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5.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민족혼

 

삼일절은 대한이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자주독립의 뜻을 세계만방에 알린 거국적 만세운동을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19년(기미년)에 일어났다고 해서 기미독립운동이라고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 중심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힘의 팽창과정에서 제국주의 집단체제간의 충돌로 일어났다. 이들 제국주의 강대국들에게는 소위 ‘힘의 논리’에 의해 약소국을 점령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고, 강대국들은 그 점령을 서로 묵인해주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였다. 한편 열강끼리의 충돌에 대비하여 이해관계가 근접한 국가와의 집단체제(협상국, 동맹국)를 형성하여 상대세력을 견제하였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이 급기야는 세계대전을 촉발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1월 8일, 미국의 제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이 연합국 측을 대표한 전후처리 지침으로써 이른바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승전국의 입장에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국제사회의 질서를 회복해야하는 책무가 있었던 것이다.

 

민족자결주의(National Self-determination)란, 각 민족은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을 뜻하며, ‘민족자결권(民族自決權)’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있던 우리 민족이 이 기회에 대동단결하여 자주독립을 요구하면 ‘민족자결주의 원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 속에 거족적인 독립운동이 계획되었다. 손병희를 필두로 민족대표 33인이 지도하였으며, 1919년 3월 1일을 기하여 서울ㆍ평양ㆍ의주ㆍ선천ㆍ안주ㆍ원산ㆍ진남포 등 6개 도시에서 일제히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었다. 민족지도자 만해(卍海)한용운은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일본 경찰에 통고하고 스스로 체포되었다.

 

〈독립선언서〉는 육당(六堂)최남선이 기초하였고, 춘원(春園)이광수가 교정을 보았는데,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생동감이 없다하여 한용운이 공약 3장을 추가했다.

 

『 오등(吾等)은 자(慈)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차(此)로써 세계만방(世界萬邦)에 고(告)하야 인류평등(人類平等)의 대의(大義)를 극명(克明)하며, 차(此)로써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고(誥)하야 민족자존(民族自存)의 정권(正權)을 영유(永有)케 하노라.

[현대어역] 우리는 여기에 우리 조선이 독립된 나라인 것과 조선 사람이 자주 국민인 것을 선언하노라. 이것으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밝히며, 이것으로써 자손만대에 일러 겨레가 스스로 존재하는 마땅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 이하 생략 〉

 

공약3장 (公約三章)

 

一. 금일(今日) 오인(吾人)의 차거(此擧)는 정의(正義), 인도(人道), 생존(生存), 존영(尊榮)을 위(爲)하는 민족적(民族的) 요구(要求)이니, 오직 자유적(自由的) 정신(精神)을 발휘(發揮)할 것이요, 결(決)코 배타적(排他的) 감정(感情)으로 일주(逸走)하지 말라.

[현대어역] 하나, 오늘 우리들의 이 거사는 정의ㆍ인도ㆍ생존ㆍ번영을 찾는 겨레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라.

 

一. 최후(最後)의 일인(一人)까지, 최후(最後)의 일각(一刻)까지 민족(民族)의 정당(正當)한 의사(意思)를 쾌(快)히 발표(發表)하라.

[현대어역] 하나, 마지막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라.

 

一. 일체(一切)의 행동(行動)은 가장 질서(秩序)를 존중(尊重)하여, 오인(吾人)의 주장(主張)과 태도(態度)로 하여금 어디까지든지 광명정대(光明正大)하게 하라.

[현대어역] 하나, 모든 행동은 먼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 』

 

당시 18세의 꽃 같은 여성으로서 이화학당의 고등과 1년생이었던 유관순은 평소 ‘불란서의 구국 소녀 잔다르크’처럼 되기를 꿈꾸었고, 또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처럼 천사와 같은 마음씨를 갖기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다짐했었다. 그녀의 이 같은 조국애와 민족애는 1919년3월1일 봉기한 삼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였고,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가 아우내장터에 모인 수많은 군중들 앞에 나아가,

 

“여러분! 우리에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놈들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합방하고 온 천지를 활보하며 우리 사람들에게 갖은 학대와 모욕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0년 동안 나라 없는 백성으로 온갖 압제(壓制)와 설움을 참고 살아왔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세계의 여러 약소민족들은 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일어서고 있습니다. 나라 없는 백성을 어찌 백성이라 하겠습니까. 우리도 독립만세를 불러 나라를 찾읍시다. 대한 독립 만세!”

 

라는 열변을 토하며 손수 만들어 두었던 태극기를 나눠주며 독립만세운동을 하다가 일경에게 체포되어 야만적이고 무자비한 고문으로 이듬해 9월28일 서대문감옥에서 꽃다운 나이로 순국하였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싸운 사람을 가리켜 ‘의사(義士)’ 나 ‘열사(烈士)’라 부르는데, 열사와 의사의 좀 더 구체적인 구분은 이러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저항하다가 의롭게 죽은 사람 또는 직접 행동은 안 했어도 죽음으로 정신적인 저항의 위대성을 보인 사람, 혹은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자결로써 굳은 의지를 드러낸 사람”을 가리켜 ‘열사’라고 한다. ‘대한의 잔다르크’라 말할 수 있는 유관순 열사, 1907년 고종의 밀사로 화란의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 할복(割腹)으로 일제의 침략행위를 세계에 호소하려했던 이준 열사 등을 예로들 수 있다.

 

‘의사’란 “군인이 아닌 일반인의 신분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제 몸을 바쳐 항거하다가 의롭게 죽은 사람, 혹은 의리와 지조를 굳게 지키며 때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사람으로 성패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무력(武力)으로써 적에 대한 거사를 결행한 사람”을 말한다. 우리민족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 상해 홍구공원에서 도시락폭탄으로 일제의 내로라하는 전범을 폭사시킨 매헌(梅軒)윤봉길 의사 등을 들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구분에 국가보훈처의 항일 선열 공적 조사를 위한 판단기준을 덧붙인 흥미로운 구분이기에 잠시 소개해 보았다.

 

3ㆍ1운동 자체가 직접적으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가져다주지는 못했으나 이는 일제를 기존의 무단(武斷)정치에서 문화(文化)정치로 전환하게 했고, 언론ㆍ출판ㆍ문화에 대하여 표면상 이지만 그나마 유화정책을 쓰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인하여 이듬해인 1920년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창간되었고 <개벽>, <창조>, <폐허>, <백조> 등의 문예지가 발간되어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 문학사적으로 하나의 큰 획을 긋게 하였다.

 

빼앗긴 조국을 다시 찾겠다는 일념하나로 목숨을 내놓은 독립투사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 덕택으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오늘은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 듯이 거리로 뛰어나가 강력하고 거대한 힘에 저항했던 민족적 거사의 날이었다.

 

손에는 총칼대신 꼬질꼬질해진 태극기를 들고...

 

일제의 치하에서 잃어버린 대한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성 유관순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라. 꽃다운 나이에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가버린 아름다운 영혼. 그것은 억만년이 지나서도 길이 남겨져야할 대한의 민족혼임에 틀림없다.

 

< 2019.02.28.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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