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9) 6.25사변

 

6.25사변

  오는 목요일이 6월 25일이다. 70년 전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불법 남침한 날이다. 달력을 보면 <6.25전쟁일>이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처음에는 6𐄁25사변이라 했다. 한동안 6.25동란(動亂)이라더니, 언제부터인가 한국전쟁이라고 부른다. 명칭이야 어떻든 그것은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일어난 전쟁 중에서 최대 최악의 전쟁이다. 죽고, 다치고, 행방불명이 된 사람의 수로 보아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다. 이산가족의 비극은 더하다.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미국을 비롯하여 유엔 가맹국 16개국이 참전했다. 또 소련과 중공이 북한을 적극 지원하고 참전한 국제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만의 큰 전쟁이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냉전을 한층 더 심화시킨 전쟁이다. 전장(戰場)은 한반도였으나, 전쟁은 가히 세계적이었다.

  그런 전쟁이다. 3년여 지속된 전쟁이 휴전협정으로 총성은 멎었으나, 전쟁이 끝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각종 도발도 끊임이 없다. 청와대 습격의 1.21사태, 땅굴 굴착,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수차례의 핵폭탄실험, 끊임없는 미사일 발사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그리고 아주 최근에는 북한은 철원부근에서 고사총으로 우리 GP를 명중시켰다. 그래도 정부는 “우발적”이라고 덮었다. 우리 국군의 인명피해가 없었으니, “우발”이 아닌 “우연”인지 모른다. 백년전쟁도 있었다지만, 인류역사상 이런 전쟁은 없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휴전일 뿐이다. 대한민국국민이면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사변은 신라와 백제의 싸움과 같이 오래 전의 일인데, 떠들 것 없다는 좌파세력이 대한민국 도처에 큰 둥지를 틀고 태평스레 앉아있다. 북한의 침략을 은폐하고, 북한의 야욕을 호도(糊塗)한다. 온갖 권익과 자유를 누리면서 북한에 동조하고 있다. 대한민국국민 되기를 거부하는 종자들의 기승이다. 북한이 좋으면 북한으로 가면 된다. 가지 않고, 대한민국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6.25사변에 관하여 몇 가지 생각을 적는다. 

  첫째, 전쟁의 원인에 관하여 여러 가지 설이 있다. 1990년 러시아가 6.25사변을 전후한 시기의 비밀문서를 공개하였기 때문에 확실해진 사실도 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김일성이 주도했고 스탈린이 지원하여 일어난 전쟁이다. 김일성은 두 차례에 걸쳐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을 직접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요청은 거듭됐다. 1950년 2월 9일 스탈린은 남침을 승인했다. 전쟁 발발 전에 소련은 최신형 전차 T-34를 242대나 북한에 보냈다. 전쟁이 시작한 후 2개 항공사단과 트럭 6천대를 제공했다. 

   둘째, 북한은 7개 사단의 병력으로 남침했다. 북한의 주력군은 조선족 의용군이 주축이 되어 창설된 군대다. 그들은 국공내전 참전경험의 정예부대였다. 이에 비하면 우리국군은 실전경험이 전무했다. 장비도 미비했다. 약 5대 1의 열세였다. 흔히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었다고 국군의 무력함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군의 활약은 빛났다. 특히 춘천에서의 우리 군의 분투가 아니었다면, 서울은 하루 만에 적의 수중에 떨어졌을지 모른다. 목숨을 던져 싸운 국군용사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살아남은 것이다.

  셋째, 잘못된 정보로 초기의 오판도 있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이승만 대통령의 행동은 기민했다. 도쿄(東京)의 맥아더(Douglas MacArthur) 극동군사령관의 즉각적인 무기와 병력지원의 약속을 받아냈다. 이어 트루먼(Harry Truman) 대통령의 신속한 참전결정을 이끌어냈다. 트루먼의 결정에는 “미국의 권유로 민주주의의 길을 택한 신생국가에 대한 의리”도 작용했다고 하나, 이승만의 요청이 주효했다. 한국은 애치슨(Dean Acheson) 국무장관이 전쟁발발 6개월 전 미국의 극동방위선 밖으로 내 몰은 나라다.

