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초기, 속기록에 얽힌 사연

 

어느 기업조직을 막론하고 특히 새로 창업하는 대규모 조직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창업 시에 중역될 사람을 시험으로 뽑을 수도 없고, 천상 최고경영자 또는 오너가 자기의 인맥범위 내에서 또는 주변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능력 있고 검증된 중역후보자들을 만나 하나하나 채용(recruit)하는 수밖에 없다.

총무, 인사, 업무, 재무, 생산 등 각 분야별로 커리어가 다른 인물들을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다. 즉 하향식 방법의 채택이다. 그리고 현장 일선에서 뛸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공개채용을 통해서 소정의 면접절차와 힘든 과정을 거쳐서 경쟁 하에 선발하게 된다. 즉 상향식 접근(approach)을 하게 된다. 중역부터 비롯해서 중간관리자까지는 하향식 접근이 일반적인 방식이고, 생산일선 또는 업무일선에서 활동하게 될 기관요원들은 상향식을 취하게 된다. 거기서 하향식과 상향식의 접합 점은 대체로 계장(係長) 선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서 과장 선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과장은 평균 10년 이상의 경력소유자들의 경쟁처가 될 것이다. 이때 추구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성과 정통성을 위해서 상향식 기초단계에서는 연공서열 방식을 선호하게 되고, 상부조직을 구성하는 중역 간부과정에서는 조직의 탄력성과 능률성 보장을 위하여 하향식 방법을 쓰는 것이 통례이다.

초기 포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49전 포철 창업 당시에도 중역구성은 다양했다. 각자의 주 경력이 한전, 육군, 공군, 대한중석, 정부 등 다양한 경력배경을 가지고 포철의 울타리에 모여들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다양한 선행개념의 배경 탓으로 중역회의를 할 때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 문제는 우리 중석에서는 여차여차 해결했다.’ ‘이 문제는 우리 한전에서는 여차여차 했노라’, ‘우리 육군에서’, ‘우리 공군에서는’ 등으로 피력되었다.

여기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포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선행 발표자가 추구하는 논리체계는 자기가 겪었던 선행개념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철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포철에 의하여 용광로(melting pot)의 역할이 되어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고 가치가 창출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의 지배구조는 몸은 포철에 있으면서 그 의식은 선조직의 선행개념에 그 토대를 마련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역회의 결과를 인용하게 될 때도 저마다 해석이 구구하게 된다.

현장에서 제일 힘든 일 중 하나는 위의 지시사항대로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밑의 실무 팀들이 작업을 했을 적에 밤샘작업의 결과가 경영진의 의도하는 것과 다른 보고가 되어 비토가 될 적에 이와 같은 과정을 몇 번 반복하게 되면 모두 탈진하게 되고, 상사에 대한 불만은 누적되고 조직의 효율성은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다. 중역회의에서 이루어지는 사항을 말단사원들에게도 공개되어 동참을 한다면 그 상황전개 과정과 결심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소상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것을 이어받아 세부시책을 마련하는데 추호의 착오도 있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40여 년 전에 녹취시설도 지금처럼 다양하고 화려하지도 않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국회속기록 제도를 생각했다. 세부사항까지도 속기록에 등재시켜 어떤 과정에서 법안이 이루어지는지를 제3자에게 또 후대에 소상하게 전달되어질 수 있도록 했다. 시뮬레이션 방법의 일환으로 이것을 채택해보면 어떨까? 이론을 정리하여 경영회의 때 보고했다. 의사전달의 정확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중역들의 통일된 의사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모든 발언을 속기록으로 정리하여 그 기록된 속기록 철을 해당부서장들에게 즉시 배포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가 있고, 최고경영자가 의도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속기록제도의 채택을 건의했다. 박회장은 즉각 이 제도를 채용해 당시 국회사무처에 의뢰하여 우수한 속기사를 채용하여 모든 중역회의 기록은 속기록으로 정리하여 이것을 문서화하여 각 부서장들에게 즉각 배포하는 시스템을 활용했다.

우리는 이것을 일명 ‘소설’이라고 부른다. 아주 재미있다. ‘회의 시에 왜 저 중역이 저런 발언을 했을까? 또 아무개 중역은 왜 저기서 저런 반론을 저런 식으로 했을까? 결론이 어떻게 도출이 됐구나.’ 라는 그 상황을 그대로 연출을 하고 이해를 할 수 있고 개념정리가 명확해 졌다. 이것으로 인해서 시행착오가 크게 줄어들게 되고, 업무의 효율성이 더할 수 없이 진작되었다. 다른 기업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특히 대기업 대조직일수록 반드시 속기록제도는 널리 활용되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이것은 그 효과와 가치의 면에서 실제로 체득한 결과인 만큼 많은 기업이 음미해 볼 것을 권면해 마지않는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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