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렝게 강이 압록(鴨綠:Yalu) 강”-데. 욘동 부원장과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1994년 3월에 데 욘돈 몽골과학원 부원장(어문학연구소장 겸임)을 초청해 함께 1971년 개통된 영동고속도로(Yeongdong Expressway)를 달린 적이 있다.“여기에 날 기념한 고속도로가 개통됐을 줄이야!” 물론 자신의 이름과 같은 발음인 ‘영동’을 빗대어 한 유쾌한 농담이었다. 당시에 시인이기도 한 그는 경기도 ‘아리랑 가사’를 처음  몽역(蒙譯; 『한몽골교류천년』 1995. 登梓한 다음해 별세, 53세)하는데 일조했고 『실용몽골어회화』(청림출판 1995) 책을 처음 공간하기도 했다. 6.25사변 이래 몽·한사전은 물론 작은 몽·한회화 책 한권도 없던 한·몽관계사 오랜 황무지에 새 물꼬를 터준 것이다. 그런데 이때 그이가 던져준 정보 중에 가장 어이없는, 진실로 긴요한 내용은 실은 몽골에도 압록(鴨綠: Yalu) 강이 있는데 그게 바로 Selenge 강이라는 기별이다. 당시엔 너무나도 황당했다. 말로만 유목몽골사 전공교수이지 유목현장에선 실은 일개 유목몽골맹(遊牧蒙古盲)에 불과한 그때의 내(54살)겐 너무나도 당연했던 터이지만...!

 

[그림] 윗 지도[위키 백과; 우하 사진꾸미기 첨부 사진은 좌로부터 1994년 여름 당시의 최동권 교수, 김찬국 상지대 총장, 데 욘돈 부원장, 주채혁 교수]에서 보듯이 한반도 백두산[白頭山; 만주벌판에서 곧장 동북아 북극해에 이르기까지의 最高峰 靈山]에서 기원하는 압록강과 항가이 산에서 기원하는 바이칼 호수 남쪽에 있는 셀렝게 강은 농경지대 시각으로 보면 머나 먼 거리간격을 두고 있고, 무엇보다도 압록강은  비(非)유목지대를 흐르고 셀렝게 강은 유목지대를 흐른다. 몽골고원은 서북은 높고 동남은 낮은데 서북의 알타이 산이 최고로 높고 항가이 산이 다음으로 높으며 칭기스칸의 탄생지 헨티 산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들 고봉은 만년설이 덮인 백산(白頭山)과 거기서 녹아내리는 생명수-담수 또는 흑수- Ari水가 있어 염수호(鹽水湖)가 태반(太半)인 스텝의 뭇생명의 생명수 역을 떠맡게 된다. ‘백산-흑수’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항가이산-셀렝게 강[ 黑水가 있는 柳河 支流가 있다]이나 헨티 산-흑룡 강, 그리고 비(非)유목지대 한반도의 백두 산-압록강도 그런 틀의 일환이다. 셀렝게 강은 유목민의 흑수: 아리수이고 압록강은 유목 디아스포라의 그것인 셈이다.
[그림]은 과 chuchaehyok.com에 실려 있다.

