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을 찾아보세요

 

나한羅漢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며 나한의 표정을 읽는 전시장에는 침묵이 흐른다.

 

인자한 얼굴모습의 수행하는 나한, 바위 뒤에 숨어 얼굴만 살짝 내민 장난기 가득한 나한, 주름 가득한 나한에서 평온한 느낌을, 보주를 들고 있는 나한의 얼굴에서는 기쁨이 넘쳐난다. 얼핏 보면 비슷한 얼굴이지만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88 나한상에서 내 모습을 찾으려고 전시장을 3바퀴 돌고서야 찾아내어 함께 인증샷을 찍는다.

 

캄캄한 전시장 입구에는 작은 연꽃 하나가 바닥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어렴풋하게 비치는 빛을 따라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 32 나한과 1개의 빈 좌대, 다음 방에는 56 나한과 1개의 빈 좌대와 마주한다. 각 방의 빈 좌대에 쓰인 당신 마음속에 나한을 보세요를 읽으며 나 자신에 집중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우린다.

 

당신은 당신으로부터 자유스럽습니까? 오백나한의 수많은 표정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한상들을 보면서 저절로 따라 웃고, 따라 울게 된다. 나한이 바로 우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처인 줄 알면 부처가 되고 모르면 중생으로 지내게 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부처의 모습이 되고, 이게 곧 나한일 수 있다.

 

전시장 바닥에 옛 벽돌을 깔아 놓고 나무를 연상케 하는 검정 전시대 위에 나한상들을 올려놓았다. 빌딩숲 속 현대인의 도시 일상,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일상을 연상케 하는 스피커를 탑처럼 높게 쌓고 그 안에 나한상을 들여놓았다. 먹물을 큰 그릇에 담아 놓고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보라 한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통해 부처와 나한의 만남도 상상해 본다.

 

국립 중앙박물관이 ‘2018년의 전시로 뽑을 만큼 호평을 받은 춘천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당신의 마음을 닮은전이 새롭게 구성하여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선보인다. 오래전에 폐사된 절터에서 2001년에 발굴된 강원도 영월 청령사 터 오백나한五百羅漢은 마주하는 순간 질박하고 친근한 표정이 관람객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나한은 불교의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로서, 다른 사람들을 그 길로 인도하는 사람을 말한다. 산스크리트어 아르하(Arhat)를 음역 한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수행을 통해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일컫는다. 나한은 부처, 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가 되니 당나라 현장 법사이래 나한 신앙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번 특별전시는 과거의 문화유산과 현대미술가 김승영 작가와 협업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전시는 우리가 과거의 문화유산을 현재시점에서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개인적인 교감의 방식을 제시한다. 전시는 도심 속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나한을 닮은 우리들이야말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고귀한 존재임을 상기시켜준다.

 

나한들 사이를 거닐다 나를 닮은 나한을 찾으며, 신비스런 전시공간에서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와 대화하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에 찬 나한과 마주할 때 우리 일상의 어지럽고 혼돈스러움이 사라져 금방 표정이 밝아진다. 도심 속 일상에 지친 우리가 나한을 닮은 우리의 고귀한 모습을 발견함도 큰 수확이다.

 

유물+음향+사진+영상이 결합한 현대미술이 바로 이곳에 있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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