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보를 똑바로 쓰자-2

 

물론 종업원 중에도 칼질이 자기 못지않은 솜씨를 가진 사람도 있으나 솜씨는 능숙할지 몰라도 그 마음보가 따라오지 못한단다. 그 마음 언저리에는 어떤 생각을 갖는가 하면 ‘아이 지겨워, 불고기 먹을 다른 데가 없는가, 왜 우리 집에만 꼭 오는가’ 이런 불평을 갖거나, 아니면 ‘아이 지겨워, 오늘 데이트가 있는데, 개인적인 일이 있는데, 피곤해 죽겠는데, 왜 꾸역꾸역 이 집으로만 기어드는가 모르겠네’ 등 이런 불평을 하면서 칼질을 하니까 그 칼 끝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단다.

“애들은 솜씨는 있으나 마음이 따라오질 못해 아직까지도 제가 이 칼끝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주인의 손을 덥석 쥐었다.

“참으로 당신의 마음씨가 아름답소. 어린애의 순수성을 가지고 있고, 그만한 나이에 그리 순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갸륵하오. 당신이 바로 예수야, 당신이 바로 관음상이야, 당신의 얼굴에는 후광이 비치고 있어.”

감동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니 김 여인은 더 한층 얼굴이 붉어지면서 “감사합니다. 관찬이시죠.”하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녀가 일어나는 순간,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가 뚝 떨어졌다.

힐끗 보니 그 쪽지에는 당시 우리 포항제철 직원과 포항시내의 유지명단, 또 해병대 군인들의 명단이 쭉 적혀있지 않은가. 알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되어서 ‘이게 뭡니까?’하고 물어보니 ‘별 것을 다 보신다’고 하면서 황급하게 그것을 빼앗더니 나가버렸다.

궁금하기도 해서 주방장을 불러서 “아줌마가 아까 떨어뜨렸던 그 쪽지에 적혀있던 명단이 무엇인가?”며 물었다.

“그것은 얘기해서는 안 되는데요.”

“괜찮으니 얘기를 하시게.”

얘길 들어보니 많이 드나드는 사람들의 명단을 20명 정도 정리했는데, 그 명단에 기재된 사람은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예컨대 직장에서 징계면직을 당했다, 자녀들이 대학에 떨어졌다, 부모들이 병환 중에 있다, 또 부인이 계를 하다가 계가 깨져서 집안이 어려워졌다 등 이러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적어 놓았다가 포항으로부터 약 6km 떨어진 곳에 있는 ‘금강정사’라는 절에 가서 발원기도를 드린단다.

‘아무 아무개 대주는 이렇게 성실하고 마음씨가 곱고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인데 업장소멸이 안돼서 지금 이러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원컨대 관세음보살의 원력으로 이러한 것이 해소되고 본연의 일을 원만하게 수행하게 되기를 춘원하나이다.’라는 발원기도를 3개월간 드린다고 했다.

이것은 아무도 모르게 한다. 마치 ‘왼손으로 하는 선행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불교도인 이 여인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에만 가면 모든 것이 잔치기분 같아 붕 들뜬다.

이 여인은 돌아다니면서 손님의 국그릇 만져보는 것이 일과다.

“아니 손님, 국이 식었군요.”

“괜찮소, 먹던 중인데 뭐 어떤가.”

“아닙니다. 우리 집에서는 더운 국 자셔야 합니다.”

“손님, 나물이 없군요.”

“아니, 괜찮소.”

“아닙니다. 나물이 떨어지면 되겠습니까.”

“얘 나물 더 가져오너라.”

주인은 손님에게 무엇인가를 더 먹이고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또 손님은 괜찮다고 사양하느라 안달이다. 이렇듯 서로 양보하고 서로 도우려고 하니 늘 흥청흥청 하는 것이 잔칫집 같은 푸근한 분위기가 감돈다.

아아, 바로 이것이 ‘심시(心施)’로구나. 다른 집에는 손님이 없는데 유독 이 집에만 손님이 있는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되는구나. 깊은 상념에 잠기게 된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성웅이라고 일컫는다. 전술이 탁월한 것도 있고, 군략에 천재성도 있고, 충성스러운 것도 있어 감히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사적인 대 위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 번 이순신 장군의 깊은 경지를 새로이 볼 필요가 있다.

난중일기를 보면 무려 43번이나 꿈에 하늘로부터 신이 내려와 현몽을 하고 계시를 하는 그런 대목이 나온다.

‘순신아 아직도 자느냐, 울돌목을 어이할꼬.’

‘순신아 아직도 자느냐, 한산도를 보거라.’

소스라쳐 놀라 깨면 적병이 몰려온다는 첩보가 날아온다.

무릇 한 경지에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기울여서 그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을 기울이게 되면 마침내 꿈에 현몽하고, 신의 계시를 받게 되는 것이 불가사의한 마음의 염작용(念作用)이다.

생각하건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 있어서 무한경쟁의 시대는 ‘먹고살기 어려워진 시대’를 의미한다. 이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조직 구성원 하나하나가 전부 주인된 마음으로 무재칠시의 으뜸인 ‘심시’를 제대로 할 때에 어떤 경쟁도 물리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모두 마음을 바로 합시다.

당신의 마음은 제대로 되어 있는가 스스로 물어봅시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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