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영혼과 숨결을 느끼다

 

손 글씨체의 희소가치를 볼 수 있고 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진달래, 철쭉, 영산홍, 라이락이 서로 경쟁하듯이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는 평창동언덕의 영인문학관을 찾는다. 우리시대에 즐겨 암송하고 읽었던 친근한 이름의 시인 박두진, 조병화, 소설가 김동리, 박종화, 한무숙이 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고인이 되어 그들의 글과 글씨 그리고 그림을 접하니 믿기지 않는 세월의 흐름에 화들짝 놀란다.

 

영인문학관44회 전시 화 다시 보기’(2019. 4.19~ 5.31)소장품을 연다. 요즈음 같은 컴퓨터시대에 문인들이 육필로 쓴 시와 그림으로 전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전시를 보며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를 서예로 쓰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면, 시가 시각예술과 제휴하여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어 격이 높은 예술로 나타난다.

 

시들이 컴퓨터로 쓰여 한사람이 시화를 모두 할 수 있던 축복받은 시절이 가버린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는 강인숙 관장은 손글씨와 먹글씨 무시의 시대 풍조에 역행하면서 화 다시 보기을 여는 것은, ..화 일체의 미학적 전통이 얼마나 유현幽玄하고 전아典雅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 같아서라고 전시기획의도를 밝힌다.

 

2005창조의 흔적의 전시 이후 14년 만의 전시다. 이번전시는 자료가 너무 많아 작고문인들의 작품과 시인의 자작시나 애송시를 서예나 그림과 곁들여서 쓴 작품들만 대상으로 하였다. 다음 기회에 글과 그림의 만남의 전시를 하기 위해 서예는 한자보다 한글시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주최측은 말한다.

 

박종화, 김동리, 박두진, 조병화, 송지영, 설창수, 오영수, 김구용 등 작고문인들의 명품글씨와 시들이 있다. 한무숙, 어효선, 김우종, 성춘복, 이제하, 김지하, 이외수, 황지우외 여러 문인들의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예술성이 높은 작품도 전시된다. 소설가며 언론인이었던 송지영이 쓴 도연명의 시, 시인 박두진이 붓글씨로 쓴 시 '', 서예가 김단희가 쓴 시인 노천명의 푸른 5등 개성있는 육필과 그림이 눈길을 끈다.

 

문인들의 '용비어천가' '청산별곡' '사미인곡' 등 옛 시가의 아름다운 부분을 옮겨 쓴 작품에선 먹 글씨의 향취를 느낀다. ‘작가의 방에는 금년에 탄생 110주년을 맞는 시인 김상옥의 방이 마련되어 작가가 평소에 글 쓰던 모습, 사용하던 물품과 벽에는 시들이 걸려있다. 바로 뒤에는 암 판정을 받고 “‘투병(鬪病)’ 아닌 친병(親病)’ 중이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암과 더불어 일상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어령 선생의 작은 서재를 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영인문학관2001년 이어령 선생과 부인 강인숙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두 사람 이름의 한 글자씩을 따서 개관했다. 외부의 원조 없이 사재로 만든 이 공간은 사장될 우려가 있는 자료들을 모아 후세에 전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으며, 해마다 2~3회의 기획전을 열고 있다. 소장품은 이어령선생이 13년간 문학사상을 하면서 수집한 원고, 초상화, 편지 외에 문인, 화가의 부채, 서화, 애장품, 문방사우, 사진, 문인들의 장문(掌紋)과 일상용품 등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시와 글 그리고 그림이 함께 담겨진 영인문학관에서는 평창동 언덕의 꽃향기보다 더 진한 문인들의 먹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있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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