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그 구체 효능

 

    고교시절, 상급반에 올라갈 때마다 새 담임은 학생들에게 개인조서 칸을 메꾸게 했다. 거기엔 교우관계란도, 취미란도 있었다. 교우관계는 간단히 적을 수 있었다. 친한 친구 이름을 대라는 것이었으니 주저할 바 없었다.

    취미란에 이르러선 좀 주춤거렸다. 선택지로 적힌 것이 독서, 음악, 운동 등인데, 음악이나 운동이라 하면 담임이 건달기가 있다고 보지 않을까 공연히 근심이었고, 독서라 하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성마른 각오라 여기지 않을까 엉거주춤한 마음이었다. 이 착잡한 순간을 당해 옆자리 짝은 어디에 표시하는지 서로 훔쳐보곤 했다.

 

취미독서론

    독서론이야 무수하지만 나는 윈스턴 처칠을 자주 인용하는 편이다. 그는 제2차계대전 때 연합국 승리의 선봉이던 전시 영국수상이었다.2차세계대전사를 적어 노벨문학상도 받았던 명문장이라 독서론도 무게가 있었다. 말인즉 독서는 보통사람에겐 좋은 취미이겠지만, 공직자에겐 전력투구해야할 책무의 하나라 했다. 독서는 공직 수행의 필수라는 말이었다.

    처칠의 발상법으로 말하면 우리 학생들에게 취미의 하나로 독서를 예시한 것은 분명 잘못된 물음이었다. 학생 전업(專業)에겐 독서는 필수이지 여가선용의 취미 정도로 머물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교수 시절을 돌이켜보면 독서는 그 자체로 직업이었다. 전공 분야 책을 열심히 읽어야 했던 점에서 직업이었고, 후배들에게 좋은 책과 논문의 독서 권면이 강의의 핵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버릇이 된 책읽기는 대학 퇴직 13년차 생활에 더없는 보람의 시간이었다. 일컬어 취미 독서라 할 것이다. 교수 시절 좋든 싫든 연구 주제에 대한 것은 모조리 읽어야 했던 전공 독서와 달리, 취미 독서는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부담이 없이 재미있게 읽으니 그 아니 좋은가. 그러니 예로부터 독서는 마음을 살찌운다.”했다. 최근에 권위 있게 알려진 바로 독서는 그 효능이 마음의 살찌움정도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실익, 곧 건강 장수책의 으뜸이라는 내용이었다.

 

건강장수의 길은

    오복 가운데 으뜸이 수복이요 장수라던데, 그 유효 비결의 최상은 무엇일까. 그걸 일본은 인공지능(AI)에 물어보았더니 대답은 독서였다. 인삼, 녹용 같은 약재가 아니었다. 국내 언론 일본 특파원을 지냈던 고향 선배가 정리해 알려준, NHK 방영(20181013) “건강 수명을 늘리자: AI에게 물어 보았다프로의 요약이었다.

    건강 수명은 세계보건기구가 2000년에 도입한 개념으로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평균 수명(기대 수명)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몇 살까지 생존하는 가인데 견주어,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병이나 부상 기간을 평균 수명에서 뺀 수치가 건강 수명이다. 건강 수명과 기대 수명의 차이는 한마디로 병상에 누워 있는 기간을 말한다2016년 현재 일본은 남성이 8.9(81.0-72.1), 여성이 12.5(87.3-74.8)인 건강 수명과 평균 수명 간 간격을 최대한 줄여야만 개인적 노후 안락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료비와 가정 간병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전제했다.

    이참에 한국인 수명도 알아보면, 2016년의 그 격차는 남자 14.6(79.3-64.7), 여자 20.2(85.4-65.2)이다. 우리나라 남자는 약 15, 여자는 무려 20년 동안을 건강하지 못한 심신으로 여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답했다

    NHK는 난제 해소방안 도출을 위해 자체 개발의 ‘AI 히로시를 학습시켰다. 6백 개 이상 질문을 갖고 10년 이상 추적한, 일본 전국 65세 이상 41만 명의 방대한 생활 데이터를 철저히 학습시켰고, 나름대로 방도를 제안했던 전문가들의 5천만 개 학술 논문, 4반세기 동안의 뉴스 250만 건, 국가의 모든 통계, 연구기관 및 민간회사가 수집한 수십만 명의 개인 데이터 등 방대한 자료도 학습시켰다.

    결과는 관계 학자들도 놀랐다. 최상책은 독서가 운동, 식생활보다 건강수명에 더 좋다.” 부부 해로가 두 번째, 국가와 지자체의 치안유지 정도가 세 번째라 했다.

    이 독서의 구체 효능을 이를테면 지하철 안 젊은이들에 못지않게 잠시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경로()독서인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을까. 장수를 위한 현대판 화타편작(AI)’의 훌륭한 처방전이 나왔음에도 비독서인에게 복용시킬 방도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김형국,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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