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50여년 함께 한 항아리를 보내며

 

교회 권사인 내가 스님에게 항아리를 보낸다.

 

재안(在安)스님. 이기인 선생님!! 편안히 숙소에 들어 가셨는지요? 50여년 이상 끼고 있던 제 딸보다도 더 깊은 인연의 큰 자식들을 정말 보내네요. 이리 사진까지 찍고 맘 변하면 안 되겠지요? 제가 눈비 맞으며 귀하게 여기며 아끼던 애들을 저보다 더 가꾸고 유용하게 쓰실 터이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옮기는 일정 잡히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지난9월 한강포럼의 공주백제 문화탐방여행을 다녀왔다. 무령왕릉, 송산리고분군, 국립공주박물관 답사를 마치고 숙소인 한국문화연수원에 짐을 풀었다. 이 연수원은 마곡사 근처 1만여 평 부지에 교육동, 숙박동, 식당동을 갖춘 자연과 치유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연수원이다.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자연과 어우러진 다시 찾고 싶은 멋진 건축물이기도하다.

 

다음 날 아침 식당동 감로당으로 내려와 정갈한 사찰 음식으로 식사를 한 후 마당으로 나가보니 반질반질 윤이 나는 커다란 항아리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뒷마당도 항아리들로 가득하다. 잘 잤느냐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연수원장 재안 스님께 스님! 내가 항아리들이 있는데 필요하면 드릴께요.” “네 좋아요. 저희들은 항아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런 약속 한 걸 후회한다.

 

50여년을 관리하던 빌딩을 비워야한다. 한 때는 그 옥상에 살며 마당에 친정외할머니,친정어머니, 시어머니가 쓰시던 20여개의 항아리들을 사용도 하고 장식용으로 바라보기를 4대째 우리 가족과 함께한 정든 항아리다. 눈 오는 날이면 장독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추억이 가득하고, 내 개인전이나 딸애의 개인전 오프닝 리셉션에 장독 뚜껑에 음식을 담았던 내 손때가 묻은 항아리들이다.

 

유달리 나의 항아리 사랑을 아는 딸애가 자기 작품을 옮기며 항아리도 함께 가져가 보관해 주겠단다. 순간 약속을 취소하던지 반만 보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서울에 회의 차 들른 재안 스님, 이기인 시인, 그리고 연수원 식당동 여스님이 귀한 물건들을 주어 감사타고 방문하였다. 항아리를 본 여스님이 껴안고 행복해하는걸 보면서 내게 항아리는 사용하기 보다는 수집과 감상용이었던 사치가 부끄러워진다.

 

여스님이 말한다. “연수원에는 1년에 8000여명의 숙박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그래서 항아리들은 각종 음식들로 꽉 차고 빈 독이 없습니다. 내가 잘 아끼고 귀하게 잘 사용하겠습니다. 이제 내려가면 김장항아리로 잘 쓸 겁니다. 언제 보러 놀러오세요.” 내 순간의 욕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많은 사람들의 먹거리를 위해 항아리가 사용되고, 나보다 더 그 애들을 아끼고 가꾸는 스님에게 보내니 내 마음이 이리 좋을 수가 없다. 이제 떠나보내는 큰 항아리 앞에서 스님 일행과 함께 인증 샷을 찍는다.

 

 9살 손녀에게 넘겨주려고 작은 항아리 몇 개를 고른다. 5대째 내려오는 항아리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 성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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