   넷째,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또 하나의 사건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다. 당시 소련은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은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정부가 중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유엔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만일 소련이 안보리에 참가하여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유엔군의 참전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째, 사변 직전 김일성은 베이징을 찾았다. 중국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래 중공군이 참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산국가의 정책에는 약속이나 의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이익이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겉으로 내세운 구호는 항미원조(抗美援朝)였으나, 중국은 완충지역이 필요했다. 속국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인데, 중국대륙을 통일한 마오쩌둥(毛澤東)에게는 남아도는 군대를 줄여야 하는 작업이 숙제였다. 제일 쉬운 방법은 싸움터로 보내 죽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을 통일한 토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를 조선으로 내보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섯째, 다부동(多富洞)전투와 낙동강방어선전투는 임전무퇴정신의 승리다.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신의 한 수(手)라면, 흥남철수작전은 천우신조다. 일곱째,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천려일실(千慮一失)은 있다. 나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다시 생각한다. 그는 1941년 6월 Japan Inside Out: The Challenge of Today란 책을 썼다. 일본제국주의의 내막을 밝히고, 미국과의 전쟁을 예견했다. 예견대로 그해 12월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했다. 국제관계에 대한 이승만의 통찰력은 높았다. 그런 그다. 그렇기 때문에 여순반란사건을 계기로 숙군을 단행했다. 좌익분자들을 숙청하였다. 숙군이 없었더라면 6.25사변의 발발과 더불어 우리국군은 지레 지리멸렬하였을 것이다. 그런 이승만이 1949년 6월의 미군철수를 왜 막지 못했을까? 그러나 그는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시켰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조치였다. 대한민국안보의 기둥이 된 조약이다.

   여덟째, 모든 인간사가 그렇지만, 전쟁에도 승착(勝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국군과 유엔군에도 실패한 작전이 많았다. 그러나 국군은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피를 흘렸고, 유엔군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싸웠다. 우리는 호국영령(護國英靈)과 유엔군 전몰장병(戰歿將兵)의 넋을 기려야 한다. 생존한 참전용사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6.25사변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살핀다. 대한민국국방부와 군사편찬연구소의 자료이다. 우리 국군은 전사자만 14만 명에 가깝고, 부상 . 실종. 포로를 합하면 62만 명이 넘는다. 유엔군의 경우, 사망 5만8천여 명, 부상 48만여 명, 실종자를 포함하면 54만6천여 명이다. 그 가운데 미군의 전사자가 3만6천9백여 명으로 가장 많다. 북한군은 사망. 부상자가 52만여 명, 실종자를 합하면 80만 명이다. 또 중공군의 경우, 사망이 13만6천여 명, 부상이 20만8천여 명, 기타 실종. 포로. 비전투사상자를 포함하면 모두 97만3천여 명이라고 한다. 

   민간인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남북한 합쳐서 사망.부상. 납치와 행방불명된 숫자가 250만 명에 가깝다. 여기에 피난민 320여만 명, 전쟁미망인 30여만 명, 전쟁고아 10여만 명이 더 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숫자들이다.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초토(焦土)란 말이 연상된다. 또 6.25사변은 근대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1500년 이후에 일어난 전쟁가운데, 일곱 번째로 많은 전사자를 낸 전쟁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그 전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나의 세대는 6.25사변을 직접 겪었다. 나는 <6.25의 노래>을 부르며 자랐다. 박두진이 작사하고, 김동진이 작곡했다. 1951년 가을부터 불렀다.

