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중심주의로부터 과정 중심주의로의 회귀

 

포철인은 누구인가. 1,200만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했다는 라마피테쿠스의 몇 십 만대 후손인가. 꼭 찍어 말한다면 포철인은 포철혼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포철혼(浦鐵魂)은 또 무엇인가. 일단의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자유․풍요․평등의 희망을 안고 신대륙으로 건너갔듯이, 일단의 포철인들이 제철보국(製鐵報國)의 깃발을 들고 영일만 모래펄에 모여 4반세기 동안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험난한 조건과 싸우면서 만들어 낸 집단혼이 우리의 정신뿌리이다.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인 USX사와의 합작회사인 UPI사의 회사측 대표로 미국에서 약7년간 있으면서 나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어떤 점에서 다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역사, 지리, 인종 등 모든 환경이 전혀 다른 두 나라 사이에 서로 다른 점이라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겠지만, 내가 얻어낸 결론은 ‘과정과 결과’라는 두 개의 대립되는 사고방식의 차이라는 점이 있었다.

 

한국인들은 결과중심주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과정중심주의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가령 40~50대에 이른 사람들의 정력에 대한 관심은 두 나라 사람 간에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왕성한 정력’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해 실천해 가는 방법, 즉 과정은 판이하다.

한국 사람들은 우선 정력에 좋다는 식품을, 그것이 기호에 맞든 혐오식품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댄 후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도깨비 방망이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길 기다리듯 정력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리하여 송충이건 굼벵이건 정력제라면 닥치는 대로 먹는다.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고 있는 개구리나 도롱뇽을 땅속을 후벼파서 잡아먹고, 곰의 쓸개에다 호스를 꽂아놓고 쓸개즙을 흡인한다. 건강식 섭취를 위해 멀리 동남아까지 원정을 가고 있는 어글리 코리언들이 늘고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한탕주의, 공짜근성은 노력 없이 결과만 도출하려는 우리 민족성의 일그러진 치부이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다르다. 대부분 미국 샐러리맨들은 퇴근길에 헬스센터에 들러 근육 다지기를 한다. 정력이라는 것은 무슨 요술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드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한 철저한 건강관리로 전신기능을 향진 시키는 과정에 충실할 때 당연히 찾아오는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매사에 정성을 기울이고 스스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면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4반세기에 걸친 우리 포항제철 역사의 궤적이서 생성된 정신적 가치체계는 무엇인가. 희생․책임․공인․공동체․규율․창조․개척․자유․장인 등 여러 덕목에서 응축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정신적 사리(舍利)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 사고방식과는 달리 철저한 ‘과정중심주의’였다는 점이다. 흔히들 영일만의 기적이니 광양만의 신화니 하지만, 그것은 결코 기적도 신화도 아닌, 과정에 충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는 최고경영자의 신념과 이를 받들어 실천한 포철인들의 단합된 모습이 이루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옛말에 ‘연못에 임해서는 고기를 탐하기보다는 돌아가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그물을 짜는 것이 낫다(臨淵羨漁不如退而結網)‘는 말이 있듯이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한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 목이 마르면 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물이 필요해질 그 시간을 위하여 두 개의 수소분자(H)와 한 개의 산소분자(O)를 화합시키는 과정을 철저히 밟아왔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불량공사 폭파와 수중감사이다.

 

 

 

 

 

 

 

이제 포항제철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위상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접목시켜 인간의 존엄, 가치, 덕성을 존중하는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세계기업(Global Company)을 지향하면서도 민족과 국가를 항상 생각하는 민족기업으로 살아 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성취해 나가는 문제에 있어서도 성실, 신뢰, 화합을 바탕으로 한 과정주심의 포철혼은 그 원동력이 되어 포항제철을 지탱해 주는 꺼지지 않는 영원한 생명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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