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산책 3

 

종교적 산책 3   

     나의 아버님은 평남 강서에서 태어나셔서 아주 젊었을 때 그곳에 있던 한 교회에서 김성집이라는 성함을 가진 성자에 가까운 장로님 밑에서 신앙을 배우고 매우 열성적이었지만 도중에 탈선하여 그 후로는 기독교적 신앙과는 거리를 두고 사셨다. 그러나 나의 아버님은 식구들이 모두 교회에 다니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나의 어머님은 평남 맹산읍에서 구한국 말에 비교적 낮은 벼슬을 한 자리 하고 계시던 지방 유지의 딸로 태어나셨는데 외할아버지가 구한국 말 관리들이 입던 옷을 입고 칼을 차고 찍은 낡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외할아버지는 외동딸인 나의 어머니를 평양에 있는 숭현학교에 보내서 신식공부도 할 수 있게 하셨고 뒤에는 집안 살림이 기울어져 계속 교육 시키지 못하고 시집을 보냈지만 그 딸이 예수를 믿는 것을 막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원남면 면장에게 시집을 오셔서 둘째 아들인 나를 가지셨을 때 시골 마을을 돌면서 전도하는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으셨다고 들었다. 어머니 뱃속에 있었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갔기 때문에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예수를 믿기로 정해진 그런 신세였다.  

     시골에서 잘 살던 살림을 다 접은 채 아이들 손목을 잡고 평양이라는 큰 도시로 나오신 나의 어머님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그의 가슴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믿음이 있었을 뿐이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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