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그대들_ 그대와 함께 하며 행복했소!

 

장영옥은 취미가 일이고, 쉬는 게 일하는 순간인 참으로 부지런한 60년 지기 친구다.

 

전시장 오른편 벽에는 등 뒤에 어린 손자를 업고 걸어가는 건장한 체구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겹다. 맞은편 벽에는 휠체어에 탄 빨간 모자 할아버지를 밀고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또 안쓰럽기까지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손자를 업어주던 할아버지가 5년 전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이번에는 어린손자가 할아버지 휠체어를 밀고 가는 그림이다.

 

전시장에서 들어서자 마주 보이는 벽. 드높은 맑은 하늘아래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몸이 불편한 남자가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붙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계속 흐른다. 두 팔을 양지팡이에 의지한 체 뻣뻣하게 걷는 빨간 모자를 쓴 남편의 손을 꼭 붙들고 한발 한발 발걸음 떼는 하얀 머리의 아내. 장영옥이 그린 오랜 동행이다.

 

빨간 전시대 위에 두 팔로 감싸 안고도 모자랄 커다란 뭉치의 둘둘 말린 한지가 테이블 아래로 흐르듯 내려온다. 설치미술작품 같아 감탄을 하며 가까이 다가서보니 펜으로 쓴 검정 글씨가 보이기 시작한다. 5년 전 건장하던 남편이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 아내 장영옥은 이른 새벽 일어나자마자 기도하는 마음으로 구약을 쓰기 시작한 필사본이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신사동 골목 카페 아트앤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업을 하며 도자기를 굽고 그림을 그려온 친구가 그의 일대기를 출간하며 출판기념을 위한 전시(2019. 7. 3~ 7.31)가 열리는 날이다. 남편의 투병, 미국에 떨어져 지내는 아들과 딸, 그리고 손주들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작품 앞에 참석한 모두는 축하와 함께 기도로 응원하는 순간이다.

 

1967년 장영옥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생활미술과를 졸업 후 제일먼저 미국유학을, 1976, 나는 뒤늦은 유학을 떠났다. 오래전 미국에서 공부를 끝낸 친구가 작품 활동을 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LA를 방문하였을 때 친구를 만난 장소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그가 일하는 사업장이었다. 그 때 사업가로 변한 친구를 보며 얼마나 놀랐던지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1992. 장영옥은 한국을 떠난 지 25년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식당을 개업하며 기존의 음식점과는 달리 그의 식당에는 한국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진과 그림을 걸고, 또 그의 전공인 도자기를 만들어 예술과 음식이 한 식탁에서 만나는 생활미술을 실현하며 한국음식을 대중화하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시킨 성공한 사업가 '장사랑' 대표다.

 

그의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장영옥은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 사무실 옆방에 도자기 가마를 설치하고,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참가하며,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그리워 그림을 그린지도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다 갑자기 닥친 남편의 병을 함께 아파하며,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하여 글을 쓰고 또 성경을 필사하였는지도 모른다.

 

사업가 장영옥이 그의 삶을 1 단계 정리하는 고마운 그대들_그대와 함께 하며 행복했소!’ 를 출간하는 날, 마음으로 그린 그림을 전시하며 투병중인 남편과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아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에 참석한 모두는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장영옥의 타고난 건강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100세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사업과 그림을 병행하리라 기대한다.

 

장영옥 100기념’ 잔치를 기다리는 욕심을 살짝 부려본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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