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곡점에 서서

 

‘역사에는 만약(가정)이란 없다.’란 말은 많이도 듣고 그럴싸하게 알아왔다. 그 출전이 궁금하여 확인해보니 근거 없이 인용되는 것이 대다수였고 그나마 랑케(Leopold von Ranke), 카(Edward Hallett Carr),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 있을 뿐 이 역시 정확한 출처는 아니다. 아마도 이 말의 뜻은 이미 흘러간 사실에 대해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해도 그것이 되돌아오진 않고, 따라서 이것은 다룰만한 의미가 없고 시간의 낭비일 뿐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겠다. 그러나 지나간 세월에 대한 내용을 분명히 하고 또 살펴서 반성점을 찾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기준을 세우거나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않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는 소홀히 할 순 없을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가까운 사례를 보자.

전광훈 목사의 생명을 걸고 이끌어나간 헌신적인 노력의 결단으로 지난해 우리는 100만 명 이상이 광화문에 결집하여 구국기도를 드리고, 청와대 근처에서 철야기도를 드리고, 수개월에 걸쳐 서울역으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수백만의 인파가 모여서 기도하고 정성을 들이고, 함께 걱정하고, 함께 기뻐했던 놀라운 경험을 한 바가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유사 이래 처음 모인 대군중집회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된다. 물론 전부가 기독교 신도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들은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이 나라의 역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흔들리고, 시장경제원리가 흔들리게 되고, 개인의 인권이 흔들리게 되는 위기에 당면해서 어떻게 신앙의 자유가 없고, 개인의 권리가 보장 되질 않고, 공산사회를 이루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세력들의 준동을 보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불편한 몸을 이끌며 밤샘을 하면서 그 많은 군중들이 모여서 외쳤던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제1야당에서 흔쾌히 뛰어나와, 정치세력과 광화문 기독교 세력이 한데 어우러져 제2의 3‧1운동에 버금가게 할 수 있는 큰 결단의 역사가 이루어질 것을 희구해마지않았다.

절대로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민주화, 산업화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이룩한 위대한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여 공산화 세력에 굴종하려는 일부 세력을 척결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나라의 모습이 우뚝 일어서게 되는 큰 기대를 가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3‧1운동 때를 살펴보더라도 개신교 목사를 비롯한 기독교 관계자들이 33명 중 16명이나 되고 기타 천도교, 불교 이런 순이었다. 제2의 3‧1운동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큰 폭발력을 내재한 상황이었다. 마침내 옥고를 치르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제1야당의 힘을 결집하여 대한민국을 지켜달라는 간곡한 의사표현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술·전략적으로도 여당 측에서 공수처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검찰개혁 등 말도 안 되는 편파적인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고 할 때 뜻있는 지사들은 비분강개하여 야당에게 강력하게 주문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하여 관계자 일동의 목숨을 걸어라! 헌정질서가 깨지면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로텐더홀」을 완전 점령하라!”

그리고 선비의 도(道)는 見利思義 見危授命(견리사의 견위수명) 이익을 보거든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고 위험에 당면하면 목숨을 먼저 던지라는 안중근 의사의 외침이 귓전에 있지 않았던가.

그러면 경호권을 발동하여 강제 해산시킨다 하더라도 수적으로 불가능한 얘기고 백여 명의 각자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그 직을 내던지고 저항을 했다면 이와 같은 무골충 같은 비열한 패배는 없었지 않았겠는가.

황교안 대표의 주변 인사들 얘기를 살펴보니 논리가 어처구니가 없다. 얘기인 즉 이러하다. 보수 지지층이 전 유권자의 30%, 극좌 진보세력이 30%, 유동층이 40%다. 따라서 유동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좌편향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밟아왔다. 40%가 좌편향 된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이들은 지나간 20년 세월 동안 전교조를 통해서 대한민국은 이미 망했어야 하는 나라, 맥아더의 인천 상륙이 없었으면 이미 통일이 됐을 나라, 수구 친일파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전교조가 이런 교육을 실시하고 민노총 등의 세력이 우리사회를 좌편향적으로 끌고 가는 동안 보수우익 진영에서는 무엇을 했는가? 보수우익 진영은 그동안 오직 개인의 안위에만 매몰될 뿐, 웰빙에만 탐닉 할 뿐 이렇다 할 지도자 양성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닌가! 좌파세력에 영합하기 위해서, 선거과정에 좌파가 백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야당에서는 이백만 원을 지급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야당 당수면 자기 책임 하에 공천권을 행사하고 전 책임을 져야 마땅하거늘 이걸 제3자에게 일임하고 본인은 빠져있는 못난 꼴을 연출하지 않았나. 또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해서 집회 금지의 명분 속에서 결집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자유우파진영이 지리멸렬하게 되었다. 만약에 황교안 대표가 크게 결단하여 광화문 세력과 기독교 세력은 하나님의 명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것은 원초부터 연합국의 도움과 기독교적인 신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고해서 어떤 경우라도 대한민국의 국체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의 역사가 칼 베커(Carl Lotus Becker)는 인류가 생성된 이래 수많은 정치 결사체들이 들락거렸으나 그래도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과 인간의 도덕성(Human Morality)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하고 최상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흔히들 정당이란 이념의 결집체라고 하는데 지금의 미래통합당은 이념이 무엇인지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좌편향적으로 가서는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킬 수 없다. 정치공학적인 작위의 결과 황교안 대표는 중심축이 없는 그런 결과치를 연출하고 말았다. 답답한 노릇이다.

역사의 변곡점에 서게 되는 사람이 충분한 준비가 되고 기량이 출중할 때에는 한 단계 도약하는 역사, 발전하는 국가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가 있겠으나, 그것을 살펴볼 수 있는 혜안이 부족하고 함량이 부족했을 때에는 엄청난 역사의 퇴행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통절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든 나라인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던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인간의 도덕성과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분골쇄신할 각오를 하고 떨쳐 일어나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모두의 반성과 결단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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