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미술 1세대 멋쟁이 90세를 맞다

 

어머니 90세 생신을 직계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내면서, 어쩌면 가족보다도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셨고 또 어머니를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주셨던 섬유미술가 몇 분들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모시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아직 건강하셔서 사회활동도 하시니 자식들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녀 금속공예가 장미연 교수의 인사말로 오찬은 시작된다.

 

선생님의 특별한 생신 90세 잔치를 축하드립니다, 지난 오랜 시간을 저희와 함께 이 나라의 섬유미술과 대학의 미술교육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앞장 서 주시고 함께 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건강하시어 많은 일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박숙희, 이성순, 오순희, 김영자, 정경연, 김현태, 김의정 드림-”의 축하카드도 전달된다.

 

막바지 여름더위가 안간힘을 부리는 지난주 토요일 12. 강남의 자그마한 호텔 ‘Aiden청담’ 3층 식당으로 3대로 이어오는 섬유미술가 7명은 현대섬유미술의 선구자 이신자 선생님에 어울리는 파랑색 ‘4각형 케익과 예쁜 포장의 답례용 떡을 준비하여 찾는다. 식탁에는 외아들 유리공예가 장상건 교수가 밤새도록 정성스레 꽂은 화사한 꽃이 손님을 맞는다.

 

이신자 선생님은 9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곧은 자세의 단발머리 멋쟁이다. 타고난 재능과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젊은이들 못지않은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며 평생을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워 온 예술가로 우리나라 공예계의 산 증인이기도하다. 아직도 여러 행사에 참여하여 젊은 작가들에게 따끔한 격려로 공예의 발전을 채찍질하는 미술계의 어른이다.

 

이신자 선생님은 한국섬유미술계와 공예계의 1세대로, 1983년 한국섬유미술가회 창립회원으로 지난 35년간 국내외 전시와 세미나로 한국섬유미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또한 섬유미술계는 우리나라 미술계의 병폐인 학연과 지연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여 다른 분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분야의 한 복판에는 선생님이 계신다.

 

이신자 선생님의 가족들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미술가를 배출한 집안인지도 모른다. 57세에 작고한 동양화의 대가인 남편 목불木佛 장운상을 대신하여 선생님은 21남을 미술가로 키웠다. 금속공예가 장미연 교수, 그래픽 디자이너 장미경 교수, 유리공예가 장상건 교수, 조각가 김창곤이 큰 사위이며 손자세대로까지 이어진 미술가 가족이다.

 

이신자 선생님은 25년 전 덕성여대 퇴임 후 강남의 문화발전을 위하여 1996년 신사동 야구르트 빌딩2층에 문을 연 갤러리 우덕관장으로 2012년 갤러리가 닫기까지 16년간 280여회의 전시를 개최하며 우리나라 원로작가로부터 젊은 작가들, 국내외의 작가들에게 폭넓게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공로자인 미술계의 원로이며, 예술원 회원이다.

 

나의 스승인 배만실, 백태호 1세대 섬유미술가의 타계로, 이제 내 곁에는 미술계의 선배인 1세대 이신자 선생님만이 계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90세를 넘긴 선생님이 예전 같지 않음을 잘 아는 후배는 선생님의 붉은 타피스트리 같은 열정이 그립고, 서울의 역사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수십 미터 길이의 한강시리즈작품을 제작하던 선생님의 젊음이 그립다.

 

선생님 100세에는 4세대 섬유미술가들까지 참석하여 백수잔치를 할 터이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90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이 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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