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론 소고(小考) -2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신선로를 가운데 둔 대형 교자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다. 여기에 대접받을 손님, 또 주인공이 등장하면 그 교자상에 차려진 상의 내용과 풍족함과 넉넉함에 감동하고 또 압도당하게 된다. 여기에 원칙이 서게 된다. 손님을 초대하더라도 교자상반에 한 상 두 상 같은 내용의 상이 전개된다. 기본적으로 손님을 초대해서는 잣죽이나 기타 들깨죽으로 반주한잔 걸쳐서 담소를 나누고 위를 다독여서 다스려놓고 본격적으로 식사에 들어갈 때는 교자상에 수라상을 기본으로 하는 스타일의 상반이 제공된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한정식의 상차림의 기본은 획일성 속에 다양성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건 무슨 말인가? 상차림은 A그룹의 상차림, B그룹의 상차림, C그룹의 상차림 교자상에 상 차려지는 내용은 같은 순서와 같은 내용물로 정리돼서 동시에 제공된다. 그러나 획일적으로 같은 양상을 띠더라도 손님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불고기, 너비아니, 나물 일부와 밥을 중심으로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나는 육식을 이미 했으니 채식과 신선로 음식을 중심으로 먹겠다.”, 또 어떤 사람은 “나물 종류에 고추장, 전 등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겠다.” 라고도 할 수가 있다. 다양한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음식의 특징은 화려하고, 풍성하고, 감동스러운 상반이 마련되면 그 과정에서 선택은 각자 임의롭게 할 수 있는 특질이 있다. 상대적으로 서양식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양성 속의 획일성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가령 비프스테이크, 생선류, 기타 튀김류 등의 여러 가지 아이템 중에서 자기 나름대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전체의 경우 입맛을 다스릴 수 있도록 가벼운 것이 나오고 그 다음에 선택된 음식이 나온다.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 임의대로 선택할 수 있다. 다양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일단 선택되면 그 다음은 획일적이다. 주문 접시가 들어오면 ‘먹느냐 마느냐’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획일적이다. 다양하지만 일단 선택된 음식이 서빙 될 때는 먹느냐 마느냐 선택이지 다양성은 전혀 없고 내 선택의 역할은 범위가 없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초대되더라도 같은 음식이 서빙 되는 것을 먹느냐 안 먹느냐 뿐이지 다른 것을 골라먹을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따라서 서양음식의 경우에는 정갈하고 절도 있고 분위기는 있으나 그 수순이 그런 다양함 속에서 획일적이기 때문에 all or nothing 밖에는 안 된다.

 

언제부터인가 압도적인 서양문화의 영향으로 우리 한식을 그런 식으로 획일적으로 서빙 하는 음식문화로 바꿔보려는 노력이 있고 지금도 그렇게 하는 곳이 있다. 그러니까 우스갯소리 중 하나로 간장과 전이 먼저 나오니까 서양 음식의 경우 나오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먹게 되어 있어서 간장이나 고추장을 먼저 먹어보고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얘기까지도 전해진다. 중국 사람들의 경우에는 한식은 감질나서 못 먹겠다, 감질나서 못 먹겠다고 퇴짜를 논다. 일본의 경우에는 음식서빙 절차가 서양식과 비슷하다. 전체가 나오고 또 회가 나오고 하더라도 거기서 추구하는 것은 풍족함과 풍성함이 아니라 접시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예술성을 띠고 정갈함을 갖게 하고 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단품메뉴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 그 수순이 서양식과 일치하여 계속 번성하는데, 우리는 생성의 원리에 따라 풍족함 속에서 푸짐함을 상징으로 하고 그 밥상 테두리 속에서는 각자가 선택적으로 자기의 입맛에 맞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었는데 이것을 놓치고 이걸 단품 화하여 서양식 음식 방법으로 서빙을 하니 전혀 조화가 이루어지질 못한다.

이것을 탈바꿈 시켜 성공적으로 음식점을 경영하는 곳을 몇 곳 봤다. 한정식 대중음식점으로 ‘청목’을 들고 싶다. 그곳은 전통적인 교자상에 똑같은 상차림의 획일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 속도를 빨리하기 위해서 테이블의 간격을 조절하여 손님이 앉으면 장정 두 사람이 밥상을 들고 와 틀에 끼워서 쭉 밀어 넣으면 바로 밥상차림이 완료되고, 손님은 풍성한 음식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또 자기 입맛대로 선택해서 획일성 속에 다양성이 보장되는 우리 전통음식의 흐름과 율례를 갖추게 되고, 그리고 음식이 중간 중간 부족하게 되면 즉각 추가로 서빙을 해 주니 문전성시가 되고 지점을 몇 개씩이나 내고 있다. 이런 성공적인 한식 서빙방법과 내용물 전개방법은 전주, 순천, 광주의 전통식 식당에서도 이와 같은 제례식의 한식공급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서 우리 한식의 기본은 풍성함, 생명을 존중하는 기운을 북돋우는 그런 밥상, 또 신선로 등 준비된 음식과 만들어가면서 먹는 음식의 혼합형, 각자가 자기 입맛대로 먹을 수 있는 다양성, 이것이 보장되는 것이 우리 음식의 특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라의 대표가 될 만한 호텔에 제 나라의 으뜸 음식이 빠진다는 이런 수모스러운 현상이 방치만 되어야 할 것인가. 수라상 개념으로 한정식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뜻 있는 분들의 ‘우리밥상 지키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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