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생활기록부’와 지금의 나

 

 

지난 해 연말에 우연히 어떤 개인관계 서류를 갖추느라고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떼었다. 바빠서 되돌아볼 겨를이 없이 살아오다가 나이 여든을 바라보며 이제야 가까스로 내 유소년시절 사료(史料)에 눈을 돌린 터이다. 그간 소통이 어려워 엄두도 못 내던 일이 이렇게 쉽게 빨리 무료로 이루어지는데 우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나 거주지 주변 초·중·고 행정 실에 가서 신청하면 불과 1~2시간 안에 서류를 뗄  수 있었다. 팩스가 개입한 덕이다. 카드를 건너 뛰어 스마트폰 결제로 직접 먼저 돌입한 중국이 후진국에서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치고나갔다는 기별이 실감이 났다. 정보화시대~유전체학 시대를 몸소 체감케 했다. 

 

 [그림] 훌룬부이르 하 케룰렌 강 스텝의 장관인데 칭기스 칸 탄생지 헨티산맥 부르칸 산을 구심점으로 직·간접적으로 바이칼 호로 흘러드는 셀렝게 강 영향권에도 톨강을 통해 접목된다. 좌하는 엘미타쥬 미술관 황금마두 순록뿔탈[스텝의 마록(馬鹿)은 황금태양(黃金太陽) 상징]. 중앙은 차탕 조선을 상징하는 홍태양(不咸)의 삼족오. 우상은 유목적 디아스포라의 세계화 불꽃 그림 꾸미기.  무미건조한 흑백공간을 단장키 위해 그냥 손질해보았다.
[그림]은 <blog.duam.net/chuchaehyok>과 chuchaehyok.com에 실려 있다.

초고속 발전시대에 옛 자아관계 서류를 되돌아 살펴볼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 발전도 내 개체사의 열매가 신생태와 상호 조율해가며 자신의 최적생존을 열어나가기 위함일 따름이다. 당연히 저마다 개인차가 다양하겠지만 내 경우엔 놀랍게도 초·중·고를 꿰뚫는 일관성을 갖는 희미한 어떤 경향이 분명히 있어보였다.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두려워한 점, 이공과목보다는 국어-고문과목 공부엔 두드러지게 재질이 드러났던 점 등이 지적됐다. 다만 조부의 시묘살이터이자 논자 본인의 출생지인 외딴 산골 시묘막골을 떠나 국내외 도시로 진출하면서 자신에게 군무(群舞)를 유발케하는 어떤 너무나도 예상외의 기질이 잠재해 있었음을 자각케 된 일은 뜻밖의 상황이었다. 1900년 중반 한국 보통 농촌학생으로 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직접적으로는 진학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소질에 상관없이 오락가락하며 귀한 유소년인생을 자기 DNA 본류를 떠나 허겁지겁 헤매가며 허비하다가도 어찌어찌하다가 제 길을 나름 어렵사리 겨우 기적처럼 되찾아들었던 듯은 하다.

100세시대라지만 일대 일생의 개체역사도 이러한데 몇 천 몇 만 년의 인간역사는 어떨까? 이미 28000년 전에 멸종한 네안델탈인의 DNA를 이어 받은 그룹의 경우일수록 우울증이 많은 경향이 있을 수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 지금이다. 이 칼럼의 논자도 독자도  자기 개체사의 열매가 몸소 제나름으로 글을 쓰고 읽는 터에, 이런 너무나도 소외되기 쉬운 개체사의 편린을 체계적으로 복원해보는 작업은 그래서 각자에겐 저마다 어떤 다른 역사편찬작업 못지않게 아주 귀중한 금싸라기 같은 역사복원작업일 수 있다. 나만의 독창적 인생족적을 그려 내가려는 참목숨살이 추구와 직결되는 나름의 넋얼살이 본질을 부활해내는 성업(聖業)이어서다.  족보도 검증된 사료일 경우는 부모 양계(兩系)의 족보를 10대만이라도 추적-천착해 올라가다보면 아주 뜻밖의 내 본질을 자각케 될 가능성이 있으리라. 행여 유전체학누리의 주민등록증은 이런 기록을 모두 응축해 담아낼 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은 내가 있어서 나라도 있고 겨레도 있고 내속의 내 개인사 어떤 창조본체도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내 유소년시절 사료인 초·중·고 생활기록부도 사람에 따라서 매우 소중한 사료일 수 있다. 1960년대 초반 연세대 배지를 달고 조계사에서 이기영 교수님의 설법을 듣고 걸어 나오며 “호국, 호국...”하고 호국불교담론들을 벌이는 수강생들에게 “호국(護國), 호국”하지 말아요 석가모니는 왕좌에서 내려와...!“하고 일침을 가하시던 이 교수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삼삼하다.

