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론 소고(小考) -1

 

정중하게 모셔야 할 외국인과 자리를 같이 했을 때다. 전통적인 한국의 음식을 섭렵하고 싶다는 권유에 따라 조선호텔,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의 특급호텔에 한정식 예약을 하려고 했던 결과 하나같이 한정식 코너는 운영을 하지 않고 일식, 양식, 중식을 하도록 권유 받았다. 놀라운 일이다. 일본 오타니호텔, 제국호텔에서도 제일 강조하며 자랑스럽게 내 놓는 것이 화정식(和定食)이다. 중국은 비행기와 책상다리 빼고는 모든 것을 요리한다는 요리천국이니 풍성한 식탁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서양에도 일류호텔에 자랑스럽게 제공되는 것이 비프스테이크를 중심으로 한 각종 요리가 그 나라를 대표함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오천년을 이끌어온 이 나라 역사 속에서 대표된 우리의 밥상이 이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충격적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한 가지 결론을 얻게 되었다. 주관적 해석이므로 견해를 달리하는 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논고해 보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밥상은 근원적으로 왕궁의 수라상에서 비롯된다.

수라상은 소주방(燒廚房 : 대궐 안의 음식 만드는 곳)에서 주방상궁이 차린다. 수라 전에 미음이나 무리죽을 먼저 올린다. 그런 다음에 상전에서 수라 올리는 시각을 알려오면 거기에 맞추어 아침수라를 대령한다. 수라상을 차릴 때에는 대원반·곁반·책상반 등 모두 3개의 상을 쓴다. 수라상은 기본음식 외에 12가지 찬품이 올려지는 12첩반상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이어도 상관이 없으며, 찬물의 내용은 계절에 따라 바뀐다. 수라상에 올리는 기본음식과 12가지 반찬은 다음과 같다. 기본으로 밥(흰밥·팥밥)·국(미역국·곰국)·김치(섞박지·깍두기·동치미)·장(초간장·초고추장·겨자즙)·조치(젓국조치·고추장조치)·찜(갈비찜)·전골 등이다. 반찬으로는 숙채(애호박나물·숙주나물·도라지나물 등 삼색나물)·생채(무생채)·구이(너비아니구이·생선구이)·조림(조기조림·사태장조림)·전(민어전·뮈쌈)·적(송이산적·사슬적)·자반(북어무침·장똑도기·대구포·어란·장포육)·젓갈(새우젓)·회(육회·민어회)·편육·장과(삼합장과·오이통장과)·별찬(육회·어회·어채·수란) 등이다. 수라상이 완전히 준비되면 방으로 가져간다. 대원반은 남에서 북으로 향하여 놓고, 곁반은 수라상의 동편에 약간 떨어져 나란히 놓으며, 책상반은 원반과 곁반 사이의 앞쪽에 기미상궁을 마주보도록 놓는다.

이것이 기본이 되서 이와 같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상차림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우리의 경우는 밥상을 차려서 거기에 진설을 하고 인원에 맞춰서 함께 들게 된다. 가운데 신선로를 놓게 되면 더욱 풍미 있고 분위기가 화사롭다. 외국인들도 놀란 눈으로 “Angel’s furnace”라고 아주 흥미롭게 살펴본다. 식사 중에 불을 지피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대단히 드믄 케이스다.

 

또 제상을 차릴 때도 우리는 상차림에 각별히 신경 쓴다. 규칙과 규격이 있다. 紅東白西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生東熟西 생것은 동쪽에 익힌 것은 서쪽에 놓는다. 棗東栗西 대추는 동쪽에, 밤은 서쪽에 놓는다. 頭東尾西 생선 따위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놓는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붉음은 태양을 상징하고 동으로부터 솟아오르고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생명력 있는 생것, 붉은 것들은 동쪽을 향하게 놓고, 죽음을 상징하는 흰 것은 서쪽에 자리하게 둔다. 이와 같이 천지조화를 밥상에서도 이루어지게 할뿐더러 제상까지도 격식과 규격을 차리도록 하고 제대로 된 상반을 대하게 되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또한 오방정색은 대한민국 전통색상으로, 적색, 청색, 황색, 백색, 흑색 등 총 다섯 가지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오정색이라 부른다. 각각의 색은 방향성을 띠고 있는데, 적색은 남쪽, 청색은 동쪽, 흑색은 북쪽, 백색은 서쪽, 그리고 황색은 중앙이라는 방향을 가진다. 오방정색 가운데 적색과 청색은 양색이며, 백색과 흑색은 음색에 해당된다. 오정색을 혼합해 만들어낼 수 있는 색을 5간색 혹은 오방잡색이라 칭한다. 이 다섯 가지 간색은 녹색, 벽색, 홍색, 자색, 그리고 유황이다. 과거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방정색이다. 예로부터 오방정색은 생활 속에서는 물론, 우리 민족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예로부터 즐겨 먹었던 비빔밥은 영양은 물론 색색의 화려함이 눈 맛까지 사로잡아 더욱 맛있는 음식이다. 흰 쌀밥 위에 여러 가지 야채와 채소를 얹고 그 가운데 화룡점정인 계란 노른자까지 얹어 마무리하면 완성되는 비빔밥에서도 오방색을 찾아볼 수 있다. 비빔밥에 쓰이는 재료로 흰 쌀밥,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가는 시금치, 당근, 도라지, 버섯, 그리고 계란 노른자까지 이들은 모두 오방색을 띠는 야채와 채소이다. 심지어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의 계란 노른자를 정 중앙에 올려 오방색의 방향성까지 반영한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다.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때 한국을 방문해 신라호텔에 머물며 비빔밥을 먹고 극찬하여 신라호텔에서 마이클잭슨을 위하여 따로 ‘마이클잭슨 비빔밥’을 만들어 내한 때마다 수시로 찾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또한 잔치상을 살펴보면 반드시 식혜나 수정과가 놓인다. 이는 여러 찬들을 먹다보면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화려한 밥상으로 인해 과식을 하여 소화가 오래 걸려 부패, 산화되기 쉽다. 그래서 산도가 낮은 식혜나 수정과를 먹어 음식의 소화를 촉진하고 산도를 PH 7이하를 유지하게 한다. 이렇듯 우리 한정식은 그 밥, 찬 하나하나에도 많은 의미와 효용을 내포하고 있다.

 

여상환



 

 No.

Title

Name

Date

Hit

2293

일본 현대사 한 장면-- 전범국에 생겨난 피해자 의식

김형국

2019.08.15

503

2292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한글 설치 작품_바바라 크루커

이성순

2019.08.13

868

2291

죽어서도 말하는 남강 이승훈(1864~1930)

김동길

2019.08.12

452

2290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49)

정우철

2019.08.11

412

2289

400. BLUE NOTE RECORDS – 세계 최고 재즈뮤지션의 환상적 연주

인승일

2019.08.10

484

2288

포스코의 발전을 위한 소망3제(所望三題)-2

여상환

2019.08.09

346

2287

모차르트가 누군가요?

김형국

2019.08.08

622

2286

“나는 피를 토할 듯이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_ 박서보전

이성순

2019.08.06

1109

2285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86)

김정휘

2019.08.07

293

2284

선구자 김옥균 (1851~1894)

김동길

2019.08.05

438

2283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48)

정우철

2019.08.04

447

2282

399. ‘알랭 뒤카스’의 명품 요리를 먹을 수 없다면 눈으로 즐기자!

인승일

2019.08.03

473

[이전] 11[12][13][14][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