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각 저 생각 - 장비 이야기 3 -

 

장비 이야기 3

앞에서 나는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는 장비의 말이 나관중의 삼국연의에는 없기 때문에 창작이라고 했다. 번역자의 창작이라고 하면, 번역자가 누군가 궁금하다했다. 이것저것 알아본 바에 의하며, 소설가 박태원(朴泰遠, 1909-1986)이 번역한 삼국지1950년에 정음사에서 발행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 책을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얼마만큼의 번역인지 알 수 없다. 또 내가 소설이 아닌 삼국지를 집필할 무렵 안 사실은 박태원은 新譯 三國志를 신시대란 출판사에서 1941년에 냈다는 것이다. 그래 어느 날 최동식 교수에게 정음사 삼국지의 진짜 번역자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대답인즉, 처음 얼마는 6.25전에 박태원 씨가 번역하였고, 박 씨가 월북한 후 나머지 부분은 자기 선친이 번역하였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관우가 충절을 지키다가 살해되는 대목을 번역하면서 눈물을 흘리시던 선친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최동식 교수의 말대로라면 정음사본 삼국지의 처음 얼마는 박태원, 뒷부분은 최영해가 번역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는 말의 창작은 이 두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정음사 삼국지는 모두 1백회로 되어있고, 장비의 말은 11회에 나오기 때문에 아주 앞부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박태원의 창작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모더니즘 작가로 알려졌고,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한 신변소설을 주로 썼다. 1946년 그는 중학생을 위한 中等文範이란 한글교재를 편집하여 정음사에서 출판한 것으로 보아, 삼국지와 관계없이 최영해와는 가까운 사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누구의 창작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장비의 심리다. 장비는 참지 못하고, 유비가 떠난 지 며칠 후 크게 연석을 베풀었다. 대소 관원들에게 말했다.

형님이 떠나실 때, 날더러 술을 삼가라 하셨는데, 그것은 혹시 무슨 실수가 있을까 해서 그런 것이오. 우리 오늘 하루만 한번 취토록 마시고, 내일부터는 다시 경계하여 단 한 방울도 술을 대지 말도록 합시다.”

 

한번 술을 입에 대면 크게 취해야 직성이 불리는 것이 장비의 버릇이다. 장비나 누구나 대취하면 이런저런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이 날도 장비는 대취하여 사고를 내고 말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나, 서주를 여포에게 빼앗겼다.

코비드19”인지 뭔지 하는 괴질(怪疾) 때문에 자가격리(自家隔離)된 사람도 많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되도록 나다니지를 말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는 장비의 말에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래도 참을 것은 참아야 한다. 장비도 좀 더 참았더라면, 사고를 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참는 것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참느냐? 또 참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참는 것의 득()도 다양하다. 일률적인 규제나 강요로 될 일은 아니다. 자유의 억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끝난 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모임이 여산(廬山)에서 열린 적이 있었다. 1959년 여름이다. 모택동은 당시 국방부장이던 팽덕회(彭德懷)의 비판을 받았다. 모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장비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참을성이 없고 우직한 장비에게 자신을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를 비판한 팽()을 팽()시켰다.

나는 전에 산상수훈(마태복음, 5-7)을 읽으면서,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들 것이요란 말을 예수가 가르쳤어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참는 자에 복이 있다. 그러나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

 

최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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