1993년 여름 최복규 교수와 셀렝게 강 지역 찬트 Gooli(高麗)종이공방터 시굴 시에 우리를 품어준 너무나도 정겨운 생태·정서적 마을 분위기가 매우 인상 깊게 느껴져온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이에 앞서 이해 6월 중순에 브리야트 사회과학원이 주최하는 [바자르 바라딘 박사 탄신115주년 기념학회] 참여 길에 셀렝게 강변을 오가며 데 욘동 교수가 문득 “몽골인 들은 한 때 셀렝게 강을 압록 하(鴨綠河)라고 불렀다”고 했을 적엔 너무 놀랐다.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아 오치르 몽골과학원 역사연구소장[국사편찬위원장]이 퇴임 후 셀렝게 강 지대 발굴을 주관하면서 발해 유적이 마구 빛을 보게 되자,이 즈음에 훌룬부이르에서 접한 오윤 달라이 사가[내몽골 훌룬부이르 에벵키인, 6.25참전]의 ‘셀렝게 하 유역 서발해설’과 관련해서 「셀렝게 하 서압록하설」에 새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구려가 망하자 서압록하(西鴨綠河; 현재의 西遼河)를 지키던 진국장군(振國將軍) 대중상(大仲象)이 동모산(東麰山)에 발해(Boka: 유목의 상징 늑대의 토템어)의 전신인 진국(震國) 후’고구려’(Qori)를 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서압록하인 현재의 서요하가 그대로 셀렝게 강인 서압록하라는 것은 무리지만, 발해(渤海)가 망하고 쫓겨 간 진국인들이 본래의 원주지 지명을 가지고 이동하는 건 유목관행 상 상존하는 사례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칭기스칸이 「진국의 칸」이라는 지적을 해보고 있는 전 원철 박사의 지론[2015년 『월간조선』6월호 참조]도, 논증과정의 치밀성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주목해볼 여지가 있어 뵌다. 어차피 칭기스칸은 보르지긴 몽골족에게 납치된 임신부가 출산한 소산 혈통이어 서다. 그의 다른 형제들과는 동모이부(同母異父)의 관계임이 사실상 공인되는 터다.

유목민은 한곳에만 고착돼 있으면 굶어 죽게 마련이어서 늘 아리수의 원천 소재 고개 아리 령을 넘어 새로운 유목목초를 찾아 옮겨 다녀야 살아남을 수 있는 터이다.  염수가 아닌 담수-아리수가 흐르는 고향 종산(宗山: Buran-不咸)을 떠나 대·소 아리령 고개들을 넘어 정든 고향산천이나 고향사람들과 수시로 이별해야 하는 「이산가족」숙명을 타고 난 셈이다. 그런 끝없는 행진은 때로는 머나먼 남미(南美)의 고도(孤島)까지 이르기도 한다. 사람의 유전체-移葬-도 고향의 지명-靑冊(족보)-도 가지고 유목적 디아스포라가 되어 비유목지대에 들어서도 ‘백산-흑수(Ari水)’ 틀이라는 그런 무한 유목 관행-火田-이 그대로 상당히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몸과 맘속에 살아 숨 쉬는 유목태반역사(Pastoral nomadic DNA) 때문이리라.

헨티산맥 줄기 대백산(大白山)-흑룡강 상류[蘚의 鮮地帶]도 그렇고 항가이산- 셀렝게 강도 그렇다. 셀렝게 강~압록강이나 대선비산 아리(Ari)하~광개토대왕비 아리(Ari)수가 모두 이런 유목태반 기본 관행 틀에 내포돼 있을 따름이다. 다만 전자는 유목지대고 후자는 비(非)유목지대 유목 디아스포라(Pastoral nomadic diaspora)의 유목태반 관행 유흔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셀렝게 강에도 압록강에도 녹색머리의 오리(鴨綠)가 있기는 하지만 압록은 역시 Yalu로 유목지대 염수(鹽水: Давстай ус)에 대한 담수(淡水: Цэвэр ус); 흑수(黑水-Ari水)의 뜻일 따름이다. 아리(Ari) 령에서 흐르는 아리수(Arig Usu,『몽골비사』)다, 그리고 그 상징적 원형은 산업혁명 이전 최대의 인류사 혁명인 흑해(Black sea) 북안 대스텝 스키타이 기마 양유목혁명을 계승·완성한 호눈선원(呼嫩鮮原: HoNun sopka & steppe) Scythia(鮮族) 대혁명 궁극 기원지, 인류세계사를 처음 쓰게 한  Along Mountain(阿龍山) 고개 일대다.


chuchaehyok.com 월요역사칼럼, 2018년 11월 12일(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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