1.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며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2.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불의의 역도들을 멧도적 오랑캐를

   하늘의 힘을 빌어 모조리 쳐부수어 

   흘려온 값진 피의 원한을 풀으리

3.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정의는 이기는 것 이기고야 마는 것

   자유를 위하여서 싸우고 또 싸워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게 하리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물리쳐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이 노래는 김대중, 노무현이 대통령이던 1998년부터 2007년의 10년 동안 금지곡이었다는 설이 있다. 보훈처와 재향군인회 측에서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新6.26의 노래>란 것이 등장했다. 종북좌파분자의 개사(改辭)다. 거기에는 1절에서 원수들의 남침을 민족 간의 싸움이라했고, 2절에서는 전쟁의 책임이 외세에 있다고 했으며, 3절은 민족의 공적과 싸운다고 했다. 남침의 주역인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분명한 작태다. 김정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란 말도 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대한민국에 자유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6월 1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발시켰다. 계속된 도발이다. 사흘 후면 6.25기념일이 다가온다. 정부주최의 어떤 행사가 있을까? 보나마나 가관(可觀)일 것이다. 

 

최명(서울대 명예교수)

 

[추기: 

(1) 근자에 나는 남도현,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도서출판 프래닛미디어, 2010)와 존 톨랜드 지음, 김익희 옮김, 『6.25전쟁(In Mortal Combat: Korea, 1950-1953)』 1.2권 (도서출판 바움, 2010)를 다시 읽었다. 전자는 책의 부제가 말하듯 “대한민국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6.25의 숨은 이야기”이며, 후자는 저자의 말대로 “미국 유타(Utah)주 크기의 한반도 도처에서 400만 명[절반이 민간인]이 사망”한 비극의 기록이다. 톨랜드는 일제(日帝)의 흥망과 태평양전쟁을 다룬 The Rising Sun: The Decline and Fall of the Japanese Empire, 1936-1945 (1970)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다 읽지 못한 David Halberstam의 The Coldest Winter: America and the Korean War(New York: Hyperion, 2007)도 내 책상머리에 있다. 

(2) 6.25전쟁의 영웅인 백선엽(白善燁, 1920- )장군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떠드는 종북좌파분자들이 있다. 여순반란사건 진압, 옹진반도전투, 흥남철수작전 등에서 수훈의 공을 세운 김백일(金白一, 1917-1951)장군의 파묘(破墓)까지 운운한다. 친일행적이 있다는 이유다. 아니, 그보다는 김일성이 미워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종북좌파의 이러한 작태를 알았다면, 톨랜드는 “아! 한국전쟁에 관한 책을 쓰지 말 것을!”하고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영웅을 영웅이라 하지 않는 나라에 관하여 책을 쓴 것”을 뉘우칠 것이 분명하다.

(3) 10년 전 6.25전쟁발발 60주년을 맞아 나와 나의 대학동기 38명이 『6.25와 나』(도서출판까치, 2010)라는 책을 냈다. 이하우. 최명 공편의 회고담 모음집이다. 나의 대학동기들은 전쟁이 발발하였을 적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고학년이었다. 기억이 또렷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6.25사변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펴낸 것이다.]

 


 

 No.

Title

Name

Date

Hit

2639

이 생각 저 생각 (14) 설겆이론(論) 1

최 명

2020.07.27

1613

2638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99)

정우철

2020.07.26

389

2637

448. 방콕, 카오산 로드 - 여행자의 성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인승일

2020.07.25

455

2636

종교적 산책 13 (내가 믿는 기독교)

김동길

2020.07.24

1234

2635

뜻밖의 등단(박경리 15)

김형국

2020.07.23

1598

2634

권위와 실력

여상환

2020.07.22

352

2633

35년 전 요절한 화가 최욱경

이성순

2020.07.21

705

2632

이 생각 저 생각 (13) “지자”莫如父 2

최 명

2020.07.20

1692

2631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98)

정우철

2020.07.19

428

2630

447. 제 발로 들어온 멍청한 견공과 亡作 제조기 소설가의 만남?

인승일

2020.07.18

418

2629

종교적 산책 12 (기도하는 입으로)

김동길

2020.07.17

1266

2628

동리 눈에 들다(박경리 14)

김형국

2020.07.16

1779

[이전] [6][7]8[9][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