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태풍도 빈번해진다는데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꼽히던 툰베리의 수상 무산에 기후위기 대처에 힘써온 유엔 등 세계 각급 조직들은 실망이 컸다. 기후문제가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큰 위기임을 환기시킬 절호의 찬스가 무산, 아니 희망컨대 훗날을 기약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도 툰베리 효과는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 지방도시까지 가냘픈 여성 환경운동가의 몸짓에 편승하고 나섰다. 해양습지보전으로 도시판촉에 크게 성공한 순천시가 한국의 툰베리를 찾아라.”를 공모했다. 백 대 1 경쟁 끝에 뽑힌 한국 툰베리” 10인은 올 시월 말 개최의 18개 습지도시 지자체장 회의에서 한국 어린이들을 대표해서 세계 각국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순천시가 어떤 식으로 한국의 툰베리를 가려 뽑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추정할 만한 기준 하나로 더 이상 새 옷은 입지 않겠다.”는 툰베리의 다부진 결행도 원용했지 않았을까.

    기실, 섬이 가라앉고 열대초원이 더욱 가뭄에 시달리는 각종 기후위험엔 무엇보다 가정이 전면에 노출되어 있다. 이 위험 감당은 주로 여성이다. 가정의 일차 돌봄이기 때문이다. 홍수와 가뭄에 가장 취약한 것이 그들의 주된 소관인 식품과 땔감이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생겨나는 생활상의 고통은 80%가 여성의 몫이란 게 유엔의 추정이다. 바로 이 점에서 기후운동에서 여성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Time 잡지(2019.9.23 특집호)는 세계적 역군으로 툰베리를 포함해서 15명 여성을 골랐다.

 

세계적인 한국 환경운동가

    이참에 기후위기에 대처하려고 일어선 한국 핏줄의 세계적인 운동가도 찾아봄직 하다. 여성은 아니라도 툰베리처럼 어린 나이에 환경운동에 투신한 코메리칸들이다.

    우선 서지윤 대니(Danny Seo, 1977- )는 미국으로 이민 간 의사의 막내다. 어릴 적에 공부는 뒷전이어서 부모 애간장을 태웠다. 우연히 닭 도살 그리고 환경재해 심각성을 소개한 TV프로를 보고 환경운동에 빠져 들었다. 12살 생일 때 또래 친구들과 환경단체 지구 2000’을 만들었다. 16살 때 워싱턴의 덴마크 대사관 앞으로 가서 고래잡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1997, 이 단체를 그만둘 때까지 지구 2000’26천여 명 회원을 가진 영향력 있는 어린이 환경단체로 컸다. 그럴 즈음 미국의 권위지 워싱턴 포스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청년으로 선정했다. 그의 모피 판매 반대 시위로 미국의 4천 모피점이 문을 닫았고 서울 롯데백화점 앞에서도 반대 시위를 했다.

    또 다른 한국계 운동가는 이승민 조나선(Jonathan Lee, 1997- )이다.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는 미국인인 그가 처음 했던 환경활동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직접 만든 고 그린 맨(GoGreen Man)”이란 동화의 연재였다. 두 달 만에 방문자수가 10만 명을 넘었다. 패스트푸드 식당 재활용 캠페인 같은 운동을 펼쳤고, 우리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2007)때 와서 기름 제거 작업에도 동참했다. 2011년 제 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 홍보대사였던 그는 국제관계 전문가를 꿈꾸며 조지워싱턴대에 진학했다. 남북한사이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서울대에서 북한 관련 수업도 들었고, 2012-7년 사이엔 DMZ 평화행사도 진행했다.

    Time 잡지(2019.4.18)가 가려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에 든 한국사람 둘 가운데는 이회성(1945-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에 그가 수장에 오른 IPCC는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서 기후변화에 관한 평가보고서 제출이 주 임무. 회원국은 195개국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그를 일러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적 이해를 세계의 정책결정자와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고 치켜세웠다.

 

기후위기의 최근 경고

    이 의장은 2018년 인천에서 개최된 IPCC 총회의 '1.5도 보고서' 채택의 견인차였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해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묶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의 실현이 불투명한 판국에서 우울한 전망이 실감을 더하고 있는바, 이를테면 지난 1013일 일본 도쿄만 쪽으로 불어 닥친 하기비스는, 5천여 명 사망자를 냈던 1959926일의 베라에 버금가는, 60년만의 슈퍼 태풍이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록적인 폭우로 88명 사망⦁7명 행불의 피해를 안긴 이 초강도 태풍이 장차는 14년에 12번꼴로 발생하리란 게 일본 전문가의 전망이다.

