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62.누고재(螻蛄才)와 오서오능(Ɨ

 

최근, 각종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현상이 이상기후라는 커다란 재앙으로 지구촌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이상기후’란 한마디로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가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강수량은 훨씬 많아지고 사막은 더욱 건조해지며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는 강수량이 더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미리미리 대비해 그 피해를 최소화 하여야 할 것이다.

 

누고(螻蛄)ㆍ석서(石鼠)ㆍ토구(土狗)ㆍ혜고(蟪姑)ㆍ천루(天螻)ㆍ지구(地狗)ㆍ도로래...이 모두가 땅강아지를 달리 지칭하는 이름들이다.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땅강아지를 쉽게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대략 사십 세가 넘은 세대들은 예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땅강아지는 땅강아짓과의 곤충으로 크기는 대략 4cm내외이며, 황갈색이나 흑갈색이고 온몸에 짧고 연한 털이 촘촘히 나 있다. 날개는 짧지만 날 줄은 알고, 앞다리는 두더지와 비슥하게 생겨 땅을 파기에 알맞게 잘 발달되어 있다. 주로 작은 벌레를 잡아먹거나 농작물의 뿌리와 싹을 갉아먹어 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해충으로 분류한다.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예부터 한방에서는 ‘누고’라 하여 여름부터 가을에 잡은 땅강아지를 햇볕에 건조시켜 이수(利水), 해독, 소종(消腫)의 약효가 있다하여 소변불통ㆍ방광결석ㆍ수종ㆍ악성 화농증에 주로 처방하였다.

 

민간에서도 땅강아지를 뱀술처럼 술을 만들어 약으로 먹기도 하였는데, 누고주는 특히 인삼밭에서 잡은 것을 쓰는 것이 좋으며, 불에 살짝 볶아 쓰기도 하고 산채로 쓰기도 한다. 땅강아지는 양력 4~5월경 초저녁에 인삼밭에 환하게 등불을 켜 두면 그 불빛을 보고 땅강아지들이 모여드는데, 이때 잡으면 된다. 누고주를 담그는 방법은 땅강아지와 세 배가량의 독한 술을 붓고 밀봉하여 땅속에 묻어 1년에서 3년 정도를 보존한다. 먹을 때는 술에 담근 땅강아지를 말려 가루를 내어 먹거나 볶아서 가루를 내어 술과 같이 먹는다. 하루 세 번 한 번에 작은 소주잔으로 한 잔씩 복용하면 폐병ㆍ기관지염ㆍ생식기 질환 일체와 신장병에 특효가 있고 오줌싸개 어린이에게 며칠간 먹이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지방마다 땅강아지를 달리 부르는데, 충청지방에서는 ‘개밥두디기’, 강원지방에서는 ‘굽두더지’ 또는 ‘땅두더지’ㆍ‘땅개’, 경북지역에서는 ‘땅개미’ 또는 ‘땅간지’, 경남에서는 ‘논두름아재비’, 황해도에서는 ‘돌도래미’, 경기도에서는 ‘보부지’, 제주에서는 ‘하늘강생이’라고도 불린다.

 

오서오능(鼯鼠五能)이란 말은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를 말한다. 즉, 날 줄은 알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도 타넘지는 못한다. 헤엄은 쳐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은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추며, 달릴 줄은 알아도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 그래서 제비한테 두더지한테 먹힌다. 제비보다 못 날고 두더지보다 못 판다는 말이다.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는 이것저것 하기는 해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비슷한 비유로 ‘누고재(螻蛄才)’란 말도 쓴다. 누고재란, 말 그대로 ‘땅강아지 재주’란 뜻인데, 앞에서의 언급과 같이 날다람쥐처럼 날고, 타오르고, 건너가고, 땅을 파고, 달리는 세상(날다람쥐)의 모든 재주를 가지고는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이 어설프다하여 ‘재주를 갖추긴 갖추었으나 미숙한 상태’를 가리킬 때 쓴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 말기의 귀족 안지추(顔之推:531∼591)가 후대의 자손을 위하여 저술한 교훈서《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인용된 말이다.

