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0.하늘이 너희의 죄상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조선인들은 역사적 자부심과 문화에 대한 긍지가 높아 통치가 어렵다. 그들을 대 일본제국의 식민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가장 큰 자긍심인 역사를 각색하여 피해의식을 심는 것이다. 조선인을 뿌리가 없는 민족으로 교육하여 그들의 민족을 부끄럽게 하라. 문화 역시 일본의 아류(亞流)임을 강조하여 교육해야 한다. 창씨개명을 통해 먼저 조상 단군을 부정하게 하라. 그것이 식민 국민을 식민 국민답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될 때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스스로 대 일본 제국의 시민으로 거듭나고 싶어 할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총독부에서 조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내린 지침이다.

 

“조선의 고서들을 찾아내어 모두 불살라 단군조선을 말살하라!”

 

일제는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1910년 11월부터 1년2개월 동안 단군조선 관련 고사서 51종 20여만 권을 불태웠다. 일본판 갱유분서(坑儒焚書)였다. 또한 일제가 조선침략과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타율적이고 정체된 사대주의적인 역사로 규정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1925년에는 일명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를 설립하여 35권 2만4천여 쪽에 달하는 이른바 《조선사(朝鮮史)》를 날조·발행하였다.

 

그리고 단군을 설화로 표현한 《삼국사기》ㆍ《삼국유사》등의 역사서만 남겨두어 마치 단군조선의 역사를 전설속의 신화(神話)인 것처럼 만들었으며, 이때 처음으로 “단군신화(檀君神話)”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신화의 내용이자 일제의 주장대로 단군은 인간이 아닌 곰의 자손이라는 것이다.

 

일제의 역사 왜곡으로 단군조선의 반만년 역사는 사라지고, 한민족의 역사는 근멸(根滅)되어 조선의 역사가 왜놈들의 역사보다 짧아지게 되었고, 일제치하의 조선인들은 ‘조선사편수회’에 의해 철저히 만들어진 역사만을 교육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꿈만 같았던 광복!

 

악질 일제로부터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우리나라. 침략으로 한 나라를 유린하고 짓밟고도 모자라 역사마저 지운 그들이 오늘날에도 반성은커녕 역사왜곡을 일삼는다. 정부는 그런 망동을 보고도 적극 강경대응을 피하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봐가며 수위를 조절하는 듯하다.

 

현 정권의 뿌리와도 같은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는 ‘친일파진상위원회’라는 고약한 조직을 만들어 친일인명사전까지 만들어가며 위기로부터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이들을 치욕으로 몰고 엄청난 국민적 갈등을 양산해 냈다. 한국전쟁 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 낸 영웅 백선엽 장군을 두고 그들은 친일파로 일방적 분류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친일파, XX도 친일파...나라를 빼앗겨 일제의 악독한 압박을 받던 그 시절 소위 먹물 좀 먹었다는 사람은 죄다 데려다 썼을 텐데 그 모두가 친일을 했다는 말인가?

 

목숨을 걸고 조국수호를 했던 사람들은 영웅대접은 못해 줄지언정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낸 것에 대해 역사의 이름으로 옳고 그름을 평가 받게 될 것이다.

 

어떤 현모양처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그녀는 어진 며느리로 부인으로 엄마로 완벽했는데, 강도가 쳐들어와 칼을 들고 죽인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겁이나 남편으로서 대들지도 못하고 불가항력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그럼 이 여성은 이제 남편에게 손가락질을 당해야만 하는 더러운 여자가 된 것인가? 내 부인이 몸이 더러워졌다고, 해서 더는 현모양처가 아니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떠들고 다녀야 하는 것인가?

 

가정이라고? 비약이라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수많은 침입을 당한 우리 과거의 역사에는 오랑케놈들이나 왜놈들에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가 온갖 유린을 다 당한 끝에 고국으로 살아 돌아온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했다. 여자의 정절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조선시대의 남성들은 그렇게 살아 돌아온 여성들을 정절을 잃은 여자라고 거부했다. 환향녀들은 남성들이 나라를 잘 지키지 못한 이유로 적들에게 강제로 끌려가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남편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이혼 청구를 받은 억울한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남자들이 이혼을 청구할 경우에는 먼저 왕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선조 때 절개를 잃은 여자의 남편들이 집단으로 왕에게 이혼을 청구했다. 그러나 선조는 “이혼을 요청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절개를 잃은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고 이혼청구를 거절했다. 선조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은 모두 첩을 얻어 부인을 멀리했다.

 

환향녀는 1627년(인조 5) 정묘호란과 1636년(인조 14) 병자호란 때도 많이 발생했다. 주로 북쪽 지방에 사는 여인들의 피해가 컸다. 특히 의주에서 평양까지는 미인이 많아 벼슬아치나 양반의 처까지도 끌려갔다. 청나라에 끌려간 여자들 중 대부분 돌아올 수 없었으나, 많은 돈을 주고 돌아온 여자들도 ‘환향녀’로 불리면서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병자호란 후 돌아온 여자들도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아야만 했다. 인조도 선조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인조가 제시한 첩 허용을 받아들였으나, 강화도에서 청군에 붙잡혀 끌려간 영의정 장유의 며느리는 실절했다는 이유로 시부모로부터 이혼청구를 당했다. 물론 처음엔 인조의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장유가 죽은 후 그의 아내 김씨는 환향녀라는 이유로 며느리를 내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시부모에게 불손하다는 이유로 허락을 받아 이혼시켰다. 암울한 역사의 산물인 환향녀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일제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우리들로서는 당시의 일제 탄압이 얼마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는지 간접적으로 짐작이나 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이런 치욕적이고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같은 민족들끼리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오늘에 와서 당시 일본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일파라 매도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일본놈들의 앞잡이로 나서서 완장이나 차고 다니며 선량한 이웃을 해하고 다녔던 또는 을사오적처럼 명백하게 나라를 팔아먹은 결정적 중죄를 저지른 일부 무리들에게나 씌워야 할 것을 사전까지 만들어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100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친일파로 몰아가는 발상은 한 국가원수의 작품(?) 치고는 하지 말았어야 할 졸렬한 행동이었음과 동시에 한마디로 막 되먹은 짓거리였다.

 

서로 상처를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치욕스럽고 암울했던 기억이 시간이 지나고 이제 좀 지워질 만하니까 끄집어내 지들만의 잣대로 친일파를 가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그런 못된 짓을 할 자격을 아무도 주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그들이 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어쩌면 그들이 좌우를 나눈 기준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싶다.

 

북을 추종하는 무리들과 사회를 혼란으로 몰기위해 일제강점기 시절의 아픔을 거짓과 선동으로 들추어내는 무리들을 한데 묶어 좌로, 그 나머지를 우로 해놓고 갈등 양상에 놓아 박터지도록 싸우는 것.

 

우매한 국민들은 그저 그들의 그런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하라. 하늘이 너희의 죄상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음을...

 

< 2019.01.17 한림(漢林)최기영 > ericchoi1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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