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 앞의 택시 타기

 

예전에는 아마도 시내에서 택시 손님의 대열이 가장 긴 곳은 미도파 백화점 앞이 아닌가 생각된다. 택시 값이 오르기 전 만해도 평균 20m이상은 장사진을 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었다. 처음에는 택시 기다리는 승차대기 난간이 없어 마구잡이로 난장판을 이루던 것이 통례이었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간단한 통제시설이라도 마련된 후부터는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흐뭇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미도파 바로 앞의 대열과 길 건너 맞은편의 대열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길 건너편의 대열은 비교적 질서가 정연한데 반하여 미도파 앞의 대열은 대체로 무질서 한 편이다. 그 이유는 맞은편의 대기난간은 차가 오는 반대방향으로 손님들이 열을 짓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차를 탈 수 있지만, 미도파 앞은 차가 오는 방향과 같은 쪽으로 대열을 짓도록 되어 있어 맨 끝에 서있는 사람은 나지막한 난간만 넘어서면 쉽게 새치기를 할 수 있어서 누구든 차례를 기다리기보다 대열을 이탈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따라서 대기차에 여유가 있을 때는 비교적 질서가 지켜지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제력이 약한 친구가 대열을 흩트리고 맨 뒤에서 차를 먼저 타고 달아나면 이제까지 점잖게 기다리던 사람들마저도 체면 불구하고 먼저타기 경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각종 관리제도의 설정과 운용방향에 대해서 중요한 시사를 받을 수 있다. 즉, 같은 노력과 같은 비용을 들여서 통제시설을 마련하였지만 미도파 앞의 경우와 길 건너편의 경우는 그 결과에 있어서 판이하다. 인간은 그 자체 비합리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유혹에 견딜 수 있는 내구력이 약한 점을 감안할 때 조직질서의 기반이 되는 제도(통제제도)의 수립은 목표달성의 필요 불가결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같은 제도, 같은 규범이라도 미도파 앞의 통제시설과 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판단에 따른 운영의 묘를 살려야 될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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