    이 의장의 국제적 입신은 이명박 정부의 역점이던 녹색성장정책의 음덕이기도 했다. 그 시절 녹생성장정책은 국제사회의 모범사례로 꼽혔고 그 여력으로 녹색성장연구소라고 유엔 산하의 국제적 연구소도 인천 송도에 유치할 수 있었다.

    이전 정권의 행적을 격하시키려 함이 우리 정치의 행태 하나이고, 녹생성장 또한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이른바 적폐 청산의 하나로 정조준되고 있음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정권의 새 담당자들이 조금만 세태와 역사를 제대로 판단했다면 녹색성장은 정권 차원을 넘어 인류문명의 생존책임을 확인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원폭과 원전을 혼동하듯

    녹색성장은 녹색의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의 상호보완 가능성에 착안한 정책개념이다. 이를테면 산업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비닐 생산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처럼 환경과 경제의 상호보완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는 “20세기 칼 마르크스라고 존숭 받는 영국의 세계적 사회학자 기든스(Anthony Giddens)가 말하는 생태근대화의 좋은 보기였다. 18세기에 생겨난 근대화문명은 산업화도시화민주화(문화)세속화의 네 축에 더해 드디어 생태(환경)근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소론이었다(기후변화의 정치학, 에코리브르, 2009).

    해서 기후위기는 생태근대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 해법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석탄발전을 줄이고 원전에 상당 수준으로 의존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것. 전기에너지의 원별 2008년 현재 단가는 태양광 647, LNG 143.6, 석탄 53.7인데 견주어 원전은 39로 가장 낮다.

    뿐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라는 점이 원전의 큰 미덕이다. 관련 기술은 우리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연장으로 미국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에 장착된 것과 같은 소형모듈원전(SMR)도 개발해서 원전 대형사고의 만에 하나 개연성에 대비하겠다는 정책을 2011년에 정부가 발표한 적도 있었다. 아무튼 석탄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에서 최악이라면 원전은 아무리 따져도 차악은 되는데도 환경근본주의자들은 체르노빌 사건 등만 들먹이며 탈원전정책의 나팔을 불고 있다.

    이래저래 원전의 엄연한 과학을 무시하는 이 정부의 행태는 김영삼 후보의 무감각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1987116일 대권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자가 남한에서 미국 전술핵무기까지 철수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물음에 원자로 말씀이신가요?”라 동문서답했다. 지금 이 정부가 바로 북한 비핵화의 진전은 얻지 못한 채로 원전의 미덕은 의뭉하게 뭉개는 양이 결과적으로 원폭과 원전을 혼동하는 꼴에 다름 아니지 싶다.

    몸만 건강하면 머리는 남에게서 빌릴 수 있다는 게 어느 대통령의 어록이었다. 해도 이는 무얼 빌릴 것인지는 최소한 아는 머리가 전제조건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보통사람이라도 기후위기의 과학적 권고에 머리와 마음을 열어둘 도리 말곤 달리 별수가 없다.

 



 

 No.

Title

Name

Date

Hit

2390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63)

정우철

2019.11.17

734

2389

이순신을 만나는 길잡이 하나

김형국

2019.11.21

51

2388

바우하우스 정신과 결합한 한국의 미

이성순

2019.11.19

48

2387

가마귀 싸우는 골에 (시조 에세이 6)

김동길

2019.11.18

123

2386

412. 영혼을 감싸 안는 최고 음성 ‘Aretha Franklin’의 1972년 실황..

인승일

2019.11.16

489

2385

신바람의 동력(動力)

여상환

2019.11.15

173

2384

드디어 울릉도를 걷다

김형국

2019.11.14

955

2383

바비 인형과 바우하우스 인형

이성순

2019.11.12

499

2382

구름이 무심탄 말이 (시조 에세이 5)

김동길

2019.11.11

236

2381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62)

정우철

2019.11.10

348

2380

411. ‘Maestra’를 꿈꾸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생애... <더 컨덕터>

인승일

2019.11.09

318

2379

협일(協日), 용일(用日)이 우리의 나아갈 길이다

여상환

2019.11.08

136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