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50년 역사를 마감하다

 

12월 첫날, 청계천 작업실을 떠난 작품들이 부암동 작업실로 옮겨졌다.

 

이성순! 그동안 엄청나게 돈도 썼네.” 이 방 저 방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액자들이 나오는 걸 본 남편이 놀린다. 80, 90년대 세계적으로 일어난 섬유미술운동을 우리나라에 정착하게 한 사람 중의 하나로 작품제작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시간들이 아른거린다. 그러나 섬유미술의 붐은 대학의 미술교육으로만 그쳤고, 미술시장과의 연계가 부족한 결과 섬유작가들의 작품 판로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2달 여 작품을 정리하면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과감하게 없애기로 한다. 후배교수가 작품을 보는 객관적인 시각도 필요하니 자기와 한번 상의하자고 한다.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작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칼로 오려낸 작품이 중간쯤 흘러내리자 좋아 보여 그대로 둘까 순간 망설이다 사진으로 남기고 과감하게 오려낸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청계천 작업실에서는 작은 작품을, 옥상에서는 수십 마의 천을 길게 펼치며 하늘을 벗 삼아 남산과 북악산을 바라보며 그 기를 받아 정열적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머지않아 세계적인 미술관에 초대되어 전시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허황한 꿈이 실현도 되기 전에 퇴직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났다.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 질 것 같아 작품을 차곡차곡 쌓아 두었는데 이제는 버릴 때가 된 것이다.

 

50여년을 작업하고 작품을 보관하던 작업실을 생각지도 않은 시기에 비워야하는 상황이 되니 작품처리가 제일 큰 문제가 된다. 내 손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나이가 다행이라고 위로하지만 영영 볼 수 없다는 현실에 닥치고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아프다는 감성적인 마음을 갖기에는 촉박하게 다가온 시간 앞에 버리는 게 정리라는 결론을 내린다. D day가 다가오자 내 마음이 변하기전에 서둘러 염색된 천들을 오려낸다.

 

자식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자식을 버리지는 않는 게 부모인데, 자식 같은 작품을 마음에 안 든다고 없애려고 한 결정에 순간 망서린다. 곁에 사는 딸과 아들이 엄마 그 애써 하신 작품들을 왜 없애버리세요. 저희들이 잘 관리 할 테니 그냥 잘 보관하세요.” 이런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오려지고 풀려진 천의 가장자리가 이리 아름다울 수 없다. 그게 내가 섬유를 전공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하다.

 

65세에 직장정리, 75세에 청계천 작업실정리, 지금 같은 열정이라면 85세에 부암동 작업실을 정리해도 될 것 같은데 80세에 부암동 작업실을 정리한다고 가족에게 선언한다. 옆방의 강우방 선생께도 이 작업실도 80세에는 정리한다고 이야기 하듯 선언하니 아니 지금이 100세 시대이고 세계에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 70~80대인데 무슨 소리입니까? 90세까지는 하셔야합니다.” 허지만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를 굳게 다짐한다.

 

그래도 부암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한다. 5년이면 601825일 긴 날이 남아있다.

 

 

이 성 순



 

 No.

Title

Name

Date

Hit

2159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69)

김정휘

2019.02.20

244

2158

삼일운동 100주년 문화의 영웅 ‘간송 특별전’

이성순

2019.02.19

263

2157

권영순 초대몽골대사와 다리강가 고올리돌각담 발굴 유적지 초탐

주채혁

2019.02.18

341

2156

375. 거대 조직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복수에는 자비가 없다!

인승일

2019.02.16

460

2155

연수원 앞길

여상환

2019.02.15

169

2154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324)

정우철

2019.02.17

233

2153

[최기영의 세상이야기]35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이 봄답지가 않다

최기영

2019.02.14

487

2152

세대(世代, generation)별 차이와 특성(68)

김정휘

2019.02.13

316

2151

1100년 만에 처음 해인사 밖으로 나온 초상조각

이성순

2019.02.12

400

2150

서산공원 ‘유목가축 순록우리’ 실험- 모진 鮮의 蘚味 집착과 팍스 몽골리카

주채혁

2019.02.11

411

2149

374. 나는 풋풋한 사랑을 꿈꿨는데,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인승일

2019.02.09

469

2148

미도파 앞의 택시 타기

여상환

2019.02.08

165

[이전] 1[2][3][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