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9.고슴도치 딜레마

 

그 옛날 시골에서 자라셨던 어르신들은 대부분 야생 고슴도치를 한 번 쯤은 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야생 고슴도치의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고슴도치란 놈의 생김새가 몹시 우스꽝스러운데, 성질이 순하며 동작이 민첩하지 않은 대신에 방어수단으로 뾰족한 가시갑옷을 입고 있어 약육강식의 냉혹한 야생의 세계에서 긴긴 세월동안 멸종되지 않고 오랜 세월 당당히 종족보존을 해온 것이다. 혹시라도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라치면 이 녀석은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자기 몸을 돌돌 말아 밤송이처럼 변해버린다. 천적들은 고슴도치의 이 날카로운 가시를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항상 위기상황에 대처하고는 오늘날까지 살아남게 된 것이다.

 

최근엔 대형마트에 가면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우리의 토종 고슴도치보다는 훨씬 작고 귀여운 애완용 피그미 고슴도치를 팔기도 하는데, 나름 귀엽고 독특해서인지 매니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고 한다.

 

생의 철학(Philosophy of life)의 시조(始祖)이며 주의설과 염세주의(=페시미즘(Pessimism))의 대표적 철학자인《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저자 독일의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생명은 살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며, 악의 술책으로써 고(苦)의 세계 일 뿐만 아니라 최악의 세계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의 의지를 철저히 끊고 관조(觀照)의 세계인 예술과 종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전 위대한 관념 철학자들의 견해와는 중요한 논점에서 상반되는 한마디로 과거의 합리주의를 반대하고 비합리주의를 그 대안으로 가져 온 것이다. 그의 사상은 이처럼 철저한 염세주의로써, 이에 의해 많은 자살자가 속출하였다고 한다.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로부터 비롯된 ‘고슴도치 딜레마’란 흥미로운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 여기서 딜레마(Dilemma)란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가리킨다. 우리말로는‘궁지(窮地)’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추위를 이기기가 힘이 들어 혹시 서로 몸을 포개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서로의 체온을 전달받을 수 있을 만큼의 가까운 거리로 접근을 했다. 하지만 상대의 온기를 전해 받기는커녕 서로 가까이 붙으면 붙을수록 서로의 가시는 상대에게 아픈 고통만을 줄 뿐.... 그래서 이 둘은 서로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기를 수없이 반복하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만한 가장 참고 견디기 좋은 알맞은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게 되고, 너무 멀면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지 못해 추위에 떨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해서 생긴 심리학 용어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는 우리 인간들이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과 관련해 많은 의미를 가지게 한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공허와 단조로움을 견디다 못해 생겨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욕구가 인간을 모이게 한다. 그러나 인간이 갖추고 있는 수많은 혐오스러운 성질이나 참기 어려운 결점들이 다시 그들을 떼어놓게 되는데, 그 결과 발견된 집단생활이 성립할 수 있는 중용(中庸)의 간격이 바로 “예의범절(manner, etiquette)”인 것이다.

 

이 문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향해, 영국에서는“Keep your distance”라고 하면서 충고한다. 그대의 간격을 유지하라. 즉, 너무 친한 척 접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간격 때문에 한편 서로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욕구는 충분하게 충족되진 않지만, 그 대신 다른 한편으로는 가시의 아픔을 느끼지 않고 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따뜻함을 풍족히 지닌 자는 분쟁의 요소를 준다든가 또는 받지 않기 위해서 서로의 불안정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사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한다. 그는 고독을 즐긴다. 다른 사람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의 삶과 자기 일에만 몰두해서 남들이 보기에는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다. 늘 자기를 감추고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면 피차 서로 간섭할 일도 없고 부딪칠 일도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거기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아픈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이렇게 인간관계 초기부터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기를 방어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일컬어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깊이 사귀지 마세 /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 작별을 하세 / 어려운 말로 / 이야기 하지 / 않기로 하세 / 너만 이라든지 / 우리들만 이라든지 /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 같은 말들을 / 하지 않기로 하세 /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내가 어드메쯤 간다는 것을 /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 작별이 올 때 /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 작별을 하며 / 작별을 하며 사세 / 작별이 오면 /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 악수를 하세 《조병화의 공존의 이유》

 

< 2019.03.28.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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