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에 맞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전염병의 공포를 어떻게 겪었으며 어떻게 대응하였을까?

 

지난 금요일( 529)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의 530()10시로 예약된 전시 조선, 역병에 맞서다가 휴관으로 취소된다는 문자를 받는다. 문자를 받자마자 차를 몰고 중앙박물관으로 향한다. 오후 6시부터 휴관에 들어간다니 관람할 시간의 여유가 있다. 다행이 예약된 사람들이 없어 현장등록으로 입장한다. 어쩌면 내가 휴관전의 마지막 관람객일지도 모른다.

 

한반도를 휩쓴 천연두와 홍역 등 전염병의 공포와 그 속에서 치료법을 담은 의서와 긴급 구호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했던 조정의 노력, 신앙의 힘으로 치유 받고 싶었던 백성들의 속내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조선, 역병에 맞서다’(2020. 5.11~ 6.21)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1층 조선2실에서 열리다가 지금은 휴관중이다.

 

전시는 3부로 진행된다. 1조선을 습격한 역병에서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대표적인 전염병을 소개하고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역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774(영조50) 제작된 등준시무과도상첩에 수록된 18명 중 세 명의 얼굴에 흉터가 있을 만큼 조선시대에 만연했던 두창, 동시에 역병을 이겨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2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서는 17세기 초 온역(溫疫), 18세기 홍역 등 감염병에 대응한 조정의 노력을 조명한다.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 신찬벽온방’, 정조의 명을 받아 강명길이 편찬한 종합의서 제중신편은 의학이론과 민간의 임상경험을 정리하여 이를 새로운 표준의서로 제시한다. 16121623년 조선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하는 지침서다.

 

3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서는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의 힘으로 치유받고 싶었던 백성들의 마음을 살핀다. 조선시대 내내 위협적이었던 두창은 질병 자체가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됐다. 괴질이 돌 때 역할을 한 '대신마누라도’, 전란과 역병 같은 국가적 재앙에서도 구원해 준다고 여긴 석조약사불등이 선보인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인류는 무서운 전염병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 앞에 놓이곤 했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희생자를 낸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

 

인류가 겪은 최대의 유행전염병은 14세기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유럽 전체를 휩쓸어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18~1920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전염력도 대단했다. 5억 명이 감염돼 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많은 5000~1억 명의 희생자를 낸 전쟁보다 무서운 독감이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3~5%가 스페인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1749~1823)1800년에 우두를 통해 종두법을 개발했다. 1930년대에는 천연두 바이러스 백신도 개발됐다. 천연두는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박멸을 선언하였다. 인류가 천연두를 박멸하는 데는 종두법 개발부터 무려 180년이 결렸다.

 

요즈음 전 세계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고 가며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코로나19’ 로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조선, 역병에 맞서다전시는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역병 속에서도 삶을 살아내고, 그 공포를 이겨냈던 선조들의 의지를 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전염병은 인류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그 질병을 치료한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성 순

 

 

 



 

 No.

Title

Name

Date

Hit

2632

이 생각 저 생각 (13) “지자”莫如父 2

최 명

2020.07.20

1650

2631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98)

정우철

2020.07.19

395

2630

447. 제 발로 들어온 멍청한 견공과 亡作 제조기 소설가의 만남?

인승일

2020.07.18

391

2629

종교적 산책 12 (기도하는 입으로)

김동길

2020.07.17

1234

2628

동리 눈에 들다(박경리 14)

김형국

2020.07.16

1748

2627

알아야 면장을 하지

여상환

2020.07.15

211

2626

‘팬데믹 시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전시가 있다

이성순

2020.07.14

677

2625

이 생각 저 생각 (12) “지자”막여부(莫如父) 1

최 명

2020.07.13

1593

2624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97)

정우철

2020.07.12

395

2623

446. 수심 33m에 해저에 갇혀버린 동생을 구하려는 언니의 사투!

인승일

2020.07.11

406

2622

종교적 산책 11 (베드로의 고백)

김동길

2020.07.10

1331

2621

소설 농사와 밭농사 합일의 문화 현상(박경리 13)

김형국

2020.07.09

1624

[이전] 6[7][8][9][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