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 쪽빛 바다로 보낼 수 없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야마는 진한 모정...

 

자식이라고 부모의 말씀을 고분고분 잘 듣고, 하라는 대로만 따라하며 마음 아프지 않는 짓만 골라서 한다면 그야말로 무슨 걱정이 있을까?

대기업 재벌가나 명망 있는 정치가, 저명한 학자나 신앙적으로 추앙받는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부족할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집안이라고 해서 자식농사마저 잘 지었을까? 그러나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니, 자식이 아무생각 없이 뱉어버린 잘 못된 말 한마디와 그릇된 행실로 인해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정치가, 기업가, 학자와 종교인이 수두룩할 지경이다.

어쩌면 부모의 말대로만 살아가는 자녀를 두었다면 세상사는 맛(?)을 못 느끼는 딱한 사람이라고 할런지도 모른다.

근래 각종 sns를 보면 자식과 손자, 손녀 자랑이 그에 다다른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으나,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인자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질투심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볼 때마다 편치 않다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일본의 문인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정서를 가장 매혹적으로 그리는 이 시대의 거장으로 정평이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 그의 동명 원작 <하나레이 베이/ハナレイ・ベイ>를 영화로 만들어내며 스크린을 쪽빛 바다로 가득 채웠다.

 

 

 

<하나레이 베이>... ‘사치는 파도가 기가 막힌 하와이의 하나레이 해변으로 서핑을 즐기기 위해 떠난 아들이 파도타기를 하던 중 상어에게 한 쪽 다리를 물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하와이에 도착한다.

경찰로부터 사고 당시의 상황과 함께 끔찍한 모습의 아들을 확인하고 그의 유품 몇 가지를 추린다. 담당자가 아들의 손바닥을 종이에 본떠 주겠다고 하나 이를 거절한다. 그 후 십 년 동안 사치는 매년 같은 날, 하나레이 해변을 찾아와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앉아 홀로 책을 읽으며 조용한 휴가를 보내 것이지만 때때로 레스토랑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그런 어느 날, ‘사치는 일본에서 서핑 여행을 온 두 청년과 마주치자 그들을 위해 통역도 해주고, 쇼핑도 도와주며 거처를 위한 집도 소개 시켜준다. 하루는 그 청년이 사치에게 한 쪽 다리로 파도를 타는 외다리 일본인 서퍼를 보았느냐고 묻자, 고요해 보였던 사치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혹시나 아들이 살아 있을가 싶은 마음에 하나레이 베이를 온통 뒤지고 다니는데...

 

<하나레이 베이>... ‘마츠나가 다이시/松永大司감독은 사치역 배우 요시다 요/吉田羊를 통해 무언가 불편한 모자간의 소소한 갈등마저도 잃어버린 아들을 추억하게 하는 등 작품 초반에서 아들의 시신을 보고, 장례를 치를 동안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차가운 엄마가 아닌 가슴에 시린 사랑을 묻어두고 이를 두고두고 기억하는 엄마의 참모습을 그려낸다.

요시다 요/吉田 羊역시 관객들에게 끈끈한 모정과 엄마로서의 한을 절제미로 연기해낸다. 과묵하다라기 보다 차라리 반항하는 아들인 타카시역으로는 사노 레오/佐野玲於가 배역에 맞춤 연기를 보여준다.

 

자식이 원수라는 말도 있지만, 원수처럼 가슴 아프게 한 자식이라도 잠시조차도 잊을 수 없어 원망의 그리움을 쪽빛 바다에 띄어 보내지 못하는 진정한 모정을 보며 가슴을 여민다...

 

- 인 승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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