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일(協日), 용일(用日)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다

 

요즘 반일, 극일, 항일을 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극성을 떨고 있다. 심지어는 동학난에서 비롯된「죽창가」까지도 설쳐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안될 얘기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일본과 협력을 하는 협일(協日), 또 일본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공생․공존해 나가는 용일(用日)이 우리의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해 마지않는다. 여기에 관련해서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본에는 백 년 이상 된 중소기업 부품업체가 1,260개나 된다고 한다. 또 300년 이상 된 중소기업 부품업체가 30개나 된다고 한다. 30년 전에 발표된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교수의 유명한 논문이 있다. 한창 일본의 세가 세계2위의 위세를 갖고 전 세계를 풍미했을 때로 기억된다. 드러커 교수는「Harvard Business Review」에 수록된 논문에 이러한 글을 썼다. “우리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What we can learn from Japanese enterprise?)” 여러 개의 사안들을 나열했으나 그중에도 가장 힘주어 강조해 마지않는 것이 lifetime training concept 이다. 뜻을 풀이한다면 생애를 바쳐 노력하고 훈련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도사정신’이라고 번역했다. 사안인 즉 이러하다. 일본에는 많은 중소기업과 집안의 내력으로 여러 대에 걸쳐서 발전해 온 부품업체들이 있다. 다른 곳으로 전업하지 않고 한 분야만을 10년, 20년, 100년을 이어오는 업체들이다. 미국의 기업은 A라는 직무에 충족요건이 10이라고 한다면 10의 능력이 부족할 때는 거기에 대한 제재를 받게 되나, 그 능력이 15, 20으로 축적되면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직무를 찾아서 평행이동을 하거나 언제고 전업을 한다. 즉, 상품으로 생각이 돼서 상품을 주고 사는 것은 적정가격으로 매치되기 때문에 한 업체에서 10년, 100년을 종사하여 내공을 축적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에는 ‘기업의 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강조해 마지않는 전통사상이 그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는 직장에 입사하는 젊은이들은 원광석과도 같다. 이것은 계속되는 훈련과 자기수련과 개발노력을 통해서 소위 절차탁마(切磋琢磨)의 호된 훈련을 통해서 원광석이 다이아몬드로 바뀌는 과정과 같다. 훈련과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서 다이아몬드로 원석이 다듬어져나가는 과정, 이것이 직장에서의 삶의 틀이고 경영자는 마땅히 이런 것을 일구어나가는 조련사, 대장장이의 역할을 해야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잡석에 불과했던 인재들이 다듬어지고 깎여져서 다이아몬드의 원석과 같은 빛나는 존재가 되고 이것을 직장의 수련도정이라 일컬어진다.

대기업에서도 그런 면이 있다. 신일본제철(과거 야하다제철)에는 100년 역사에 8명의 숙로(宿老. しゅくろう)가 있다. 이들은 말단 기능공으로 참여하여 평생을 정진하여 거의 신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쇳물의 불빛만 보더라도 불량 물의 하자를 짚어낼 수가 있고 분출되는 용선을 보면서도 거기의 결함을 짚어낼 수 있고 기계의 엔진 소리를 들으며 그 하자 여부를 짚어낼 수 있는 원로 중의 원로다. 더욱이 일본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품업체간에 계열화가 되어있다. 완전히 배타적이질 않고 부품업체, 중소업체, 계열화 된 업체에 대해서는 기술지원, 자금지원, 인력지원, 경영지원을 통해서 계속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확대투자, 기술개발, 성장발전을 공동운명체로 이끌어 나간다. 한 덩어리로 엮여져서 그 신뢰관계는 대를 이어 계속되고 비록 자회사, 협력회사라도 마음 놓고 개발투자를 할 수 있고, 대를 이어서 기술개발을 도모할 수 있고, 그 관계가 지속되어 진다. 이것이 일본의 힘의 원천이다. 나는 이것을 도사정신이라고 일컫고 싶다. 일본기업체에는 이런 살아있는 도사가 우글거리는 총 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 나오는 부품이나 제품은 단순한 물품이 아니라 갈고 닦고 다듬어진 예술의 경지에 들어간 정성의 덩어리이다. 이러니 세계에 우뚝한 부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세계기업의 흐름을 살펴보자. 어느 나라 어느 제품이라도 자국에서 모두 만드는 나라는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을 보자. 자동차 산업에 소요되는 각종 부품은 보통 대당 20만개의 다른 부품의 조립체이다. 우주를 탐험하는 위성도 미국에서 전부 다 만든 것만은 아니다. 물론 주축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이겠으나 거기의 들어가는 부품은 수십만 개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 전 세계를 망라한 최고의 부품을 조립하여 최종제품이 완성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수출은 20%정도고 내수가 80%이다. 반대로 우리는 80%가 수출이고 20%가 내수에 불과하다.