대개는 한국의병의 정신적 원조가 김윤후 승병장임을 까마득히 모르고들 있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고려 말 불교계의 타락을 혹독하게 꼬집는 이른바 신흥사대부류의 유자가 득세하는 조선조를 지내와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시궁창에 핀 연꽃이 더 아름답다”(汀藕)는 명언은 고사하고라도 이건 팍스 몽골리카 하 세계사가 증언하고 있는 사실(史實)이다. 몽골 정(征)고려원수 살리타이(撒禮塔)를 사살한 김윤후 승병장이다[『고려사』의 이 사료는 『몽골비사』가 몽골 태종대에 편찬됐음을 입증해 주어 세계몽골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몽골연구』 제 1호 (몽골학회 1999.)등재 관계논문 참조 ].

실로 몽골제국 관행에 따르면 몽골제국 총사령관을 죽인 적은 그게 누구든 예외 없이 사형에 처해버리는 게 불문율로 돼 있지만, 장기간 항전(抗戰)과 항전(降戰)을 거듭하며 고려반도에 색깔 다른 깃발이 여러 번 뒤바뀌어 꽂히는 장기 몽·려전쟁 난전판국에서도 김윤후(金允侯) 승병장은 고려는 물론 몽골 중앙에서 조차도 그의 이런 치명적인 대역죄를 물어 처형했다는 기록이 적아 어느편 사료에도 전무하다. 적아 간에 모두에게 존경받는, 불가침의 일대성역에 진입한 천하무비의 성웅(聖雄) 의병장이어 서다.

더군다나 용인(龍仁) 처인 성(處仁城) 전투나 충주 성(忠州城) 전투가 적총사령관을 사살하거나 완전 격퇴시킨 몽려전쟁기 명성이 가장 쟁쟁한 2대 승첩이었지만, 그 주력은 민족지상(民族至上)을 한사코 외치는 ‘고려 족인’만이 결코 아닌 외국인 포로나 투항자로 주로 구성된 부곡민군(部曲民軍)의 놀라운 항전력량에 크게 힘입고 있음에 각별히 주목할 일이다. ‘인간존엄의 대의’가 진실로 연출 없이 철저히 관철될 수 있는 경우라면, UN군이 국방에서 왜 이른바 국수적 자족군병(自族軍兵)보다 전투력이 뒤져야 할 필연성이 있어야 하겠는가? 특히 지구촌시대에는 애국하는 군대가 꼭 순수 자국족(自國族) 군병이 아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백남준 아트센터가 들어선 별난 용인시에서 인터넷 활용법을 배우고 유전체학 전공자들과 시베리아 몽골 만주를 직접 함께 답사하는 진실로 뜻밖에 분에 넘치는 행운을 누린, 지난 30년간의 충청도 심심산골 외딴 시묘막골 출신 논자는 이런 한국의병의 진정한 뿌리 김윤후 큰스님을 이제야 나름 몸소 알현케 됐다.


chuchaehyok.com 월요역사칼럼 


 

 No.

Title

Name

Date

Hit

2168

377. 가장 친한 친구와 50년 동안 말하지 않고 지냈다... 무슨 이유일까?

인승일

2019.03.02

723

2167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70)

김정휘

2019.02.27

714

2166

[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5.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민족혼

최기영

2019.02.28

254

2165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26)

정우철

2019.03.03

476

2164

한국 최초의 대안공간 ‘루프’ 20주년

이성순

2019.02.26

811

2163

국제한국연구원, 그 시절의 한국 몽골학 비전 스케치

주채혁

2019.02.25

721

2162

376. 너희들을 살려둔다고 득 될 것 없고, 죽여도 손해 볼 것 없다!...<빠삐용>

인승일

2019.02.23

651

2161

아이가 자라면 옷을 갈아 입혀야

여상환

2019.02.22

345

2160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25)

정우철

2019.02.24

476

2159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69)

김정휘

2019.02.20

691

2158

삼일운동 100주년 문화의 영웅 ‘간송 특별전’

이성순

2019.02.19

650

2157

권영순 초대몽골대사와 다리강가 고올리돌각담 발굴 유적지 초탐

주채혁

2019.02.18

627

[이전] [6][7][8]9[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