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음식歲時飮食을 즐기다

 

올 한해도 온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아내, 엄마, 장모, 시어머니, 할머니가 오곡밥과 나물을 정성스럽게 만들었으니 맛있게 드세요.”

 

나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 보기를 더 좋아한다. 음식은 바쁘다는 가족들을 집으로 모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올해 정월보름전야도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9명 가족이 다 모였다. ‘5곡 찰밥‘7가지나물’, ‘검정 김’, ‘하얀 김치봄을 알리는 향긋한 냉이국’, ‘돼지5겹살 찜에서 풍기는 냄새에 가족들이 배고프다를 연발한다.

 

나는 세시음식을 즐긴다. 그중에서도 정월대보름세시음식을 좋아한다. 음식을 좋아하기보다 음식 만들기를, 그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음식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해마다 나물 맛이 좋아진다는 말에 신바람이 나서 금년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정월보름잔치벌리기를 20여년을 하여왔으나 배우자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그 잔치도 막을 내린지 10년이 된다.

 

나는 53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름나물과 오곡밥을 만들어 왔다. 김장철에 데쳐서 줄기를 벗겨 말린 푸른색무청, 호박, 가지가 맛있다. 그리고 시각적인 효과를 위한 흰 무나물과 초록 오이나물, 특히 무나물을 맛보아야 그 사람의 음식솜씨를 알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11가지나물, 9가지나물, 금년에는 7가지나물로 줄어든 걸 못내 아쉬워한다.

 

나물은 양념 맛보다도 손 맛’, ‘정성 맛이다. 모든 나물이 그렇지만 특히 정월대보름 나물은 손질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손끝으로 만져가며 뻣뻣함과 부드러움을 감지하고 손질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다른 나물들과 같은 크기를 맞추어야하는 정확한 눈썰미가 있어야 보기에 좋고 맛도 좋은 나물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손수 나물 손질을 한다.

 

오곡밥은 찹쌀, 차수수, 차조, 검은콩, 붉은팥 5가지 곡식을 섞어 아직도 재래식으로 크고 작은 두 개의 시루에 쪄서 만든다. 밀가루반죽을 하여 시루에 붙이고 나머지 반죽을 개떡으로 만들어 찰밥위에 쪄서 밥과 함께 내놓는 그 이 좋아 긴 시간이 걸리지만 아직도 시루에 찌는 일을 계속한다. 긴 시간이 걸린 만큼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별미다.

 

할딱거리며 음식 만들기를 끝내고나니 몇 년째 투병중인 남편을 둔 친구, 몸과 마음이 아픈 남편을 둔 후배, 혼자 지내는 식도락친구가 생각난다. 주발에 오곡밥. 찬기에 7가지나물, 돼지 5겹살 찜, 모시조개 냉이국, 백김치, 그리고 부럼을 포장하고 세시음식 먹고 내일아침에는 부럼을 깨며 올 한해의 건강을 기원 하세요라는 당부와 함께 내 정성을 보낸다.

 

세시음식(歲時飮食)’이란 한 해()의 절기나 계절의 다른 때() 먹는 음식이다. 계절이나 명절에 따라 그 계절에 나는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설날 흰 떡국을 시작으로,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 봄을 알리는 한식에는 쑥떡, 더운 여름 삼복에는 삼계탕, 가을 추석에는 송편, 겨울 동지에 하얀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먹고 나면 1년이 훌쩍 지난다.

 

정월대보름세시음식은 식탁위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이다. 또한 온 가족이 건강하게 1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나는 정월대보름세시음식만들기를 계속할 것이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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