우리의 제품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나? 우리의 특질은 ‘빨리빨리’다. 그리고 손재간이 좋다. 같은 젓가락을 쓰는 문화권에서도 중국의 경우는 긴 대나무 젓가락을 쓴다. 일본은 와리바시(わりばし)라고 버드나무로 만든 나무젓가락이다. 우리만이 유독 잘사는 집은 은수저, 못사는 집이라도 놋수저를 사용했다. 어린아이 때부터 이 쇠붙이로 만든 놋젓가락으로 콩자반도 집어먹고, 쌀알도 줍는 손가락의 센스가 자동적으로 크게 개발된 특이한 민족이다. 세계적인 존스홉킨스 암센터에서 그 이름을 높였던 석학 김의신 선생이 했던 강론을 들은 적이 있다. 이분 말씀에 의하면 지금 현재 미국의 최대․최고의 성과를 이룩한 이 병원에서 가장 중요하고 엄중한 심장수술, 뇌수술을 담당하는 책임수술전문의는 전부 다 Korean이다. 미국에서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장시간을 요하는 같은 심장수술, 뇌수술을 미국의 전문의와 한국의 전문의가 각각 수술을 책임 맡았는데 미국 집도의는 9시간 이상이 걸렸고 한국 집도의는 4시간 30분이 걸렸다. ‘빨리빨리’와 손가락이 매치가 된 기록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부를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에서 가져온 최고의 부품을 우리의 기본 프레임에 맞춰 가장 빠른 속도로 조립하여 비교적 우리에게 관대하고 협동, 혈맹의 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에 진출해 최고의 소득을 올릴 수가 있었고, 또 그 여세를 몰아 중국시장을 개척하여 전후 개발도상국가에서 일약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모멘텀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제품에 65%의 부품들은 일본제이다. 그것을 국내부품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대통령 말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부품개발의 경우는 시간이 걸린다. 돈이 들어가야 한다. 정력이 들어간다. 또 국민적이 캐릭터에 맞아야 된다. 우리가 일본 부품을 65%나 쓴다고 하는 사실은 다른 나라로부터 부품을 수입했을 때에는 그 성능이 나오질 않는다는 말이다. 거의 예술의 경지에 들어간 부품업체에서 이걸 사다가 가장 빠른 속도로 조립하고 제품화 시켜서 과감하게 해외수출에 생명을 걸고(소위 상사들의 활동이다) 한 노력의 결과 빠른 시간 내 우리는 세계10권의 경제 반열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앞으로의 세계는 역시 협동과 협력과 상호의존관계의 관계성을 무시할 수 없고 이런 것은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는 부끄럽게도 이런 계열화에 약하다. 부품업체가 그것을 개발했으면 일본처럼 계열화하여 이를 격려하고 경영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사한 자회사를 만들어 그것을 잡아먹어버리고 만다. 그러고는 명분상 공개경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친소관계나 압력을 배제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경쟁이 명분상으로는 좋으나 통상적인 관례를 보면 원가 이하로 치고 들어가서 일거리를 따면 그 수준에 맞추자면 부품 품질이 떨어지게 되고 자연히 원가보상을 위해서는 다른 편법을 쓰게 된다. 중간에 원가를 올리는 등 여러 가지 부정이 뒤따르게 된다. 이 명분 속에서 쓰러져가는 우리의 품질, 이것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도 계열화를 시켜서 나가는 방향을 밟아 나가되 그 기간까지는 하나하나 일본과 협력관계로 최상의 관계에서 우호관계, 협력관계로 부품을 활용하고 빠른 수단으로 부품을 조립하는 이런 관계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될 것이다.

이렇다면 정치적인 상황에서 이것을 악화시키는 못난 모습들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관광 오는 것은 좋으나 우리는 보내지 않는다.” 이러한 속 좁고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횡횡하는 날 이 나라의 발전은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다. 다시 깊이 생각하고 우리가 앞으로 수천 년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엉뚱한 트집으로 분란과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자. 큰 생각을 가지고 한 덩어리로 생각해서 더불어 사는 전략과 지혜를 갈고 다듬어 나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위정자들의 깊은 통찰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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