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전시장으로 들어온 하얀색 소변기

 

기성복 시대에 고급 맞춤복을 입은 듯 공간에 딱 맞는 전시가 있다. 높은 천정에 길게 줄지어 놓여진 <>, <병 걸이>, < 자전거바퀴>는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중이 나타날 때까지 50년이고 100년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 대중만이 제 관심사입니다."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이 50년 전에 한 말이다.

 

그리고 50년 후. 새해가 시작되는 첫 주. 대학선후배들의 번개모임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에 나선다. 우리가 미술대학생이었을 때 충격을 받았던 작가 뒤샹’. 기성품, 레디메이드(ready-made)’도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아 미술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은 뒤샹이야기를 하며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예고했던 뒤샹전시를 함께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현대미술의 거장 뒤샹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마르셀 뒤샹>(2018.12.22~2019. 4. 7)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뒤샹 사후 50주년 되는 해를 맞아 열리는 전시로 그의 초기 회화작품, 자료, 사진 등 15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전 세계에서 뒤샹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전시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여정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4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1. ‘화가의 삶에서는 그가 청소년 시절부터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 화풍을 공부하며 그린 그림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2. 뒤샹이 미술작품은 망막적인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하며 제작한 작품 자전거 바퀴, , 병 걸이등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들이 전시된다.

 

3. '셀라비'라는 여성 자아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며 그는 정체성을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는 스스로를 '에로즈 셀라비'라고 부르고, 셀라비의 이름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한 것을 보면 셀라비는 뒤샹이 선택한 그의 또 다른 자아로 생각된다. 4.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방가르드 예술의 원로로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 했던 뒤샹의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뒤샹은 프랑스계 미국인(1887-1968)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뒤샹은 미술의 역사에 창조해석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며 새로운 예술의 정의를 만든 현대미술 선구자다. ‘뒤샹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예술가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성인이 된 그는 파리의 입체파 그룹에서 활동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로 유명해졌지만 25세에 회화와 결별한다. 그 후 8년여 뒤 평범한 기성품을 예술에 새 의미를 부여하는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을 만들어 예술의 정의를 뒤집었다.

 

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시장 투명 아크릴 상자 속에 놓여 있는 변기 <>(원작 1917, 1950년 복제), 어디에서나 볼 듯한 <병 걸이>(원작 1914, 1961년 복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자전거 바퀴>(원작 1913, 1964년 복제)를 보며 관람자들은 '대체 저것이 왜 예술이란 말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춘다.

 

뒤샹이 전 생애에 걸쳐 스스로의 틀을 깨뜨리며 형성해온 예술의 향연을 돌아보고 나오는 마지막 방 문화프로그램 <에로즈 셀라비>에서 나도 파랑 가발을 머리에 얹어보고, 긴 흰 진주 목걸이도 걸쳐보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잠시 시공간을 넘나들며 '에로즈 셀라비'가 되어본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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