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스텝 황야의 동명왕, 할힌골 몽·한·조 3자연차담론

 

논자가 몽골스텝 황야의 동명(東明: T’umen=善射者)왕 Goolikhan(高句麗汗) 석인상 기별을 처음 접한 것은 1990년 5월 몽골국 베 수미야바아타르 교수를 몽·한 수교와 동시에 단국대학교 서울 한남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나면서다. 그리고 마침내 1950년대 후반 김일성종합대학교 조선어문학부 그의 동기생 정순기 교수와 나란히 앉아 2009년 10월에 연변대학교 두만강포럼 학술대회에 동참했으니까 20년만의 연차 3자관계담론이 되는 셈이다.

 

 

「그림」 바탕그림은 몽·한의 공동조상 고올리칸(東明聖王)석인상이 좌정한 부이르 호반 몽골스텝 Qalqyn Gol(紇<忽>升骨;忽本=卒本=渾?)-‘본평양’ 숑크(紅) 타반(五) 톨로고이(頭)-‘紅五頭’ 사진이다[울란바토르 소재 일본인력개발센터가 2009년 7월 할힌골 전투 70주년 국제학술회의시에 할힌골 항공사진을 제공함.]. 일본은 당시에 이미 동북아 유목제국사의 중핵을 꿰뚫어 보고 할힌골 항공촬영 사진까지 촬영해 관계 학계에 제공하고 있다. 좌하는 베 수먀야바타르 교수와 그 위구르친 비칙 친필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 수렵도의 내용을 읽어낼 수 있는 금싸라기 같은 몽골의 구비사료 詩句는 이러하다. 「산 앞에 있는 짐승은 앞으로 쏘아잡고 산 뒤에 있는 짐승은 뒤로 쏘아 잡는다.」 Parthian Shot, 바로 그 궁술의 제의적 해설이다. 수림툰드라~툰드라의  Chaatang 단계를 거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일련의 궁술이라 하겠다. 1990년 5월 단국대학교 서울 한남동 캠퍼스 객원교수 숙사에서 그는 이 관용싯귀를 직접 써서 부부가 함께 논자에게 기증했다. 중앙의 2인 합동사진은 베 수미야바아타르 교수를 만난 지 20년 만에 연변대학교 두만강포럼에서 처음 만난 그의 김일성종합대학교 조선어문학부 동기 동반 급우 정순기 교수와 찍은 역사적인 기념사진이다.
[그림]은 과 chuchaehyok.com에도 실려 있다. 


논자는 칭기스칸 몽골제국기 역사를 전공하는 유목사학자여서 외국사 전공자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동명왕역사에는 너무 무지했다. 유목현지에서 숨쉬어오면서도 능력의 한계를 절감해서 굳이 회피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어설픈 애국사학을 한다고 문외한이 서플리 나대다간 도리어 한국사의 엄밀한 객관역사복원에 적지 아니 폐해를 주기 싶상일성 싶어서다. 그러나 고올리칸 석인상 좌정처 할힌골 언저리 역사생태가 이런 날 그냥 용납지 않았다. 그래서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되는 식의 유목현지역사 인식 변화를 나름 체득케 됐다. ‘할힌골 본평양설’이나  ‘Chaatang Choson설’도 서슴지 않고 제기해보게 됐다. 하기야 파렴치하다고 할 정도로 노골적인, 언저리 열강이었던 나라나 열강으로 급부상하는 듯한 나라의 정상들이 제정신이 아닌 듯이 공개적으로 쏟아내는 제국주의성 역사인식 발언을 보면서 사실(史實)을 사실로 밝히는 제정신이 든 역사복원이라면 꼭 못 할 담론주제만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칼럼이라는 문면의 성격상 간단하게 그 과정과 소회만 적어 간추려보려 한다. 논자는 한국내에서 대통령참사 사건으로 어수선할 2009년 5월 28일에 몽골과학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초대한국몽골학회장이자  IAMS한국 측 집행위원의 이름으로 몽골국립대학교 몽골학센터에서 특강을 하고 있었다. 주제는 ‘몽·한 궁족분족고(弓族分族考)’ 였는데, 당연히 몽골기원지 할힌골 Goolikhan(高麗汗<내몽골; 箭筒이나 弓矢‘Qor’=활>: 弓王/ Nomonkhan<弓身= ‘Nom’>) 석인상 문제가 핵심이었다. 해설은 양혜숙 박사가 맡아주었다. 국상중[노무현 대통령 투신서거]인 당사국 발표자의 특강이어선지 분위기는 비장감이 감돌면서 토론이 아주 오래 계속 이어졌다. 특강 이후 이해 가을에 들어 학우 박영재 교수(연변대)를 통해 연변대학교 두만강 포럼의 ‘동일제목’발표자로 초청됐다는 기별이 왔다.


