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질 3박자 -1

 

옛날 농경사회 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는 우리나라 특유의 일 수행방식으로 가래질이 있다. 이는 어떤 물건을 옮겨 놓거나 흙을 파내는 고대 식 포클레인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은 한가운데에서 앞으로 가래를 내밀고 좌우양측 두 사람은 각기 가래에 매어 놓은 밧줄을 자기 앞으로 잡아당기는 일의 수행방식이다.

잡아당기고 떠미는 힘의 방향이 각기 달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다. 즉 세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가래는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만 소모된다. 어느 한사람이 힘이 세다고 일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오랫동안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눈감고도 호흡을 기막히게 맞출 줄 안다. 막걸리와 노랫가락이 곁들여져 흥이 돋우어지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해도 피로한 줄 모르고 잘 해낸다. 여기에서 한국인만이 갖는 절묘한 협동정신을 읽어 낼 수 있다.

가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이 가래에는 세 사람이 붙어 일하는 외가래와 여섯 사람이 함께 일하는 육목가래가 있다. 외가래는 두 사람이 가래에 달린 끈을 당기고 장부되는 사람이 가래자루를 잡고 동작을 맞춰야 되고, 육목가래는 작은 가래를 나란히 두 개를 붙인 것으로 네 사람이 가래줄을 당기고 두 장부가 가래자루를 잡고 동시에 움직여야 흙을 파서 던질 수 있다. 육목가래는 그만큼 흙이 멀리 던져지기 때문에 큰 공사 때 사용되었다.

독일의 안드레 에칼트(Andre Eckardt)는 그가 쓴 「한국 체험기」에서 유럽 사람들은 흙 공사를 할 때 혼자서 삽질을 하는데 비해 한국 사람들이 한 사람이 삽을 잡고 두 사람은 각기 거기에 달린 끈을 잡아당기면서 일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의 협동심을 높이 찬양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외가래나 육목가래나 모두 듣는 사람도 흥겨운 가래질소리와 가랫 장구를 해가며 그 장단에 맞춰 힘든 일을 재미있고 쉽게 해냈다. 먼저 한 사람이 가래를 잡고 흙을 뜨면서 선창을 하면 나머지 몇 사람이 같이 당기면서 후창을 한다. 되풀이되는 그 가락에 맞춰 몇 사람이 하나처럼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속도가 차츰 빨라지는데도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일이 척척 진행된다.

이 가래질은 절묘한 삼박자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흙이 제대로 떠지질 않는다. 어떤 규정이나 법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움직임을 내 움직임처럼 감각적으로 느끼고 호흡을 맞출 줄 알아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잡아당기고 떠미는 힘과 방향이 서로 다르면 이 삼각형의 역학논리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분업이 아닌 마음과 몸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야만 가능한 오묘한 한국적 협동의 특징이 내재되어 있는 노동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의 협동은 가래질과 같아서 서로 호흡만 맞으면 엄청난 위력을 나타내지만 맞지 않으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어령 교수는 서구인의 협조가 철저한 분업주의에 의한 기계적인 것이라면 우리 한국인의 협조는 마음과 몸이 한 덩어리를 이루는 협조라고 말하고 있다. 세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서는 본래의 목적수행이 어렵다. 결코 몸에서 나오는 힘(능력)만으로의 협조는 전혀 의미가 없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은 개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함께 어울려서 서로의 능력을 합쳐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누리는 생활이었다. 전통적 협동조직체인 두레도 그런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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