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이 봄답지가 않다

 

지난 주 초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었다. 입춘은 대체로 음력 정월에 드는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정월 초하루 바로 전날인 섣달 그믐날이 입춘이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가가호호 대문에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가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써 붙이는데 이것을 입춘첩(立春帖)이라 한다. 입춘방ㆍ입춘서ㆍ춘축ㆍ입춘축이라고도 부르며 입춘대길 건양다경 외에도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뜻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이라”는 뜻의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란 글귀를 써서 붙이기도 했다.

 

입춘은 한마디로 말해 ‘긴 겨울이 지나 봄이 시작되는 문턱’이란 뜻이다. 하지만 말뜻과는 달리 엄동설한에 버금가는 매서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워 한다. 이런 입춘과 관련한 우리속담에 “입춘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에 오줌독 깨진다.” 등이 있다.

 

입춘. 이름 그대로에서 느껴지듯 분명 봄의 절기이지만 입춘의 추위를 우습게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격언이 아닐까싶다.

 

흔히 봄이 오긴 했으나 매서운 추위가 봄 같지 않게 느껴질 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을 쓴다.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답지 않다는 뜻이다. 고달픈 인생살이를 비유적으로 일컬을 때 주로 사용된다.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도 없으니 /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 /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저절로 옷의 띠가 느슨해지니 /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이는 허리 때문이 아니라네 /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위 시는 중국 전한시대의 궁정화가 모연수란 자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초상화를 일부러 잘못 그려줌으로써 흉노족의 우두머리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당대 최고의 미녀 왕소군(王昭君)의 심경을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대변하여 시로 읊은 것이다. 봄이 와도 진정 봄을 느낄 수 없는 왕소군의 서글픈 심정을 묘사하였다.

 

오늘의 이야기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주인공인 ‘왕소군(王昭君)’이란 여인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춘추시대의 서시ㆍ삼국시대의 초선ㆍ당나라의 양귀비와 함께 중국 역사의 4대 미녀로 지칭된다.

 

뛰어난 용모와 재주를 갖춘 남군의 양가집 딸로 태어나 16세에 한(漢)나라 원제의 후궁으로 들어갔으나, 단 한 번도 황제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 당시 원제는 타고난 호색가였는데, 특이한 것은 수많은 궁녀를 궁에 들이고 자신이 직접 대면해 밤을 함께 보낼 후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궁정화가인 모연수란 자에게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한 후, 초상화를 보고 그중에 제일 아름다운 여인을 골라 잠자리를 함께했다. 화공 모연수가 그린 화첩에서 후궁을 골라 불러들이자, 후궁들은 저마다 원제의 승은을 입어보려고 모연수에게 뇌물을 바쳤다. 그러나 평소 미모에 자신 있던 왕소군은 뇌물을 주지 않았다. 모연수는 이를 괘씸히 여겨 왕소군 그림의 왼뺨에 검은 점 하나를 그려 넣었다.

 

당시 흉노(匈奴)의 침입에 고민하던 한나라는 그들과의 우호수단으로 자국의 여인들을 보내어 결혼시키고 있었다. 어느 날 선우(흉노가 그들의 군주나 추장을 높여 부르던 이름)인 호한야가 공주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러자 원제는 화첩에 그려있던 못난 후궁들을 데려다가 이렇게 말했다.

 

“선우께서 직접 고르시지요.”

그러자 호한야가 외쳤다.

“바로 저 후궁입니다.”

원제는 깜짝 놀랐다.

‘내 여태 어찌 저런 미인을 몰랐을까?’

 

원제는 절세미인 왕소군을 실제로 보고 그 아름다움에 기겁한 나머지 호한야에게 혼인준비를 핑계로 사흘의 말미를 받은 후에 그녀와 사흘 밤낮을 함께 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원제가 이런 상황을 수상히 여겨 세밀히 조사해본 결과 화공 모연수와 여러 후궁들 사이에 뇌물이 오갔던 전말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고 이에 즉각 모연수를 잡아다 참수했다.

 

한편, 호한야와 혼인을 마치고 흉노국으로 가는 도중에 왕소군은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고 고향 생각에 젖어 비파를 켜게 되는데, 무리지어 날아가던 기러기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와 비파소리를 듣고 잠시 날갯짓을 잊는 바람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왕소군은 ‘落’ 떨어질 낙 자에 ‘雁’ 기러기 안 자를 써서 ‘낙안(落雁)’이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왕소군의 이야기는 후세의 많은 문학 작품에 애화(哀話)로 윤색되었는데, 특히 시성(詩聖) 두보(杜甫)와 함께 중국 최고의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는, 우리에게 이태백(李太白)으로 더 잘 알려진 이백(李白)이 지은 <소군원(昭君怨)>은 왕소군이 한나라 궁을 떠나 흉노의 땅으로 출발하는 때의 비애와 정경을 너무도 잘 묘사하였다.

 

소군이 구슬안장 추어올려 / 昭君拂玉鞍(소군불옥안)

말에 오르니 붉은 뺨에는 눈물이 흐르네 / 上馬涕紅頰(상마체홍협)

오늘은 한나라 궁궐의 사람인데 / 今日漢宮人(금일한궁인)

내일 아침에는 오랑캐 땅의 첩이로구나 / 明朝胡地妾(명조호지첩)

 

서민적임을 강조하여 공감을 얻은 대통령이 취임 후 탁월한 지도력으로 그 치적이 후대에까지 길이 남겠다는 생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처럼 경제를 편히 보고 낙관하며 감으로 추정하고 어설픈 지식으로 주도 강행하는 행동은 오천만 국민의 뼈를 녹이는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행동이다.

 

문 정권이 들어선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마술을 부려서라도 국민 모두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문 정권 집권2년차에 역대정권 최악의 경제지표라는 말에 우리 국민들은 다시 한 번 큰 낙심을 한다.

 

춘래불사춘, 어느덧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춘이 왔지만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전혀 봄이 봄 답지가 않다.

 

< 2019.02.14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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