어수선한 가운데 2009년 10월 18일 연변대학교에 도착해 두만강포럼 학회 개막식에 참가했는데 제일 궁금한 게 당연히 그간 함께 한국몽골학회를 창립해 이끌어온 베 수미야바타르 교수 동기생들 소식이어서 옆 좌석에 앉은 참가자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더니, 제가 바로 조선어문학부 동반 동기생 정순기 교수라고 형님처럼 부드럽게 대답해주었다. 주최 측의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됐다. 본회의에 들어가 첫 번째로 발표를 하게 됐는데 뜻밖에 짧은 학회개최 축사가 계속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중·일과 남·북학자들이 주축을 이루었던 듯한데, 그때만 해도 광역 유목지대 지명만 거론돼도 아직 중국 측 참가자들은 어지러운 듯 머리를 돌렸다. 발표들을 거의 마치고 자유 담론시간이 되자 남북학자들의 합동기념촬영이 특별히 허락돼서 정교수와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학회를 마치고 만찬장에서 기념 만찬을 했다. 고고학자 이형구 교수와 함께 우리는 주빈이 아니니 출입문 옆 말석 한갓진 테이블로 가서 앉자고 해서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낯선 사람들뿐인데 낡은 군복을 입은 이가 우리말을 하며 같은 테이블에 앉자 이교수가 “함께 얘기 하자”고 권했는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무슨 대답을 했지만, 결국 말은 못 나눴다. 만찬이 끝나고 저마다 친지를 찾아 정담도 나누고 학문적 정보도 가볍게 주고받고 하며 흩어졌는데 우리 테이블에는 만찬장에도 촌스럽게 넥타이를 매고 앉은 필자를 비롯한 두서너 명만 남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갑자기 주최 측에서 네댓 명이 숨 가쁘게 달려와 카메라 후랫쉬를 터트리며 “총장님...”을 연호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당혹스러워 손사래를 치며 시선들에서 잽싸게 숨어버렸다. 설만들 헌 군복을 입고 출입문옆 맨 말석에 우리와 함께 앉았던 그이가... !? 

 

숙소로 돌아와 그간 정신없이 바빴던 일정들을 되돌아보며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2000년경에 사시사철을 그 낯설고 험한 당시의 몽골기원지 할힌골지대에서 살아오며, 정일권 총리가 자기의 동기생 생도였다는 이웃집  다구르족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1960년경의 중·조 합동유목제국유적지발굴을 전후해 상대측의 돌발적인 발굴결과 일부 발표가 주은래 총리의 격한 분노를 촉발케 했던 전무후무하다 할 이곳 동북아 유목제국 기원지 역사연구사 상의 일대 사건-‘Goolikhan 동명왕(弓王)설’로 추정되지만-이 먼저 뇌리를 선뜻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몽골에서 발표한 「몽·한 궁족 분족고」부터 여기서 재론한 논자의  「Chaatang ‘Choson’(순록치기 朝鮮)론」에 대한 한·중 양측 참가자들의 서로 상이한 듯한 다양한 반응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물론 논자의 자의적인 인식오해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지친 몸을 KAL기에 싣고 귀국길에 올라 우연히 기내지 이름이 『Morning Calm』(朝鮮: ‘Zhoson’)인 걸 깨닫고 우리는 참으로 시적인 정감이 너무나도 차고 넘치는 겨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조선’(朝鮮)이 있으면 ‘석선’(夕鮮)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리를 편안하게 품어 안아 주는데... 순록과 양의 모질게도 끈질긴 제(主食 牧草; 蘚·羊草) 입맛 집착 때문에 주로 북방유목몽골로이드가 ‘세계사’를 처음 쓰는 유목제국을 창업해내지 않았던가! ‘지동설’이 발붙이는 이 땅은 언제쯤에나...?

 

귀국 후 10월 29일에 ‘김동길 목요강좌’에 나가 그간의 답사행보를 보고했다. 이름도 없는 일개 시골학교 훈장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포문을 여니까 좀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는 기색도 없진 않아보였지만, 김동길 교수님의 명망에 힘입어 그런대로  무사히 일련의 발표를 마쳤다.


chuchaehyok.com 월요역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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