 

《안씨가훈(顔氏家訓)》은 2권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족도덕ㆍ대인관계를 비롯하여 구체적인 경제생활ㆍ풍속ㆍ학문ㆍ종교 나아가서는 문자ㆍ음운(音韻) 등 다양한 내용을 구체적인 체험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논하였다. 그 속에는 일관된 개인생활을 위한 생활방법이 기술되고 있다. 그는 타락한 남조 귀족사회를 비판하였고 극단적으로 습속(習俗)을 달리는 현학(玄學)을 배격하였으며, 유교의 상식적인 합리주의를 사랑하여 전변(轉變)하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실용가능의 학문을 권장하였다. 이 책의 상세하고도 구체적인 당시의 사회 묘사는 정사(正史) 이외에 거의 없는 6조의 사료를 보충하는 귀중한 문헌이기도 하다.

 

한때 고전 문학서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일침〉의 저자인 정민 교수는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다. 모두들 선망하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다재다능도 전공이 있어야지 오지랖만 넓어 이것저것 집적대면 마침내 큰일은 이룰 수가 없다. 두루춘풍으로 ‘못하는 게 없어’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무능하다는 말과 같다. 이것저것 잘하는 팔방미인보다 한 분야를 제대로 하는 역량이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시대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 했다. 한 문으로 들어가 깊이 파면 모든 문이 다 열린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대기만 해서는 끝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균형 잡힌 안목으로 핵심 역량을 길러야 한다. 깊게 파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을 얻는다. 바야흐로 전문가 시대란 말씀.”이라고 일침 했다.

 

“잘 달리는 놈은 날개를 뺏고, 잘 나는 것은 발가락을 줄이며, 뿔이 있는 녀석은 윗니가 없고, 뒷다리가 강한 것은 앞발이 없다. 하늘의 도리는 사물로 하여금 겸하게 하는 법이 없다.”

 

발이 네 개인 짐승에게는 날개가 없다. 새는 날개가 달린 대신 발이 두 개요, 발가락이 세 개다. 소는 윗니가 없다. 토끼는 앞발이 시원찮다. 발 네 개에 날개까지 달리고, 뿔에다 윗니까지 갖춘 동물은 세상에 없다.

 

“일본 속담에 ‘땅강아지 물 건너기’ 라는 말이 있다. 통에 물을 붓고 한쪽 끝에 놓아주면 처음에 활발하게 헤엄쳐 나간다. 그런데 이 땅강아지는 물통 중간쯤 가다가는 되돌아오는 버릇이 있다. 끈기가 없어서 그렇다. 그러다 보니 목적지 까지 못 간다. 괜히 중간까지 헤엄치느라 힘만 들었다. 이걸 바로 ‘땅강아지 물 건너기’라 한다.” 조관일의 <멋지게 한 말씀> 中.

 

< 2019.04.18.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No.

Title

Name

Date

Hit

2232

큰 그릇 만들기

여상환

2019.05.31

279

2231

390. 쪽빛 바다로 보낼 수 없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야마는 진한 모정...

인승일

2019.06.01

86

2230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78)

김정휘

2019.05.29

477

2229

‘은혜의 비’를 맞으러 가자_ 안형남 초대전

이성순

2019.05.28

687

2228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38)

정우철

2019.05.26

386

2227

389. <알라딘>은 더 이상 어린이의 동화가 아니다! - 4DX 스크린 뮤지컬

인승일

2019.05.25

391

2226

회사 창립, 몇 명으로 하나?

여상환

2019.05.24

186

2225

한국 구상미술의 대가, 국민화가 박수근

이성순

2019.05.21

846

2224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37)

정우철

2019.05.19

450

2223

388. 도서관은 책 창고가 되고, 내용은 가상의 공간에 있는 시대...

인승일

2019.05.18

379

2222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77)

김정휘

2019.05.15

503

2221

박정자의 드라마콘서트 ‘혜경궁 홍씨’

이성순

2019.05.14

585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