 핑계 삼아 빈다.

     “이 놈이 과연 불초하오. 저녁에 노인의 말씀이 있더니, 참으로 知子莫若父. 내 주인의 낮을 보아 용서하리다.”

     아들이 그런 위인(爲人)임을 알고 있는 곽상은 속이 어떠했을까? 그래도 자식은 어쩔 수 없다. 관우에게 용서를 빈 것이다. 아비 된 죄다.

     자식을 잘 알았는지 몰랐는지 하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한다.

범려(范蠡)는 춘추시대 말의 월()의 명상(名相)이다. 월왕 구천(句踐)을 도와 오()나라를 무찌르고, 그를 패자(覇者)로 만들었다. 상장군이 되었다. 그러나 범려는 너무 커진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월을 떠나 제()나라로 갔다. ()란 땅에 머물며, 범려라는 이름을 감추고 스스로를 도주공(陶朱公)이라 불렀다. 아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교역도 하였다.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억만장자를 도주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생긴 말이다.] 막내아들도 여기서 낳았다. 셋째인 막내가 청년이 될 무렵, 둘째 아들이 살인을 하여 초나라 감옥에 갇혔다. 도주공이 말했다.

     “살인을 했으면 죽어 마땅하다. 그러나 내가 듣기로는 천금을 가진 자의 아들은 처형을 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막내아들에게 황금 한 자루를 주고 초나라로 가서 형을 구하라고 했다. 그러자 큰아들이 자기가 가겠다고 나섰다. 아버지는 승낙하지 않았다. 큰아들이 말했다.

     “장남은 집안일을 살피므로 가독(家督)입니다. 동생이 죄를 지었는데, 저를 보내지 않고 막내를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아버지는 제가 현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기를 보내지 않으면 죽겠다 협박했다. 그러자 어머니도 큰아들을 거들었다.

     “막내를 보낸다고 해도 둘째를 구할 수 있은 지 불확실한데, 큰애를 먼저 잃게 생겼으니, 이를 어쩌나? 큰애를 보냅시다.”

     아내에게 약한 것은 도주공도 어쩔 수 없다. 그래 큰 아들이 가게 되었다. 황금 한 자루와 편지를 초나라의 오랜 친구인 장()선생에 전하라고 하였다. 장은 초나라의 유력자였다.

     큰아들은 장에게 편지와 황금을 전했다. 장은 입궐하여 왕을 만났다. 효력이 발생했다. 대사령(大赦令)이 발표된 것이다. 큰아들이 생각했다. 대사령이 발표되었으니 어차피 동생은 석방된다. 그러면 황금은 안 줘도 되는 데 준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다시 장 선생을 찾아갔다. 황금을 돌려받았다. 장 선생은 청렴한 선비였다. 일이 성사되면 황금을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주공의 아들의 행동은 괘씸하다. 그는 다시 왕을 만났다. 대사령은 취소되고, 도주공의 둘째 아들은 결국 사형을 면치 못했다. [史記41, 越王句踐世家.]

     범려는 현명한 사람이다. 자식들을 잘 알았을 것이다. 큰아들은 가난할 때 자랐다. 재물욕심이 많다. 셋째는 그 반대다. 그래 처음엔 셋째를 보내려 한 것이다. 그러다 큰아들을 보내 결국 일을 망쳤다. 왜 그랬을까? 자식들을 잘 몰랐던 것일까? 나는 헷갈린다. 범려도 헷갈렸던 것일까?

     이 글의 제목을 나는 “‘지자莫如父라 했다. “지자에는 한자(漢字)를 쓰지 않았다. “지자는 한글이기 때문이다. “지자이기자의 반대말이다. “부모는 모름지기 자식에게 져야한다는 뜻이 나의 “‘지자莫如父인 것이다. 자식에게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도 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 말을 설명하느라 관우와 범려를 끌어들였다. 아들을 잘 알던 곽상도, 잘 알았는지 몰랐는지 분명치 않은 범려도 자식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애써서 이기려 하지 말자. 자식에게는 지자!” 하기야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도 있다. 지고 자시고 할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명(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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