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의 소명, 신탁(神託)이 있다면 무엇일까?

 

 

포철의 지나간 40여년을 회상한다면, 적어도 창업 과정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남다른 감회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굽이굽이 어려웠던 시절에 용하게도 좌초되지 않고 극복했던 사건 사건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아심과 함께 대장정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 가슴 뿌듯함을 금할 수 없으리라.

혹자는 현장을 13회 이상 출장, 격려해 마지않은 박정희 대통령의 강한 집념과 전폭적 지원, 철강보국(鐵鋼報國)에 혼신의 생명을 불사른 박태준 회장의 숭고한 사명의식과 탁월한 지도력, 공기(工期)의 단축, 원료의 안정공급을 위한 원료 공급선의 다변화와 장기공급 및 광산의 직접 개발, 직원의 안정적 근무여건을 위한 최상의 복지시설 및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학교설비,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쳐진 전 직원들의 단합된 의지, 생산출하와 철강 경기 사이클의 운 좋은 일치로 준공 초년도부터 흑자행진을 할 수 있었던 절묘한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포철의 성공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모두 타당한 해석이긴 하나 가장 중요한 항목을 빼놓거나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어서는 몰랐으나 나이가 팔십에 들고 보니 포항제철 성공의 의미를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하게 된다.

88년 늦가을로 기억된다. 뉴욕에서 명성 높은 철강 경제학자인 신부 호간(Hogan)박사와 만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초대로 그분의 프라이베이트 클럽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냈다. 여러 얘기 중 나라 발전과 철강업의 관계에 이르게 되었을 때 호간 박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북한의 김일성이 남한 지도자보다 능력이 부족해서 국민 소득 5백 달러 미만에서 허덕이는 줄 아십니까? 필리핀이 한국보다 지하자원이 부족해서 국민 소득 천 달러에서 맴돌고 한국보다 경제발전이 뒤진 줄 아십니까? 철강이 없었으면 어림도 없습니다. 북한정도이거나 기껏해야 필리핀 정도에서 헤맬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경제상황은 말 그대로 바늘에서부터 선박에 이르기까지 철강을 축으로 하는 경제 체제이며, 나라경제의 견인차인 철강은 또한 한국의 오늘을 만들어 나가는 등뼈(Backbone)입니다.”

노(老)교수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여러 해 전의 조향록 목사의 예언이 생각나 한동안 생각에 잠긴 일이 있었다.

‘포철신화’의 의미가 무엇일까? 포철에 신탁(神託)이 임한다면 그 방향이 어디일까? 생각에 생각을 했으나 머리만 무거울 뿐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무거운 머리를 한 채 북만주를 누볐으며 백두산을 오르내렸고, 천산북로(天山北路)를 따라 실크로드를 헤매며 몇 해가 흘렀다.

97년에 중국 「조선족 돕기 1달러 모금운동」의 결과를 갖고 길림성 ‘도문’에 갔을 때의 일이다. 불과 30~40m 폭의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 쪽의 남루한 옷차림의 동포들이 허기진 모습으로 강둑에 서 있었다.

“저 사람들이 왜 저기에 저렇게 서 있는 겁니까?”하고 물었더니, 강 건너오는 중국인 또는 연길 동포 편에 혹시 아는 일가친척 또는 구호 단체로부터 식량 지원이 있을까 하여 무작정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처참한 상황을 이쪽에서는 중국인들이 돈을 받고 포대경을 빌려주고 관광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다니….

전문가에 따르면 99년 북한에서는 50만 명 이상의 아사자와 100만 명 이상의 회복불가의 영양실조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월등한 경제력밖에는 없다. 지속적인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1300여 년 전에 경주를 중심으로 통일의 대업이 이루어졌다. 이제 묘하게도 같은 문화권인 포항을 중심으로 경제통일(經濟統一)의 대업이 이루어지고자 한다. 따라서 포철 종사자는 모두 이 나라 경제의 원동력을 돌리는 견인차의 조타수, 민족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통일꾼의 소명을 받은 자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월급쟁이 또는 생산직 사원이 아니라 철강 산업을 통하여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의 대업을 성취해야 할 소명(召命)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해 본다. 조향록 목사가 말씀한 포철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시는 신의 의지가 바로 이것이 아닌 가 헤아려 본다.

우리 모두 옷깃을 여미고 꿇어앉아 ‘소명을 받들겠습니다. 포철을 통해 이룩하시려는 통일의 대업을 반드시 성취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소명에 감사를 드리자.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결의를 다졌던 우리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통일대업의 성취를 향해 재도약의 결의를 다져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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